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40년 지기'의 우정마저 갈라놨다. 대학에서 만나 64년 6·3 한일협정 반대 데모를 함께하며 한때는 서로를 '정치적 동지'라 불렀던 경기광주 홍사덕 후보와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이 선거 막바지에 "등 뒤에서 칼을 꽂았다"(홍), "차라리 '40년 친구'라고 부르지를 말지…"(김)라며 서로에게 등을 지는 모습을 보노라면 "국회의원 배지가 뭐기에…"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내가 당선돼 돌아가는 것이 자네의 입지에 해가 되는가" **
홍 후보는 2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김 의원을 거듭 '40년 친구'라고 불렀다. 그러나 '40년 친구'가 맥락상으로는 '40년 원수'로 읽힐 정도로 문장 하나하나가 '비난조'였다.
홍 후보는 자신이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것은 "자신의 계보였던 사람이 공천을 받아야 한다"는 '40년 친구'의 '입김'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선 후 복당하겠다는 출사표에 '복당불허'란 메아리가 돌아온 것도 "'40년 친구'의 강력한 요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그 친구는 오늘도 광주를 누비며 나를 비난하는 얘기를 하고 다닌 모양"이라며 "친구여, 정치가 뭐기에 내 등 뒤에서 칼을 꽂는가. 내가 당선돼 한나라당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렇게도 자네의 정치적 입지에 해가 되는가"라고 김 의원을 비난했다.
홍 후보는 "한번이라도 '내 계보가 공천을 받아야 하니 홍사덕 네가 양보하라'는 얘기라도 들었더라면 배신감이 이렇게 크지는 않았을걸세"라고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오는 10월 26일 선거일은 '40년 친구'의 의도대로 나의 정치생명이 끝나는 날이 될까? 그때 내 묘비명은 '여기 40년 친구의 칼끝에 숨진 자 누워있다'고 써야 될는지…"란 맺음말에서는, 한나라당 후보 지원에 나선 김 의원을 공격하는 동시에 자신은 '동정론'을 얻으려는 홍 후보 측의 고도의 전술이 읽혔다.
*** "차라리 40년 친구라는 말을 하지 말지…"**
글을 본 김 의원은 "사덕이가 쓴 글이 아니다"라고 애써 무시했다고 한다. 대신 "의원님은 대응하지 마라고 했지만 이번 공천 과정을 제일 잘 아는 사람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며 김 의원의 수행비서가 25일 편지형식의 반박글을 기자들에게 보냈다.
그는 "비서들의 생각은 친구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홍 후보가 공천을 받기 보다는 그동안 당에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또 김 의원과 정치적 신념을 함께하는 정진섭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믿었다"며 "그래서 남들이 경기도 광주 공천에 대해서 물으면 그냥 '난 사덕이가 되어도 좋고 진섭이가 되어도 좋지 뭐'라고 대답하는 김 의원의 모습이 답답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홍 후보는 김 의원이 대화를 피한 것처럼 말했지만 나를 통해 김 의원과 몇 번씩이나 전화통화를 했다"며 "김 의원이 '진섭이를 (공천)등록하지 말게 할까'라고 물었을 때도 '당 분위기가 내게 불리하게 돌아갈 것 같다'며 정 후보를 등록시키라'고 한 것도 바로 홍 후보"라고 홍 후보의 주장을 반박했다.
"내 부덕의 소치다. 그러나 하늘이 알고 내가 알고 사덕이가 더 잘 알것이다. 그렇게라도 해서 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겠다면 좋다. 안타까울 뿐이다"란 김 의원의 말을 전하면서, "당신의 바보같은 '40년 친구'는 이렇게 바보같이 '40년 친구'를 믿고 기다리고 있습니다"고 찍은 마침표에서는 역시 홍 후보의 비난은 적극 반박하면서도 김 의원의 '덕'을 부각시키려는 김 의원측의 계산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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