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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출사표에 범람하는 한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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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출사표에 범람하는 한강사업

졸속의 '청계천 따라하기', 한강환경 파괴우려

"청계천을 본받아 한강을 개발하자."

요즘 일주일 터울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나서는 한나라당 '선수'들의 출사표에는 여지없이 '한강개발 프로젝트'가 담겨 있다.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시장 당선은 물론 대권가도까지 닦은 이명박 서울시장을 벤치마킹한 것이라지만 '따라하기'에 연연하는 졸속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 시장을 밀어준 '청계천 바람'이 한강에서도 불어올 지는 의문이다.

***홍제천 복원, 중랑천 수상공원화, 백야운하 등 가지각색 '한강개발안' **

이재오 의원은 3일 한양대 원제무 교수와 공동집필한 책 <수채화 세계 도시기행>의 출판 기념회 자리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의원이 야심차게 들고 나온 서울개발 공약은 '서울 그랜드 디자인'. 이에는 청계천에 이어 홍제천 등 복원 가능한 다른 지천 16개를 되살리고 한강을 역사의 강, 문화의 강, 자연의 강으로 회복시킨다는 '한강복원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이미 '청한포럼(청계천에서 한강까지)'이란 모임까지 구성한 이 의원은 다음 달 중 세미나를 열어 한강개발을 포함한 '그랜드 디자인' 17개 정책아젠다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27일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홍준표 의원 역시 "이명박 시장님께서 하신 것처럼 '청계천 프로젝트'에 버금가는, 서울시 전체를 바꿀 수 있는 일을 준비하고 있다"며 한강개발에 관한 구상을 내놨다.

홍 의원은 우선 청계천과 만나 한강으로 들어가는 서울 동북부의 중랑천을 '서울의 센강'으로 만들겠다면 중랑천의 수상공원화 계획을 발표했고, 한강 관련 다른 계획들도 구상 중이다.

정책위 의장직을 사퇴하면서 사실상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맹형규 의원은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사이를 인공지반으로 덮어 한강변으로 직접 연결되는 '수퍼데크가든 계획'을 선보였다.

맹 의원은 용산민족공원 내에 '백범호수'를 만들고 한강과 백범호수를 연결하는 '백야운하 조성계획', 난지하수처리장을 복개한 뒤 노량진 수산시장을 옮겨 대형 수산물유통센터와 수상공원을 건설한다는 '아쿠아마린 계획' 등 정책통답게 다양한 구상들을 내놓고 있다.

***"친환경 포장 속에 여전한 개발연대식 구상" **

그러나 출마자들의 하나같은 '한강 일성'에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한강이 더 이상 나빠질 여지가 없다고 해서 너도나도 시장이 되겠다는 욕심에 한강을 마구 짓밟겠다는 거냐"며 코웃음을 쳤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홍 교수는 최근 이명박 시장식 청계천 개발을 신랄하게 비판한 책 <생태문화도시 서울을 찾아서>를 펴냈다.

홍 교수가 이처럼 한강개발 계획에 부정적인 이유는 "한강을 제대로 살리려면 한강변을 뒤덮은 강변도로와 내부순환도로를 다 걷어내야 한다"는 지론 때문이다.

홍 교수는 "강변을 자동차 전용도로가 점령하고 있는 유례없는 현황은 무시하고 지천에 물만 많이 흐르면 센강이고 라인강이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친환경이란, 생태도시란 말이라도 안 꺼내면 밉지나 않겠다"고 꼬집었다.

홍 교수는 "흉물로 남은 유진상가를 그대로 두고 홍제천 살리겠다는 이재오 의원도, 자전거 전용도로랍시고 강변을 포장으로 덮어두고선 중랑천 살린다는 홍준표 의원도 친환경으로 포장은 했지만 개발연대식 공약을 답습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맹형규 의원의 '수상공원 계획'에 대해서도 "비가 와도 30센티미터밖에 물이 차지 않는 개천에 수상공원을 만들려면 물을 가둬야 하는데 생태계가 훼손되는 것은 안중에도 없냐"고 반문했다.

홍 교수는 "이명박 시장이 청계천으로 재미를 봤으니 흉내를 내고 싶은 유혹이야 당연하지만 한강 복원은 청계천 복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규모가 큰 공사"라며 "괜히 무모하게 이 시장 따라하다 덤터기나 쓰지 말고 한강 아닌 다른 데서 공약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스 시작>

***또 다른, 낯 익은 공약 '국제 비즈니스도시'**

한나라당 시장감들이 한 목소리로 약속하는 또 다른 공약은 '국제 비즈니스도시 계획'.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서울의 한 지역에 국제기구 및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지역 본부를 유치해 서울을 국제 비즈니스도시로 만든다는 구상은 일치한다.

이 의원은 뚝섬 서울 숲 인근이나 마곡지구 일대에 '글로벌 비즈니스 파크'를 조성하겠다는 프로젝트를 내놨고, 홍 의원은 서울 동대문 자리에 한국 금융의 핵심 기능을 갖춘 130층짜리 고층 빌딩을 지어 제2의 '테헤란로'로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공식 출마선언을 앞두고 있는 박계동 의원도 같은 개념의 세계 경제중심 도시화를 구상하고 있다.

이 거창한 계획들은 언뜻 보면 그럴 듯하지만 왠지 낯이 익다. 바로 행정중심도시 건설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3월 열린우리당 수도권 발전특위 위원장이던 김한길 의원이 내놨던 '금융벨트' 구상과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당시 행정기관의 지방이전으로 불거진 '수도권 역차별' 주장을 무마하기 위해 현재 문화관광부 청사 자리에 초고층 현대식 빌딩을 지어 세계 100대 다국적 기업과 주요 국제기구 아시아 본부를 유치하고, 서울 파이낸스 빌딩과 명동을 잇는 '금융벨트'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이 같은 계획은 서울시가 여의도 서울시 소유 땅에 AIG와 손잡고 초고층 금융센터를 세우려는 계획 등과 전면 배치될 뿐 아니라, 다국적 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외국인 회사에 대한 유리한 투자환경 조성 등 선결과제가 만만찮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은 '안'의 하나로 묻혀졌다.

<박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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