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재단 사무실을 방문하고 이소선 여사 1주기 추모 헌화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재단으로 들어가는 골목이 시민단체와 쌍용차 노조원들에 의해 막혔다. 박 위원장은 박계현 재단 사무국장과 "불편하게 해드린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통화만 한 뒤 10분 만에 다시 걸음을 돌렸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는 "우선 22명의 노동자들의 죽음이 있는 쌍용차 분향소부터 방문하고 오는 것이 순서"라며 쌍용차 문제의 해결을 촉구했다.
전씨는 또 "전태일 정신 없이 재단에 오는 것은 그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라며 "쇼를 그만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전씨를 비롯한 유족 관계자들은 이날 박 후보의 이번 방문을 '일방적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전씨와 함께 이 자리에 온 한 지인은 "박 후보가 방문한다는 사실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유족 측에서는 박 후보의 방문을 허락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전태일 다리서 "노동자 행복한 나라 만들겠다"
재단방문이 무산된 박 후보는 청계천 6가 평화시장 입구의 '전태일 다리'로 이동했다. 전태일 다리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노제와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영결식 등이 치러진 상징적인 장소이다.
박 후보는 전태일 동상 앞에 헌화하려했으나, 김정우 쌍용자동차 지부장이 바닥에 누우며 저지했다. 박 후보는 잠시 머뭇거리다 국화다발을 김준용 국민노조총연맹 자문위원에게 건넸다. 김 자문위원은 박 후보와 재단 사이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한 인사다. 김 자문위원이 헌화하자 김 지부장이 국화다발을 발로 밀어 난간 아래로 떨어졌고, 쌍차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피켓을 든 한 남학생이 다시 들어올려 반대편 인도로 던졌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 전태일 다리를 방문, 헌화를 하려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
취재진과 시위하는 시민들로 거리가 혼잡해지자, 박 후보는 김 자문위원과 전태일 열사의 분신 장소에서 3분 가량 짧게 얘기한 뒤 바로 자리를 떴다. 박 후보는 김 자문위원에게 "산업화, 민주화 세력들이 화해하고 협력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이 "노동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주세요"라고 말하자 "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오늘 못 뵌 분들과 유족분들께도 전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전태일 정신 국정에 반영코자 한 것" VS "현재 노동 문제부터 해결해야"
박 후보의 전태일 재단 방문 일정이 무산된 것과 관련, 새누리당 홍일표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후보가 전태일재단에 방문하기로 한 것은 국정에 그분의 의지가 반영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며 "그러나 이번 방문 무산으로 우리 사회에 가로놓인 벽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고 전태일 열사의 가족이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민주당도 좀 더 열린자세를 갖고 국민통합 노력에 동참하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한편 고(故)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자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전순옥 의원은 이날 오전 박 후보의 전태일 재단 방문에 대해 성명을 내고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박 후보가 좋은 취지로 재단을 방문하는 것이겠지만 이 나라 노동의 현실은 그렇게 쉽게 개선될 수 없을 만큼 문제 투성이가 돼버렸다"며 "현재의 노동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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