감독 앤드루 애덤스 | 출연 조지 헨리, 윌리엄 모즐리, 스캔다 케이니스, 안나 팝플웰, 틸다 스윈튼 | 배급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 등급 전체 관람가 | 시간 139분 | 2005년
〈나니아 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하 '나니아 연대기')는 〈반지의제왕〉의 작가 J.R.R. 톨킨과 함께 영국 판타지 문학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C.S. 루이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1890년대에 태어나 옥스포드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옥스퍼드에서 중세와 르네상스 문학을 가르치기도 한 루이스는 톨킨과 오랫동안 친구이자 경쟁자로 지냈다. 함께 소설 동아리의 멤버로 활동하기도 한 루이스와 톨킨은 1950년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나니아 연대기〉와 〈반지의 제왕〉을 출간하며 판타지 문학의 대가로 우뚝 서게 된다. 소설 〈나니아 연대기〉는 출간 이후 29개 언어로 번역돼 전세계에서 1억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2차 대전 중 영국. 페번시가의 네 남매는 런던 대공습을 피해 디고리 교수의 시골 별장으로 피신한다. 숨바꼭질 놀이를 하던 네 남매는 별장 구석 방에 놓여 있는 마법의 옷장을 통해 신비로운 나라 나니아로 들어가게 된다. 호기심 많은 막내 루시(조지 헨리)가 맨처음 나니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뒤이어 욕심꾸러기 에드먼드(스캔다 케이니스), 그리고 신중한 수잔(안나 팝플웰)과 점잖은 피터(윌리엄 모즐리)까지 나니아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말하는 동물들과 켄타우로스, 난장이, 거인들이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가던 나니아는 하얀 마녀 제다이스의 마법에 걸려 수백 년 동안 길고 긴 겨울을 견디고 있는 중이었다. 나니아에서는 아담의 아들딸 즉 인간이 하얀 마녀의 마법을 물리치고 나니아에 다시 평화를 가져다주리라는 믿음이 퍼져 있었다. 네 남매는 용감한 사자 아슬란의 격려와 희생을 등에 업고 켄타우로스, 난장이, 거인들과 힘을 합해 하얀 마녀 제다이스의 얼음같이 차가운 주문을 깨는 대전쟁을 시작하게 된다.
〈나니아 연대기〉는 액션 판타지 영화의 기본 공식을 잘 따르고 있다. 페번시가의 네 남매가 마법의 옷장을 통해 나니아라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고, 마법에 걸린 나니아를 구하기 위해 모험에 나서게 되는 것. 그 과정에서 반인반양 툼누스와 비버, 사자 등 말하는 동물들을 만나 도움을 얻게 되는 한편 셋째 에드먼드는 하얀 마녀의 꾐에 넘어가 형제들을 마녀의 손에 넘길 뻔 하기도 하는 등 온갖 어려움에 직면하지만 결국 네 남매는 마녀를 물리치고 나니아를 구하고 왕위에 오른다.
〈나니아 연대기〉는 한편으로 기독교적인 상징과 함의로 넘쳐난다. 가장 두드러지는 기독교적 상징은 말썽꾸러기 셋째 에드먼드를 구하기 위해 용감한 사자 아슬란이 하얀 마녀 제다이스에 의해 돌탁자 위에서 장렬하게 죽음을 맡게 되지만, 다음날 아침 부활해 네 남매와 함께 대전투에서 활약하는 장면. 인간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가 부활하는 예수의 일화와 너무도 흡사하다는 점에서 아슬란은 예수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기독교적인 색채가 〈나니아 연대기〉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다. 〈슈렉〉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앤드루 아담스 감독은 원작이 묘사한 상상력의 세계를 스크린에 펼쳐놓는데 성공한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나니아의 아름다운 풍경, 반인반양 툼누스를 비롯, 켄타우로스, 난장이, 거인들, 사자 아슬란 등 신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의 시각화, 차가운 아름다움을 지닌 하얀 마녀 제이다스의 의상과 얼음궁전 등 판타지 영화다운 볼거리가 가득한데다, 네 남매의 모험도 설득력 있게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막내 루시 역을 맡은 조지 헨리는 발군의 연기력을 자랑한다. 하얀 마녀 제다이스는 틸다 스윈튼이 맡아 냉정하고 창백한 매력을 과시했으며, 사자 아슬란 캐릭터는 리암 니슨이 목소리를 연기해 영웅적인 면모를 살려냈다.
판타지 모험 시리즈 〈나니아 연대기〉는 본고장 영국에서 이번 달 초 개봉해 일찌감치 박스오피스를 선점했으며, 영국보다 하루 늦게 개봉된 미국에서도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는 등 서구권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나니아 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총 7권 중 첫번째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으로 매년 한 편씩 총 다섯 편이 시리즈로 제작돼 관객을 찾아간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