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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부실 눈감은 탓에 불공정거래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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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보이는 부실 눈감은 탓에 불공정거래 양산"

[유료방송 토론회]"SO의 그릇된 방송관 바로잡아야"

"도대체 방송위원회는 무엇을 하는 기관인가. 규제기관이면 유료방송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에게 제 살 깎아먹기 식 불공정거래 행위를 당장 중지하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시청자들은 안중에도 없단 말인가."

29일 우상호 열린우리당 문화관광위원회 간사가 주최한 '유료방송시장의 공정경쟁 이슈와 제도개선 방안' 토론회는 <프레시안>이 앞서 28일 기사화한 한 복수SO(MSO) 지방계열사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착취구조 실태보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토론 참가자들은 "산업논리에 힘입어 방송시장을 넓히기만 할 뿐 각종 부실을 계속 눈감아 준다면 유료방송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는 종합적인 시각으로 방송법 전반을 개정해 지상파방송은 물론 유료방송시장 전반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SO-PP 대등관계 되려면 SO 시장지배력 약화시키는 길뿐"**

이와 관련해 발제를 맡은 권호영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출범 10년 동안 1140만 명(전국 대상가구수 대비 65%)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또 방송시장 점유율 34%를 넘어서며 지상파방송사들을 위협하고 있는 SO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PP에 대해 불공정 행위를 하는 것을 근절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연구원은 "전체적으로 가장 많은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은 △차별적 취급 △거래상 지위 남용 △거래거절 △경쟁사업자 배제 행위 등"이라며 "보다 구체적으로 PP들은 (M)SO로부터 가격과 거래조건에서 차별 받는 경우가 가장 많으며, 다음은 채널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M)SO로부터 부당한 금전(이른바 채널런칭비)이나 용역, 물품 등의 제공을 요구 받는다"고 밝혔다.

권 연구원은 이어 "더군다나 최근에는 SO시장이 소수 MSO로 재편되면서 불공정거래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MSO가 PP까지 운영하는 수직적 결합 형태인 MSP(MSO+MPP)로 변모하면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불공정거래도 늘어나고 있다"며 "따라서 이를 근절하는 방안은 PP와 SO가 대등한 지위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SO의 시장지배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위성방송(현 스카이라이프) 활성화 또는 IP-TV 조기 도입 등 대안 플랫폼의 마련 △방송법 개정을 통해 방송위가 시장 조사권을 갖도록 한 뒤 SO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직접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현행 등록제로 인해 난립한 PP들을 정리하기 위한 일시적인 승인제 도입 등을 소개했다.

***SO측 "억울한 평가 많아"…"방송위도 비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이에 대해 SO사업자인 큐릭스대구방송의 최영집 대표이사는 "10년 만에 겨우 설 자리를 잡은 케이블TV업계에 너무 가혹한 평가들이 내려지고 있다"며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최 대표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지적하기에 앞서 싼 수신료로 인한 저가시장 고착화와 무료방송에 익숙한 현재의 시청자 행태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여기다가 SO에 채널을 제공하고자 하는 사업자가 150여 개에 이르고, 이들이 제공하고자 하는 채널수가 300여 개에 달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P사업자인 시네마TV의 김현대 대표이사는 "SO가 시청자가 아닌 이윤 쪽에 눈길을 주다보니 이러한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생하고 있지만, 사실 SO 또한 수신료 저가정책으로 인해 신음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전제한 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더 이상 SO시장의 대형화 중단 △지상파방송사들의 PP설립을 통한 유료시장 진출 중단 △수신료 배분에 걸림돌이 되는 공익채널의 양산 금지 △이름뿐인 PP 퇴출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양문석 EBS 정책위원은 "<프레시안>의 보도에서 확연히 드러났듯이 SO들의 최근 행태는 어찌됐든 수신료를 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만족할 수 없는 품질의 방송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으면서, 한편으로 착취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가장 답답한 것은 이러한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방송위가 제대로 된 평가 틀조차 마련하지 않고 SO들의 그릇된 방송관을 보고만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BOX>

***본격화되는 방송시장의 '미디어전쟁'**

흔히 일반 시청자들이 가정에서 TV수상기를 통해 보고 있는 케이블TV는 엄밀히 구분하면 중계유선방송(NO)과 종합유선방송(SO)으로 나뉜다. NO는 지상파방송의 난시청 해소를 목적으로 도입된 반면, SO는 국제적 방송환경의 변화에 부응하면서 해외 위성방송에 의한 문화침투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도입된 것.

PP는 SO와의 계약을 통해 수신료를 배분받는 조건으로 1개 채널을 할당받아 운영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를 말한다.

국내에 케이블TV가 도입된 것은 지난 1995년 3월로, 이에 앞서 다채널 유선방송의 도입은 87년 대통령 선거의 공약사항에 포함되면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공보처 주도 아래 91년 12월 종합유선방송법을 제정했다. 이어 2002년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이 도입되면서 비로소 국내 방송시장에 무료가 아닌 유료방송시장이 구축되기에 이르렀다.

종합유선방송법은 99년 1월 다시 개정되면서 복수SO(MSO), 복수PP(MPP) 및 두 가지의 혼합(MSP) 등으로 대형화의 길을 걸었고, 현재 MSO의 경우 상위 9대 MSO(태광산업 CJ C&M CMB 온미디어 현대백화점 큐릭스 GS홈쇼핑)가 전체 SO 매출액의 72.8%, 가입자 기준으로는 84%를 점유하고 있다.

국내에 케이블TV가 시작될 때 구조적인 측면에서 외국과 대비됐던 부분은 기존의 전송망을 갖고 있던 NO를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이를 완전히 배제한 채 신규 사업자를 모집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양측은 가입자 유치를 위한 저가할인 경쟁, 전송망에 대한 중복투자 등 과다경쟁 등으로 자원의 낭비를 초래했다. 방송계는 현재까지 유료방송시장이 정상화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이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은 시청률과 시청점유율 모두에 있어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시청률조사 전문기관인 TNS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해 28.8%(시청률), 65.5%(시청점유율)를 기록하며 유료방송매체의 15.2%와 34.5%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향후 방송시장에서 판도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오는 12월 1일부터 방송시간대를 확대하는 것을 두고 SO 등이 크게 반발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한편 위성방송 또한 "최소한 케이블TV와 동일한 정도의 규제를 적용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 달라"며 방송정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 바야흐로 방송시장은 지상파-MSO-위성방송 사이의 '미디어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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