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변인 스타일을 잠시 접고 웃을 소(笑)자를 쓴 '소변인'이 되겠다"는 취임 제일성으로 화제가 됐던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이 6일로 취임 보름을 맞았다.
이 대변인은 '온정 브리핑'이란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내고 '대변인 회담'을 제안하는 등 연일 화제를 낳으며, 보름 만에 당당히 뉴스메이커로서의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름 만에 공식석상에서 칭찬도 받았다. 이날 오전 회의에서 강재섭 원내대표는 "여권 인사들이 다른 나라는 찾아다니며 인권 얘기를 하면서 정작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하는데 우리 대변인이 지적을 잘 했더라"며 전날 이 대변인의 논평을 칭찬했다.
이 대변인은 "처음 받은 칭찬"이라며 기뻐했고, 강 대표는 "안 듣는 데선 더 많이 하고 있다"며 이 대변인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대여(對與) 비판 기능'도 무시할 수 없는 야당 대변인인 만큼, 당 내에서는 "대변인이 너무 약하다"는 질책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5일 박근혜 대표, 이 대변인 등 현 지도부와 한나라당 고문, 지도위원 등 원로 인사들이 함께한 오찬에서는 "이 대변인은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는 것. 이 대변인도 "어르신들께 많이 혼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변인은 "앞으로도 내 소신대로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달라진 환경엔 내 나름의 적응법이 있다"는 말 속에 자신감이 배어났다.
〈박스시작〉
***부드러운 듯 뼈아픈 '이계진표 논평'**
이 대변인 논평의 힘은 '차라리'에서 나온다. 현상을 정면에서 비난하진 않지만 '차라리'하며 꺼내는 말이 곧 뼈아픈 비판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날은 "내년도 정권홍보비가 17% 이상 증액됐는데, 차라리 이 돈을 과학자 지원비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얼핏, '과학자 지원'을 주장하는 듯하지만 무게는 17% 늘어난 '정권홍보비'에 실려 있다.
지난 25일에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지지도 올리는 방법을 하나 알려드리겠다"며 노 대통령에게 '청와대 화장실 청소'를 권했다. "싱가포르가 참 깨끗한 나라인데, 리콴유 싱가포르 수상이 매일 화장실 청소를 하며 총리로서 모범을 보였다"는 부연에, 선의(善意)를 의심키는 어렵지만 듣는 이에겐 왠지 낮은 '국정 지지도'에 대한 회초리로 느껴졌다.
논평마다 서려있는 '위트'도 묘미다.
이 대변인은 "사실 국회의 원래 소임이 목수하고 똑같아서 깎는 데에 있는데, 한쪽 목수가 잘 깎지 않으려고 한다"며 '목수'에 빗대 내년도 예산안 삭감에 반대하는 열린우리당을 비판했다.
대변인을 맡은 지 일주일째 되던 날에는 "대통령을 좀 공격하라는 분들이 있는데 내가 해버리면 국민들이 술 마시면서 할 얘기가 없지 않냐"고 은근히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 대변인의 이 같은 '화법'에는 "신선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당의 입장을 '똑 부러지게' 대변해 온 전여옥 전 대변인에 비해 이 대변인의 말에는 모호한 부분이 많아 '전달자'의 역할은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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