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 전용관 씨네큐브 광화문이 개관 5주년을 맞아 마련한 씨네큐브 뉴웨이브 프로그램의 마지막 순서가 돌아왔다. 알랭 레네의 〈내 미국 삼촌〉과 장 뤽 고다르의 〈비브르 사비〉, 프랑수와 트뤼포의 〈쥴 앤 짐〉 등 프랑스 뉴웨이브 걸작 세 편을 묶은 '프렌치 뉴웨이브의 매혹'이 바로 그것.
〈내 미국 삼촌〉은 〈히로시마 내 사랑〉 〈지난 해 마리앵바드〉 등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을 연출한 프랑스의 영화거장 알랭 레네 감독의 작품. 국립 라디오 보도국장 장은 여배우 자닌과 사랑에 빠져 가족마저 버리지만 얼마 안 있어 해임되고 만다. 자닌은 남편이 불치병에 걸렸으니 잠시만 돌려달라고 애원하는 장의 아내의 말을 듣고 장을 떠나보낸다. 이후 국회의원으로 재기한 장과 디자이너로 성공한 자닌이 다시 만난다. 자닌은 장의 아내가 거짓말한 사실을 알고 재결합을 원하지만 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편 농촌 출신에다 낮은 학력으로 의류회사의 취직해 고속승진을 한 르네는 경쟁에서 낙오돼 평생을 바친 회사로부터 버림받는다.
프랑스의 행동과학자 앙리 라보리 교수의 인간 행동에 관한 책을 바탕으로 한 〈내 미국 삼촌〉은 세 사람의 이야기를 펼쳐놓는 한편 영화 중간중간 실험실의 쥐가 세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보이는 반응을 담은 화면을 끼워넣는다. 앙리 라보리 교수가 직접 출연해 세 사람의 행동과 실험실 쥐의 행동을 비교하며 설명하는 장면도 삽입돼 있다. 이 특별한 형식의 영화를 통해 알랭 레네는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또다른 방식을 흥미있게 보여준다.
〈내 미국 삼촌〉과 함께 특별 상영되는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비브르 사 비〉와 프랑수와 트뤼포 감독의 〈쥴 앤 짐〉도 프렌치 뉴웨이브 하면 떠오르는 작품들. 〈비브르 사 비〉는 영화를 사랑하고 배우를 꿈꾸는 파리지엔느 나나가 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려 매춘부로 전락하는 모습을 건조한 시선으로 묘사한 고다르의 대표작이다. 〈쥴 앤 짐〉은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세 남녀의 이상한 러브스토리를 통해 연애할 때 남녀의 권력관계과 결혼의 비합리성 같은 문제 의식을 담아낸 트뤼포 감독의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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