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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의 5가지 유형 알면 한국 여자가 보인다"

[신간]"한국의 딸들은 어떻게 여자로 만들어지나"

"대한민국 여대생들은 크게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나 홀로형'이다. 학점 관리, 어학연수, 높은 토익과 토플 점수를 '이룩한' 이들은 우수하지만 '혼자서' 열심히 공부만 하기에 여성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며 그래야 할 필요성도 못 느낀다. 사회성이 부족해 '공부를 계속하고 싶으면 전공과목 선생에게 이메일을 가끔 보내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라'는 충고에 '선생님…, 저 그런 거 못해요'라고 말하는 타입이다.

둘째는 '삐딱형'으로 주로 교내의 여성주의 모임과 학생운동을 주도하는 이들이다. 사회의 성차별이나 불합리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의식과 성숙함을 보이지만, 특유의 냉소적 태도로 사회로 나아가길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유사한 사고방식을 공유하는 동료와 함께 '가난하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부류가 되는 경향이 있다.

셋째는 '결혼지향형'이다. 이들은 연애와 몸치장으로 대학생활을 보낸 후 1~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결혼하는 그룹으로 중산층 미시족이 될 확률이 가장 높은 집단이다. 애교나 여성적 몸가짐을 중시하는 이들은 상사가 '야근'을 원하는 눈치면 '맛있는 거 사주시면 더 오래 남아서 일할 수 있어용!'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류다. 노동, 리더십, 성차별 등의 주제는 자신과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넷째는 대다수의 여대생들이 해당되는 '만성적 혼란과 좌절형'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입 이상의 구체적 목표를 가져보지 않은 것 것으로 더 이상 성취해야 할 목표가 없다는 게 이들의 주된 고민이다. 첫번째처럼 영악하지도, 두번째처럼 비판적이지도, 세번째처럼 세속적이도 못한 이들은 학년이 오를수록 불투명한 미래로 불안해 하다가 사춘기 때도 하지 않던 방황을 한다. '예전에는 자신감이 넘쳤는데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르겠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도 같고…'가 이들의 가장 흔한 푸념이다.

다섯째는 '실속형'이다. 저학년 시절부터 취업, 대학원, 유학과 관련한 모임에 참여해 정보를 수집하며 부모로부터의 독립과 사회적 성취를 지향하는 그룹이다. 이들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적성과 직업을 탐색한다. 인턴 시절 '커피 심부름만 할 텐데 괜찮을까?'라고 묻는 상사에게 '괜찮습니다만 제가 커피 심부름만 하기엔 아까운 인재라는 것을 곧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답하거나, 복사 심부름을 하며 소상히 봐둔 내용을 상사가 복사물을 잃어버렸을 때 자세히 알려주는 이들도 이 그룹에 속한다."

***대한민국 여자들은 왜 남자들이 하지 않는 고민을 할까?**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명제가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통할 수 있는지를 탐색한 〈여자의 탄생(나임윤경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이 나왔다.

현재 연세대학교 조교수로 〈여성커리어와 리더십〉, 〈여성교육 개론〉등을 강의하는 저자는 묻는다. 이 땅에서 여성들은 왜 남자들이 하지 않는 수많은 고민과 질문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까? 그러곤 유아기-사춘기-연애시절-결혼-아줌마까지의 생애주기를 샅샅이 흝는다.

자신의 개인적 체험과 각종 심리적 실험 사례까지 얹어서 모색한 답은 꽤 상식적이고 평범하다. 태어날 때부터 지속적으로 가정과 사회에서 남성과는 다른 대접과 기대를 받아 차별에 익숙해진 여성들이 현재 '여자의 특징'이라고 알려진 모습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오히려 눈여겨볼 것은 "소수 엘리트 여성들의 선전으로 이제는 남녀가 평등하며 여성상위 시대가 되었다는 호들갑스럽고 과장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이다. 이는 이들이 다수 한국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를 대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 현장에서 수많은 여학생들을 지켜보고 함께 생활해 온 저자인 만큼 '20대 대학생을 포함한 모든 여성에게 주문하고 싶은 충고' 또한 각별한데, 이는 "공적 정체성을 내면화하라"는 것이다.

***"여성들은 '공적 정체성'을 학습받을 기회가 없다"**

저자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사회화 과정은 조직에서 일하기에 적합한 사람으로 발달하는 과정을 저해해 온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는 공적 영역은 본인에게 집중됐던 모든 촉각과 관심을 넘어서서 다양한 정보와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 역학, 위계 등을 읽으며 적응하는 곳이다. 그런데 여성들은 성취보다는 매력적 외모로 칭찬받는 사회화 과정으로 인해 '나르시시스트'에서 벗어나 공적 영역의 관계를 맺는 것에 서투르다는 것이다.

자신의 외모에 도취된 나르시시스트 여성은 몇몇 남성들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겠지만 기업과 조직에서 가장 덜 매력적인 인물이다. 저자는 여성들이 성장 과정에서 갖게 되는 '관계를 지향하는 성향' 또한 사적 관계에만 치우칠 경우 공적 영역에 걸맞는 정체성과 행동양식을 내면화할 기회를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 결과 사적 관계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감정 교환하는 것은 잘하지만 '위계 상황에서의 처신방법'등에는 서투르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학생들이 직업을 갖고자 하는 이유로 한결같이 '자아실현'을 꼽는 것을 "아직 자아도 찾지 못한 것 같은데 실현부터 하길 원하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한다. 경제적 자립과 생계 수단으로서 직업에 대한 인식이 우선되지 않는다면 자아실현의 꿈은 그야말로 무지몽매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여성 상관을 우습게 아는 남성 부하, 그를 멀뚱히 바라보는 여성 부하"**

저자는 그렇다고 '공적 영역에 준비 안된' 여성들만 탓하지는 않는다. 여성들이 공적 영역에 나갈 준비가 됐다 하더라도, 아직 우리 사회는 여성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은 까닭이다.

많은 기업이나 조직의 남성 중심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여성 상관의 남성 부하에 대한 불안정한 권력'이다. 여자 상관이 남자 부하로부터 '상관' 아닌 '여성'으로 여겨지는 사례가 빈번하고, 여자 부하들은 여성 상관이 지닌 불안정한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얼마나 협력하는지, 또 여성 상관은 여성 부하를 얼마나 잘 이끌어주는지도 되돌아볼 일이다.

저자는 또 "성차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사회가 여성들의 현실인 이상 그것을 피해갈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불합리한 관행을 깨는 방법이 꼭 투쟁이나 분노를 동반하지 않아도 된다"고 충고한다. 스스로를 '피해자의 처지'로만이 아니라 '내가 한 수 가르쳐준다'는 위치로 놓자는 것이다. 그러한 갈등을 혼자서 타개할 자신이 없다면 여성들끼리 운영하는 조직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면접에서 '여성에게만 주어지는' 커피 심부름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면 "맛있게 타려고 노력하겠지만 그 일이 성차별적이라고 느끼지 않기 위해 남자 동기와 그 일을 나누어 하겠다", "차 심부름과 관련한 성차별의 역사 때문에 그 관념에서 자유롭진 않지만 저와 남자 동기 둘 다에게 시키신다면 하루 열 잔도 탈 수 있다"라는 식이다.

'여성들이 처한 조건을 날카롭게 직시하되, 자신을 긍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이를 수정하라'는 조언의 핵심은 퍽이나 '실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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