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 후보 선출방식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 갈등이 일단 소강국면으로 잦아들었다.
이번 논란은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는 선거인단 구성비율을 두고 각 대권주자 진영에서 '기 싸움'을 벌인 격으로, 진영마다 유불리가 확연하지 않아 수습이 비교적 수월했다. 그러나 현안을 두고 당내 각 진영이 대립각을 세우는 양상은 향후 대권가도에서 국면마다 벌어질 주자 간 갈등을 예고하는 듯해 '대선 전초전'을 방불케 했다는 평이다.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까, 박근혜 대표 혁신위안 수용**
한나라당은 14일 의원총회를 열어 대선후보 선거인단의 당원과 비당원 비율을 50 대 50으로 규정한 혁신위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원안대로 17일 당원 대표자회의에 올려 확정하기로 결정했다.
당헌당규 개정을 둘러싼 당내 논란은 지난 10일 운영위에서 선거인단의 당원 비율을 최대 80%까지 늘릴 수 있도록 혁신위안을 수정한 데서 시작됐다.
이에 당내 비주류가 "친박(親朴) 성향이 짙은 운영위가 박근혜 대표 측에 유리하게 '게임의 룰'을 고쳤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박 대표를 경계로 한 주류와 비주류 간 논쟁이 재연됐고, 그 와중에 소장파의 좌장 격인 원희룡 최고위원이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를 직접 만나면서 갈등은 대권주자 간 '파워게임'으로 비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선거인단 구성비율에 따른 각 진영의 득실차가 크지 않은데다가 '지지율이 간신히 40% 벽을 극복한 시점에 당내 권력다툼이 벌이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자성론이 불거지면서 박 대표가 한 발 물러나는 선에서 논란을 마무리지었다.
이날 의총에서 수요모임, 발전연 등 당내 비주류 의원들로부터 '혁신안 원안 통과'를 주장하는 발언이 이어지자 박 대표는 "의원 여러분이 대부분 혁신안 원안대로 가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느꼈다"며 "굳이 표결하지 않고 혁신안 원안대로 가자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정리했다.
***한나라당 주류-비주류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 **
이로써 당헌당규 개정과 관련한 당내 갈등은 진정되는 수순에 들어섰지만, 주류와 비주류 간의 갈등 요인은 수면 아래로 잠복한 것이 불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이번 논란을 통해 각 대권주자 진영별 의원분포가 확실해진 만큼, 계파간 갈등은 대선후보 확정 시점까지 수면 위아래를 오가며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의총에서는 박 대표가 '혁신안의 수용'을 선언한 후에도 김영선 최고위원과 김충환 의원이 "혁신위안에 대해 반대의 뜻이 있다는 것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 달라"며 반대를 분명히 했다.
곽성문 의원은 "원희룡 의원은 최고위원이면서 수원 가서 손학규 경기도지사를 만나고 지하철을 타고 세종로 가서는 이명박 서울시장을 만나는 등 편 가르기, 줄 세우기 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며 원 의원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김영선 최고위원은 앞서 상임운영위 회의에서도 "국민을 향한 서비스 없이 권력만을 위한 투쟁, 투쟁만을 위한 투쟁을 하다가는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버림받는 정당이 될 것"이라며 혁신안 관철을 위해 결집한 당내 비주류를 공격했다.
양 진영의 격앙된 목소리는 닫힌 회의장 문틈으로도 새어나왔다. "수정안의 절차를 설명해달라"는 의원들의 주문에 홍준표 혁신위원장이 "설명을 하겠다"고 올라가자 김영선 최고위원이 "당신이 뭘 안다고 올라가냐"며 소리를 질렀다. 이에 홍 위원장은 "모르긴 뭘 몰라"라며 언성을 높여 맞받아쳤다.
의총이 다 끝난 오후에 다시 한 번 기자실을 찾은 홍 위원장은 "혁신안이 의총에서도 확정됐으니 더 이상 사무처에서 장난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운영위를 주도한 김무성 사무총장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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