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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들은 한국 시위대의 진심을 안다"

삼보일배 시위에 홍콩 시민들 '진지한 관심'

"우리 홍콩 시민들은 직접 농사짓지 않습니다. 옷을 직접 만들지도 않구요. 그래도 우리에겐 먹을 음식이 있고 입을 옷이 있습니다. 진지하게 생각해봅시다. 우리들의 윤택한 삶 뒤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말입니다. 누가 진정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탱해주고 있습니까?

여러분은 한국의 농민과 노동자들이 왜 이곳까지 와서 삼보일배를 하는지 아실 겁니다. 우리에겐 농민들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삶이 고통받는 것이 아니어야 우리의 삶도 유지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정말로 그들을 지원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십시오!"

15일 홍콩민중동맹 소속 연사가 이렇게 말하자, 한국민중투쟁단 1천여 명의 삼보일배 행렬을 숨죽이고 지켜보던 홍콩 시민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홍콩 시민들은 삼보일배를 하는 한국의 농민과 노동자들에게 미소를 보냈고, 일부는 같이 '다운 다운 WTO'를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기도 했다.

빅토리아 공원에서 WTO 각료회의가 열리는 컨벤션센터 근처까지 가는 삼보일배 행진거리는 약 2km. 미처 무릎보호대를 준비하지 못한 이들은 급한 대로 스티로폼을 무릎에 덧댔으나, 일부 참가자들은 의지를 다지기 위해 오히려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던지거나 바지를 무릎 위로 걷어올리기도 했다.

이날 삼보일배 시위에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과 한국의 농민단체 대표와 농민, 노동자들은 물론 국제 농민운동 단체인 비아캄페시나 소속인 외국인 농민들도 참여했다.

"삼보일배는 지구촌의 생명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WTO 체제에 맞서 모든 생명을 살리겠다는 우리 의지의 표현"이라는 주최 측의 '공식 멘트'가 아니더라도 참가자들은 저마다 경건한 모습으로 삼보일배에 임했다.

***"우리는 한국 시위대의 진심 안다"**

홍콩 시민들이 구호 말고도 시위 참가자들의 사연을 더 듣고 싶은 눈치를 보일 때마다 나서서 확성기를 붙잡고 광둥어로 연설을 하는 여성이 눈에 띄었다.

그녀가 마이크를 잡았다 하면 홍콩 시민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이다가 말이 끝나자마자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사람들 반응이 저렇냐"고 물어봤다.

그녀는 홍콩민중동맹(HKPA, Hong Kong People's Alliance on WTO) 소속 활동가인 수잔 우(Suzanne Wu) 씨였다. 그녀는 "왜 한국의 농민과 노동자들이 이곳까지 오게 됐는지, 그리고 삼보일배 의식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설명한 다음, 시민들에게 이들을 지지한다면 박수를 쳐달라고 요청했다"고 답했다.

홍콩민중연맹은 학생단체, 종교단체, 소비자단체 등 44개 단체의 연합조직이며, 이번 홍콩 반세계화 시위 전체를 조정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프레시안〉: 많은 홍콩 시민들이 시위에 관심을 보이긴 하지만 무표정한 사람도 많았는데 박수가 터져나와 의외로 느껴졌다.

수잔: 시민들은 한국 참가단이 왜 여기에 왔고, 여기서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를 잘 알고 있다. 홍콩 시민들이 한국인 시위자들의 진심을 이해하고 있기에 그렇게 따뜻한 지지의 박수를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그러나 홍콩의 언론과 정부당국은 한국 시위대의 폭력성과 시위수위에 굉장히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잔: 나도 보도를 모니터하고 있다. 사실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보도하는 건 아니다. 다만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사진을 1면에 배치해서 부정적으로 보일 뿐이다. 기사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경찰의 과장된 반응을 비난하는 내용도 있고, 한국 시위대가 WTO에 왜 반대하는지를 여러 면에 걸쳐 싣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좋은 기사도 많다.

〈프레시안〉: 홍콩 시민들도 WTO 체제에 의해 영향을 받는가?
수잔: 당연하다. 물론 홍콩에는 농민이 거의 없다. 650만 인구 중 1천 명도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노동조건과 공공서비스 등에 있어서는 WTO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고, 시민들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민중투쟁단 "정부의 '농업포기 문구 소동' 묵과할 수 없다**

'홍콩 각료회의 저지 한국민중투쟁단'이 홍콩 현지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각료회의 연설문에 농업 분야에서 양보할 가능성을 시사한 '농업포기 문구'를 넣었다가 뺀 소동에 대한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15일 오후 삼보일배를 시작하기 전에 빅토리아 공원에서 '농업포기 문구 소동'을 일으킨 정부 대표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결국 최종 기조연설에서 문제의 문구는 삭제됐지만, 우리는 이것이 정부의 협상기조를 반영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회담장 바로 앞에서는 자국의 농민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바닷가에 몸을 던지는데, 바로 그 다음날 그런 문구를 연설문에 넣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및 한국 협상단은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한다"며 "만약 협상과정에서 정부가 삭제된 문구대로 처신할 경우에는 이곳 홍콩 현지에서 강력한 응징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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