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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우려씻고 태풍 일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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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우려씻고 태풍 일으키다

[박스오피스]12월 16~18일 전국 박스오피스

솔직히 걱정들이 많았다. 게다가 지난 한 주 동안에는 혹한과 혹설이 몰아쳤다. 대부분 이럴 때는 집안에 꽁꽁 틀어박혀 있기가 일쑤다. 이상한 얘기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풍〉이 '터진 것'은 집안에서 TV를 켜기가 두렵고 짜증스러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TV에서는 요즘 연일 황우석 박사 얘기뿐이다. 지금 사람들은 어디론가 도망을 치고 싶은 심정들이다. 스크린 속으로. 그 판타지의 세계 속으로. 황우석 박사 스캔들은 영화계로서는 악재가 아니라 역설적인 호재가 됐음을 보여준다.

〈태풍〉은 첫 주말에 국내 극장가를 통틀어 50%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나타냈다. 근데 사실은, 그도 그럴 만했다. 이 영화의 전국 스크린수가 무려 540개가 됐기 때문이다. 참고로 국내 전체 스크린수는 1,450개 정도다. 1/3이 〈태풍〉을 걸었다는 얘기다. 어쨌든 〈태풍〉은 540개 스크린에서 180만 명 정도의 관객을 모았다. 매출액 규모로 보면 130억원 가까운 돈이 된다. 한 주에 벌어들인 돈의 절반을 CGV 등 극장측에 떼어줘야 하니까 이 영화의 제작사와 투자배급사가 벌어들인 돈은 75억원 정도라는 얘기다. 〈태풍〉의 BEP(손익분기점)는 18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별 이변이 없는 한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제작사인 진인사필름은 절대 손해볼 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극장 CGV는 CJ엔터테인먼트와 한몸이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은 오늘에서야 발을 뻗고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다.

〈킹콩〉의 성적도 나쁘지 않다. 평소대로라면 매우 좋은 성적이다. 전국 354개 스크린에 걸린 이 영화는 85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2인자 자리에 만족해야 하는 이유는 순전히 〈태풍〉 때문이다. 〈킹콩〉의 배급사인 UIP코리아가 다소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인데, 평단의 높은 지지에도 불구하고 미국시장에서의 박스오피스 성적이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하실 분들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들 심리라는 게 미국에서 굉장히 잘되고 있다는 소문만으로도 바다 건너 극장가에서도 파도가 출렁거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거나 우울해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 영화는 물경 3시간짜리 영화다. 극장 상영 회전율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2시간짜리 다른 작품과 등가비교할 때 8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셈이 된다. 힘을 낼지어다, 킹콩.

이제는 다소 얄미워 보이기까지 하는 〈해리포터와 불의 잔〉 역시 여전히 기세가 등등하다.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드디어 3백만 명을 넘겼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국내 상영에서는 무난히 4백만을 넘기며 지난 4편의 시리즈 가운데 무난히 최고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가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태풍〉이 5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상황에서 〈킹콩〉은 28%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그리고 〈해리포터〉는 16%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단 세 편의 작품이 지난 주말 전체 영화시장의 94%를 나누어 가졌다는 얘기로 지금 극장가에서는 극단적인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겠는가. 지금은 12월 대목 시즌이고 이때는 우리영화나 할리우드 영화나 블록버스터들이 위용을 발휘할 때이며 이들이 시장을 독점한다 한들 다소 용서를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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