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위성방송 알 자지라에 대한 미 부시행정부의 폭격 계획이 국제적인 언론자유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당사자인 알 자지라를 비롯해 국제언론단체들이 미국과 영국정부에 대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반면 영국 정부는 <데일리 미러>의 첫 보도가 나간 지 24시간만인 23일, 당초 방침을 번복해 이 문제에 대한 영국 언론의 보도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언론인보호위원회(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의 앤 쿠퍼 사무국장은 23일 "부시 행정부의 알 자지라 폭격 계획은 언론인들의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하고 "(영국과 미국의 행정부가) 이번 보도의 진상을 밝히기를 거부하는 것은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킬 뿐"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또다른 국제언론단체 '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는 성명을 통해 "부시 행정부가 그같은 계획을 했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이는 알 권리에 대한 사상 유례가 없는, 중대한 침해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어 이 단체는 "만약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미 2차례나 아프간과 이라크의 알 자지라 지국을 폭격한 미군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군은 지난 2001년 11월과 2003년 4월 각각 아프간 카불과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알 자지라 지국을 폭격했으며 후자의 폭격으로 알 자지라 소속 타리크 아유브 기자가 사망했다. 당시 미군측은 오폭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카타르 도하에 있는 알 자지라 본사와 각 지국의 기자들은 24일(현지시각) '알 자지라 폭격 계획'에 항의하고 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연좌농성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또 알 자지라 경영진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영국의 골드스미스 검찰총장은 23일 영국언론에 대해 더 이상 이번 사안을 보도할 경우 국가기밀보호법에 의해 법적인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언론의 추가보도를 원천봉쇄한 것이다.
이와 관련, <데일리 미러>의 케빈 맥과이어 편집부국장은 22일의 첫 보도 이전에, 검찰 당국에 보도 여부를 물었을 때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면서 돌연 태도를 바꾼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검찰 당국이) 24시간만에 돌연 태도를 바꿔 기밀보호를 이유로 보도금지를 위협한 데 대해 크게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데일리 미러>는 부시 대통령이 2004년 4얼 16일, 백악관에서 블레어 총리에 대해 알 자지라 폭격 계획을 말했으나, 블레어 총리가 국제적 반발을 이유로 간곡히 만류하는 바람에 실행에 옮겨지지는 못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두 정상 간의 대화 내용은 '1급비밀'로 분류된 5쪽의 대화록에 수록돼 있으나 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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