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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되기 이전의 박찬욱과 스타가 된 후의 박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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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되기 이전의 박찬욱과 스타가 된 후의 박찬욱

[북 앤 시네마]박찬욱의 오마쥬/박찬욱의 몽타쥬-박찬욱 지음. 마음산책刊

영화책을 출판한다는 건 '로드 투 퍼디션' 곧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숱하게 영화책이 나왔지만 성공한 책은 눈씻고 찾아보기가 힘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판사들마다 영화책을 내자고 하면 고개를 설레설레 젓기부터 한다.

하지만 그것도 사람에 따라 다른 법이다. 흥행감독, 스타감독이 책을 내는 건 시작부터가 다르다. 그 어떤 배우보다도 월드스타급으로 인정받고 있는 박찬욱 같은 감독이 책을 낸다면 얘기의 차원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박찬욱 감독이 책을 냈다. 많은 출판사들이 줄을 댔지만 '마음산책'이 선수를 쳤다. 그렇게 어렵게 잡은 저자인 만큼 책도 한꺼번에 두권을 냈다.

재밌는 것은 이 두권의 책이 '스타가 되기 이전의 박찬욱'과 '스타가 된 이후의 박찬욱'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이다.

「박찬욱의 오마쥬」는 그가 이전, 그러니까 1994년에 이미 한번 출간이 된 적이 있는 책 「영화보기의 은밀한 매력, 비디오드롬(삼호미디어刊)」을 개정 증보한 것이다. 1994년이라면 데뷔작 〈달은…해가 꾸는 꿈〉을 만들고, 흥행에 참패하고, 욕먹고, 좌절하고, 자의반 타의반 백수가 됐던 시절이었다. 그는 이때 먹고 살기 위해서 글을 쓰고, 방송을 하고, 평론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먹고 사는 행위'가 사실은 많은 매니아들로부터 찬사를 이끌어 냈다. 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 시각, 비전이 이때만큼 빛났던 때가 없다.

수많은 영화에 대한 그의 평론이 수록돼 있는「박찬욱의 오마쥬」는 박찬욱이라는 작가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또 그 시작은 어땠는지, 우리가 그를 '영화적으로' 단단하게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갈파하고 역설한다.

개정증보판이라고 하지만 영화 아이템이 엄청나게 많이 추가됐다. 그리고 그가 새로운 시선을 던졌던 영화들을 주제별로 섹션화했다. 예전의 책의 시작은 샘 페킨파의 〈가르시아〉였지만 이번 책의 시작은 존 프랑켄하이머의 〈세컨드〉다. 왜 그가 시작을 〈가르시아〉에서 〈세컨드〉로 바꿨을까? 아마도 짐작컨대 그건 박찬욱이 가장 사랑했던 故이훈 감독이 〈마스카라〉란 작품을 만들며 〈세컨드〉를 차용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믿거나 말거나다.

「오마쥬」에 비해 「박찬욱의 몽타쥬」는 아무래도 '기름끼'가 느껴진다. 물론 그런 수식에 대해 박찬욱 스스로는 크게 반발할 것이다. 「몽타쥬」에는 그가 직접 작성한 〈친절한 금자씨〉의 제작일지를 포함해 영화 현장에서 보여 준 그의 치열한 영화적 삶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그가 '스타가 된 이후'의 궤적이다. 그래서일까. 웬지 '여유로움'이 담겨져 있다. 그건 제작일지 외에 영화 바깥에서의 생활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은 글들이 함께 수록돼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감독 박찬욱, 인간 박찬욱을 알고 싶다면 이 두권의 책은 매우 유효적절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 박찬욱이 영리했다기 보다는 출판사가 영리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영화관련 서적치고 드물게 메가히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요즘엔 박찬욱이 하는 일이라면 안되는 일이 없어 보인다. 그는 지금 한창 오름세다. 두권의 책은 역설적으로 바로 그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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