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10.26 재선거를 하루 남겨두고 대구 동을에서 한나라당에 '비상등'이 켜졌다. 자기 네 '안 마당'이라고 여겨 왔던 대구가 위험하다는 '비보(悲報)'에 다급해진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은 이날 대구로 총출동해 대구의 보수적 기질과 지역적 자존심을 한껏 자극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위대한 대구시민이 중상모략 세력에 이용당해서야"**
박 대표는 이날 오전 유승민 후보의 선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의 미래가 달려 있고 나라의 앞날이 달린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선택해 대구경제를 살리고 흔들리는 나라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간청했다.
박 대표는 우선 열린우리당 이강철 후보의 선전 요인인 '공공기관 동구 유치' 공약에 대한 공세부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유 후보가 당선되면 공공기관이 나의 지역구인 달성군으로 간다는 이강철 후보 측의 주장은 흑색선전, 중상모략"이라며 "온 나라를 이념, 지역, 빈부로 갈라놓더니 이제는 대구까지 편을 갈라놓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위대한 대구시민께서 이런 세력에게 이용당해서야 되겠느냐"고 '자존심'에 호소하며 "저 박근혜를 믿느냐, 열린우리당을 믿느냐? 여러분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구가 노무현 정권 심판대열 선봉에 서야" **
박 대표는 또 "모든 것을 희생해서 피땀으로 일군 나라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위기감을 조성하며 보수성향의 지역색을 적극 활용했다.
박 대표는 "만약 이런 정권에게 대구가 승리를 안겨준다면 노무현 정권이 앞으로 어떻게 하겠냐. 지금까지 국민이 안 된다고, 야당이 안 된다고 해서 겨우겨우 막아놓은 것까지 마음대로 다 하려고 할 것"이라며 '정권심판론'을 빼들기도 했다.
박 대표는 "대구는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항상 중심에 서서 이 나라를 지켜주었던 곳"이라고 추켜세우며 "우리 대구가 노무현 정권 심판대열의 선봉에 서야 하지 않겠냐. 다시 한번 동구주민 여러분의 뜨거운 애국심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4.30 영천 재선거에서 높은 투표율 덕을 봤던 박 대표는 "나 하나 투표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생각하시면 엉뚱한 선거결과가 나와 이 정권의 오만과 독주를 막아낼 수가 없다"며 투표율 올리기에도 부심했다.
***대구는 박근혜의 '명운'이 달린 승부**
박 대표가 "유승민 후보는 저와 한나라당이 정말 아끼는 사람이다. 정권을 만들어내기 위해 꼭 필요한 인재다. 이회창 전 총재께서도 아들처럼 귀하게 여기던 사람이다"며 '창심(昌心)'까지 끌어들인 부분은 거의 '애원조'였다.
다른 지역도 아닌 대구에서 의석을 놓칠 경우 박 대표의 당내 입지는 물론 향후 대권가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비례대표를 떼고 나온 유 후보만큼이나 박 대표로도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 지지세에 의존하며 '설마, 설마'하던 후보캠프에서도 자체 여론조사 결과 백중세를 벗어나지 못하자 바짝 긴장하며 "박 대표가 '10.26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제안까지 내놓고 있다.
10.26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일로, 박 대표는 예년처럼 현충원에서 열리는 추도식에 개인 자격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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