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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일 교수의 향토색 짙은 흑백풍경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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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일 교수의 향토색 짙은 흑백풍경 사진전

<전시회> 사진집 '춤추는 사계', 히말라야 기행문집도 같이 나와

이대일 교수(명지대 산업지다인학부)의 흑백풍경 사진전이 12월 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인사동 동산방 화랑에서 열린다.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의 주제는'춤추는 사계(四季)'. 한국의 자연 풍경을 담은 흑백사진 40점이 전시된다. 서정성과 향토성이 강한 작품들이다.

<사진1> 경기도 포천시 가산면 명성산

사진집 <춤추는 사계>와 기행문집 <히말라야, 신의 마을을 찾아서>도 함께 나온다. 사진집은 한국의 사계를 담은 사진 80점과 각각의 작품에 따른 글을 한 편씩 수록했다. 장편소설(掌編小說) 형식의 글에서부터 에세이, 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글이 사진과 어우러져 독특한 이미지를 형성해내고 있다.

<사진2> 전북 무주군 설천면 덕유산

기행문집은 히말라야 남서부, 인도 히마찰 프라데쉬주 오지. 티베트 문화의 원형을 간직한 산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히말라야의 웅대한 자연 풍경을 글과 사진으로 엮어내고 있다.

오는 29일 정신세계사에서 출간된다.

이 교수의 얘기를 잠깐 들어보자.

"벌써 십수년 전의 일이다. 오랜만에 강화도 전등사를 찾아가던 길이었다. 절 부근에 이르렀을 즈음 지붕 한쪽에 주황색 천막을 뒤집어쓴 옛 기와집 한 채가 눈길을 끌었다. 지붕의 기묘한 분위기도 그러하거니와 대문과 앞마당 쪽의 풍경이 왠지 눈에 익어 나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대문과 담장을 이윽히 바라보았다.

생면부지의 집이건만 어디에선가 보았던 것만 같은, 낯익은 모습이었다. 호기심과 더불어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나는 대문을 두드리며 주인을 찾았다. 그러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얼마 후 나는 살짝 열려 있는 대문을 밀치고 들어섰다. 그러자 내외담이 앞을 가로막고 나섰는데 대문 양 옆으론 행랑채가 이어져 있었다.

이 안채 가리개용 담장을 돌아들자 마당과 더불어 본채가 드러났다. 대여섯 계단의 석축 위에 올라앉은 조선시대의 한옥이었는데 너무도 익숙한 자태가 한층 내 눈망울을 부풀어오르게 만들었다.

댓돌 위에는 두 켤레의 신발이 놓여 있었다. 나는 큰소리로 주인을 불렀다. 사람이 있음직해 보이건만 역시 대답이 없었다. 이 때문에 또다시 목청을 높여 주인을 부르다가 문득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그 언젠가 꿈속에서 이 집을 들어섰던 기억이 불현듯 솟아올랐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단지 스쳐 지난 게 아니어서 집안 구석구석에 대한 꿈속에서의 상이 선명하게 돋아났다.

<사진3> 찬드라 탈 호수 부근의 소택지

그러자 꿈에서의 풍경이 정말로 맞는 것인지 좀 더 확인해 보고픈 생각과 동시에 안채와 담장 사이로 두어 사람이 지날 정도의 공간이 트여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곧이어 담장 골목을 찾아 돌며 나는 놀라움으로 가슴을 떨었고 한 바퀴를 돌아 대문 우측의 행랑채로 꺾어들면서는 본채와 담장이 이루어내는 독특한 공간구조가 꿈속에서의 그것과 완전히 같음에, 기이한 느낌으로 몸이 떨려옴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나는 이 꿈의 의미를 알기 위해 혼자 애를 썼는데 전생에 내가 이곳에서 살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꿈과 현실이 꼭 맞아떨어지는 이런 기묘한 경험을 이후에도 서너 차례 겪게 되면서 나는 이런 일이 내가 알 수 없는 그 어떤 인연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라 믿게 되었다.

생명이란, 아니 삶이란 그 이유와 원인을 알지 못하는 채로 시작되어 이유도 원인도 모르는 일을 겪어나가고 또 마찬가지의 행동을 벌이다가 막을 내리는 미스터리일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삶이란 우리가 그 원인을 찾아내건 아니건, 인연의 길에 다름 아니다. 인생은 인연의 결과이자 인연을 맺어나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늘과 대지, 그리고 생명의 인연으로부터 비롯된 우리가 인생길에서 마주치는 일 모두 인연의 그루터기 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며, 여기에서 파생되는 작용들이 새로운 인연의 올을 짜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살아가는 일이란 인업(因業)을 지어내는 일이며, 과거와 미래란 어쩌면 현재의 후렴이기도 할 것이다.

히말라야. 아니 대지의 여신을 뜻한다는 초모룽마! 그 이름만 떠올려도 가슴 벅차오르는 지구의 지붕.

<사진4> 함타 패스 부근의 암봉

내가 이곳을 세 차례나 찾은 것도, 그리고 종종 그 풍경을 되새김질해보게 되는 것도, 그 가닥을 쉽게 헤아리기 어려운 인연의 실타래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숨 막히도록 장엄하고 광대한 산과 계곡이 하늘의 언어가 되어 내 영혼에 깊이 인각되고, 극한의 조건에서 피어난 놀라운 빛깔의 야생화와 삶이 내 가슴에 지문처럼 내려앉았음도 인연의 줄기에서 피어난 잠깐의 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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