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비 지출이 있는 가구의 13%가 빚을 진 채로 무리한 사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에듀푸어(교육 빈곤층)'이다. 82만4000가구, 305만 명 규모다. 이 가운데 73.3%가 중산층으로 조사됐다. 지나친 교육비 부담이 중산층 붕괴를 가속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너지는 중산층, 소득은 기는데 교육비 지출은 날아
지난 24일 현대경제연구원 조호정 선임연구원 등이 발간한 보고서 '국내 가구의 교육비 지출 구조 분석'에 의하면, 가계 소득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 5.8%에서 2011년 7.8%로 늘어나 가구당 교육비 부담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소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1990년 8.3%에서 2011년 12.6%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국내 가구의 소득이 동기간 4.1배 증가한 것에 비해 교육비 지출은 6배 증가한 결과다.
'에듀푸어', 빚 지고도 평균 이상 교육비 지출
에듀푸어는 집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담보 대출 때문에 가난한 이들을 뜻하는 하우스푸어라는 말에서 유래된 신조어다. 보고서는 에듀푸어를 '부채가 있고 적자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평균보다 많은 교육비 지출 때문에 빈곤하게 사는 가구'라 규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 빈곤층은 교육에만 집중하는 불균형적 소비를 하고 있다. 교육을 제외한 의식주 등 다른 부문의 소비는 모두 평균 이하로 줄이는 내핍생활을 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교육 빈곤층이 전체 소득 중 의식주에 전체 29.4%를 소비하며 이는 평균인 32.4%보다 3.4% 낮은 수치라고 밝혔다. 보건, 교통, 통신 등 상품 및 서비스 부문을 합한 지출도 평균보다 7.0% 낮게 나타났다.
'에듀푸어' 대부분은 대졸 중산층
교육 빈곤층은 대부분 중산층이라고 보고서는 발표했다. 교육 빈곤층 중 73.3%가 중산층이며 고소득층이 21.5%로 그 뒤를 이었다. 저소득층은 7.0%로 가장 낮았다. 평균 교육비 지출 규모는 고소득층이 가장 컸다.
교육 빈곤층에 해당하는 가구주의 대부분은 대졸 이상 또는 고졸 학력의 소유자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자녀 교육비 지출이 있는 가구의 학력별 비중은 대졸 이상, 고졸, 중졸 이하 순으로 나타나 부모의 학력 수준에 비례해 자녀 교육비 지출도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취약한 공교육, 학력 중시 풍조가 원인
보고서는 교육비 지출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원인으로 두 가지를 지적했다. 첫째는 공교육 관련 전체 지출 가운데 민간 부담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민간 부담은 학교 교육에서 민간이 부담하는 금액 중 사교육비는 제외한 금액을 뜻한다. OECD 평균 민간 부담이 0.9%인 데 비해 한국의 민간 부담은 2.8%로 1.7%인 일본, 0.5%인 프랑스보다 높다.
두 번째 원인은 사회에 만연한 학력 중시 풍조다. 학력이 낮으면 능력이 있어도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고정관념으로 박힌 탓에, 가계부채를 안고 사는 가구들조차도 자녀 교육에 과도한 지출을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조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과다한 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공교육의 내실화와 교육재정의 확충을 지속해야 하며 학력사회에서 능력사회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