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배급싸움이다. 지난 주말 사흘 동안 관객들을 끌어 들인 작품은 결국 전국 극장가에 한껏 날개를 활짝 펼친 영화였다. 〈해리포터와 불의 잔〉 그리고 〈광식이 동생 광태〉를 두고 하는 얘기다. 이는 결국 전국 스크린 수를 대다수 장악했기 때문에 관객들을 독점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얘기는 또 그 반대로 관객들에게 그만큼 인기를 모으거나 모을 수 있다고 판단돼 스크린 수를 확대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쟁일 수 있다는 것인데 광화문 네거리를 막고 열심히 물어보고 다녀 본들 그 정답을 얻기란 쉽지가 않다. 세상은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이는 법이다.
어쨌든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개봉 2주차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막대한 매출고를 올리고 있다. 전국 관객수는 240여만 명. 워너브라더스 코리아는 극장 매출액 168억여 원 중에 60%에 해당하는 약 100억 원을 미국에 있는 본사로 송금중일 것이다. 물론 이 중에서 상당 액수는 마케팅비로 한국에 다시 환원되긴 하겠지만. 어쨌든 워너 형제의 후손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을 것이 눈에 선하다. 더더군다나 앞으로도, 지금까지 돈을 보낸 만큼 더 보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어디 한국에서만 돈이 쏟아져 들어오겠는가. 이 영화는 미국에서만 지난 달말 첫주 개봉 때 2억 달러, 우리 돈으로 2100억원 정도를 벌어 들였다.
돈 문제를 민족주의적 관점으로 바라 본다면 〈광식이 동생 광태〉가 그래도 효자 노릇을 했다. 이 영화는 〈해리 포터〉와 함께 그 전주에 이어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는데 현재까지 220만 명에 약간 모자라는 관객을 모으고 있다. 극장 매출액이 150억 정도가 된다는 얘긴데 이런 얘기를 하면 이 영화를 만든 제작사 MK픽쳐스가 엄청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으로 들리겠지만 나눌 거 나누고 뺄 거 빼면 그렇게 대단한 액수도 아니라는 것이, 제작자들의 한결 같은 얘기다.
한국영화의 경우는 극장 측과 수익을 나누는 비율이 〈해리포터〉와 같은 외화가 4:6(극장 대 외화 배급사)인 것과는 달리 절반을 뚝 잘라 나누는 5:5 방식이다. 절반인 75억 원 가운데 총제작비를 뺀 나머지 수치를 투자사 혹은 배급사와 제작사가 다시 반반씩 나누어 가지게 된다. 계산을 편하게 하기 위해 〈광식이 동생 광태〉의 총제작비가 예컨대 (배급사가 가져가는 배급대행 수수료까지 포함해) 45억 원이 들었다면 나머지 30억원으로 투자사와 제작사가 절반씩 갖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현재까지 이 영화가 150억 정도를 벌어 들였다고 하면 제작사인 MK픽쳐스가 가져 가는 돈은 이것저것 다 빼고 그 10분의 1에 불과한 15억 원 정도가 되는 셈이다,라고 얘기해야 맞지만 MK픽쳐스는 이번에 영리하게도 투자와 배급을 같이 했다. 그 때문에 전체 매출 75억 원 가운데 상당한 액수를 가져 갈 공산이 크다. 결국 이 영화로 MK는 대박을 터뜨렸다는 얘기가 된다. MK픽쳐스는 이번 '재미'를 계기로 앞으로도 배급업에 적극 뛰어든다는 소식이다.
영화 흥행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얘기가 새삼 떠오르는 한 주이기도 했다. 아이돌 청춘스타 에릭이 주연을 맡았다고 해서 흥행은 어느 정도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던 〈6월의 일기〉가 전국 60만 명선에서 멈칫거리고 있는 것이나 올 하반기 뛰어난 수작이라는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75만 명선에서 그치고 있는 〈나의 결혼 원정기〉가 그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여배우 성현아를 한껏 섹시한 캐릭터로 내세워 중장년층의 성인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 같았던 〈애인〉이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된 것이긴 했다. 영화에서 섹스 이상의 것을 기대하는 관객들이 사실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전미선 주연의 〈연애〉가 흥행에서 참패한 것은 다소 아쉬운 일이다. 이 영화는 일단 스크린수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국 35개 스크린. 결국 예고된 실패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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