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나라당이 "사학법 무효"를 외치며 장외로 나서길 이틀째. "한 번 말을 냈으면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박근혜 대표의 '독려'는 추상같았지만, 따라 나서는 의원들의 마음은 '박 대표 마음' 같지가 않았다.
***#1. 집회 전 '출석체크' 진풍경 **
국가보안법 처리를 두고 여당과 대치를 벌이던 작년 연말, 하루에도 두 번씩 열리던 한나라당 의원총회에는 적어도 100여 명의 의원들이 꼬박꼬박 자리를 채웠다. 여론의 비판이 만만찮던 법사위 점거에도 대다수 의원들이 동참해 보름간 교대철야도 마다치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학법 무효 투쟁'에선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이날 의총에는 전체 의원 127명 중 절반가량이 참석했다. 장외로 나가는 버스 안에선 그나마 몇몇이 보이지 않고, 박 대표가 참석하지 않는 저녁집회에는 다시 반토막이 났다.
'출석률 제고'를 위해 출석체크까지 동원됐지만, 별 무효과다. 의원국 추계로 첫 날 낮 집회엔 74명, 둘째 날에는 60명이 집회에 참여했을 뿐이다. 기자들의 '눈대중'으로는 출석률이 이보다 낮았다.
낮은 호응은 당직자들에게도 고민거리다. 김재원 기획위원장은 "사학법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때까지는 나도 '이 법을 몸으로까지 막아야 하나'하는 생각을 가졌으니 의원들이 아리송해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공감대 형성이 미진하다'는 지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김 위원장도 "나도 이리저리 회의를 참석하다 이 법의 심각성을 깨달았으니 의원들도 점점 이해도가 높아지지 않겠냐"고 반문할 뿐 의원들의 참여율을 높일 만한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했다.
***#2. "지도부 논리, 나도 이해 안 돼" **
13일 첫 집회를 앞두고 '전의'를 다지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선 지도부와는 다른 톤의 얘기가 불쑥불쑥 튀어나와 맥을 뺐다. 토론으로 흐트러진 분위기를 다잡느라 정작 집회에는 대다수가 지각했다.
초반 분위기는 유정복 비서실장과 유승민 전 비서실장, 전여옥 전 대변인 등 '친박(親朴)' 의원들이 주도했다. 사학법을 국가정체성과 연계시킨 박 대표의 '톤' 그대로였다.
그러나 평소 말수가 적던 한 초선이 마이크를 잡고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 문제를 두고 극렬한 투쟁을 하다가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 의원은 "본회의에서 통과를 막지 못한 것이 전략전술상의 최대 실수지만 장외로 나가는 투쟁방법도 바른 선택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장외투쟁'에도 반기를 들었다.
이어 소장파인 다른 의원은 "당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면서도 "다만, 개방형 이사제를 하면 전교조가 학교를 점령하게 된다는 논리를 일반 의원들에게도 이해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요컨대 "전교조에게 우리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는 지도부의 논리가 일반 의원들과는 공유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3. "침소봉대 지적에 한나라당이 귀 열어야…"**
'불참'으로 표현되던 일반 의원들의 불만은 노골적인 비난으로까지 이어졌다.
고진화 의원은 1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교육환경의 문제를 이념문제로 과도하게 확장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지도부를 정면 비판했다.
고 의원은 "한나라당이 당 내에 어려움이 있거나 여당과 합의가 잘 안 되면 통상 정체성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논리적 비약이 크다고 본다"며 "당일 갑자기 결정된 투쟁방침에 당의 구성원들도 우왕좌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또 "한나라당은 이 투쟁이 너무 작은 문제를 침소봉대한 게 아니냐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 귀를 열어야 한다"며 "4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갖고 있는 정당이 자기 지지층을 줄이는 일을 한다면 이는 전략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여당의 사학법 강행에 "결사항전"을 외치며 장외로 나선 박 대표의 강공을 '무리수'로 보는 세간의 비판론이 내부에서도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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