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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박사님, 난자 걱정 마세요" 라고요?

美 난자기증자 후회 "지금 아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난자 매매를 둘러싼 의혹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21일 "줄기세포 연구용 난자를 기증한 여성들에게 보상금을 줬다"고 시인한 가운데, 난자의 출처를 추적해온 MBC <피디수첩> 팀은 22일 '경제적 곤경에 빠져 난자 기증에 참여한' 당사자들의 인터뷰를 방영할 예정이다.

***"황 박사님, 난자 걱정 마세요"?**

이렇게 진실을 알리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는 '난자 기증 지원을 위한 민간 재단' 설립 총회가 열렸다.

여성 벤처인 이수영 사장이 이사장으로 주도하게 될 이 재단에는 방송인 김미화 씨와 국회의원 송영선, 진수희, 장향숙과 오세훈 변호사,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사장, 윤강준 강남베드로병원 원장, 이광원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사, 정하균 한국척수장애인협회장 등이 창립발기인으로 가세했다.

이들은 "난치병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난자의 절대량이 부족하다"며 "이웃의 불행이나 인류 전체의 행복 증진을 위해 희생정신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 난자 기증의 목적과 용도를 이해한다면 본인의 판단 아래 의지를 가지고 동참할 것"이라고 여성의 '행동'을 촉구했다.

이에 한 일간지는 <"황 박사님, 난자 걱정 마세요" 각계 여성들이 팔 걷고 나섰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난자 기증이 '호소'로 될 일인가**

그러나 '난치병 치료를 위한 과학의 발달'을 지지하는 이들의 '호소'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 난자 기증이 과연 여성들의 '희생정신'에 호소할 인인가? 오히려 '난자 기증이 위험하지 않다'는 과학적 근거를 더 내놓을 일이다. 그러나 난자 적출이 여성들에게 유발하는 치명적인 위험의 사례는 현재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최근 영국 BBC 방송은 6월 30일 방송에서 "난자 공여에 있어 희박하지만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위험은 난소 과잉자극 현상(OHSS: ovarian hyperstimulation syndrome)"이라며 "난소 자극을 받은 여성의 20%가 복부팽창과 호흡곤란을 겪고 1%의 여성들은 죽음에 이를만큼 심각한 증상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OHSS로로 사망한 여성만도 5명에 이른다"고 보도해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불임 시술이나 난자 기증에 관한 서구 국가들의 법률과 규제 체계는 '자유 방임적 무규제 정책' 노선을 걷고 있는 미국과, 이와는 정반대로 1990년 제정된 배아보호법을 통해 불임시술 자체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독일, 그리고 1990년 법 제정을 통해 불임시술 전반을 관장하는 인간수정및발생학청(Human Fertility and Embryology Authority, HFEA)을 둔 영국이 있다. 영국은 금전적 보상이 250파운드(약 45만 원)를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이타적 행위'로서의 난자 기증이나 대리모 시술만을 허용하고 있다.

위 세 나라 중 한국과 가장 상황이 흡사한 미국에서 지난해 난자를 팔아 학업을 계속해온 여성이 쓴 책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연쇄 난자 기증자의 고백(confessions of a Serial egg donor)'라는 제목의 이 책은 여대생들을 상대로 한 난자 매매 사이트가 버젓이 존재하고, 난자 브로커가 활발히 활동하는 미국의 '무규제적 상태'의 위험함을 저자 본인의 경험과 함께 통렬히 고발하고 있다.

***"만약 내가 난자 적출이 가져올 위험을 알았더라면..."**

첫 난자 판매를 할 당시 24세였던 줄리아 데렉(Julia Derek)은 1996년 이후로 4년간 무려 12번이나 난소과배란 처치를 받았다. 그 후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린 저자는 결국 난자 기증을 그만뒀고 지금까지도 심한 월경 전 증후군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녀의 첫 난자 매매는 바닥난 유학자금 때문이었다. 스웨덴 출신으로 저널리즘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으로 유학온 그녀의 돈은 3개월만에 바닥이 났고, 취업 자격이 없는 그는 돈을 구할 데가 없었다.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태에 몰리자 그녀는 궁여지책으로 3500달러와 자신의 난자를 교환했고, 그녀의 이런 거래는 그 후 11번이나 반복됐다.

그녀는 "만약 내가 난자 적출로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문제를 겪을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아마 안 했을 것"이라며 "과학자들은 난자 기증자의 건강에 대해 좀더 연구해야 하고, 여성들도 기증을 결정하기 전에 굉장히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왜냐하면 난자를 적출하려면 여성들은 굉장히 다양한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다, 잠든 상태에서 굉장히 긴 바늘이 질 속으로 들어와 난자가 채취된다. 이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난자 기증자가 되려면 여성들은 한 마디로 천하무적(invincible)이 되야 한다. 왜냐하면 이는 거의 도박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당신이 겪어야 할 위험을 그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여성들에게 경고했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자신의 몸 안에 긴 바늘을 집어넣어 그것도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완전히 검증 안 된 난자 기증에 누가 기꺼이 나서려고 하겠는가? 역시 경제적 곤경에 처한 여성들일 수밖에 없다. 빈곤한 여성의 몸은 얼마든지 국가경쟁력을 위한 자원과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이 아니라면, 우리는 '난자 적출이 여성의 몸에 가져올 위험'에 대해 좀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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