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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적 핵이용, 북한은 되지만 이란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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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적 핵이용, 북한은 되지만 이란은 안 된다?

<데스크 칼럼> '한국외교의 일관성'을 묻는다

이란이 자국의 핵개발과 관련한 IAEA(국제원자력기구) 결의안을 한국이 지지한 데 대한 보복으로 한국산 제품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아직 자세한 경위나 정확한 진상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는 우리가 입을 경제적 피해 외에, 우리 외교의 자주성 및 일관성과 관련해서도 자성의 계기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19일, 한국 관리의 말을 빌어 이란이 한국의 IAEA 결의안 지지에 대한 보복조치로 한국산 제품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것같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이어 테헤란발 기사에서 익명을 요구한 이란의 한 국영 제조업체 간부가 "(이란) 통상부로부터 한국과 영국에 대한 교역 금지 지시를 구두로 받았다"면서 이 지시가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두 나라의 이란에 대한 적대행위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했다.

이와 관련, 이란의 골람호세인 엘함 대통령 비서실장은 수입금지 조치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으나, 이란의 ISNA 통신은 엘함 비서실장이 "정치적 관계와 시각은 분명히 경제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란은 지난 17일 LG의 PVC 10만 달러 어치와 18일 대우인터내셔널의 철강제품 180만 달러 상당의 수입을 중단시킨 데 이어 19일에도 3건의 한국상품 수입 승인을 보류했다.

물론 이란 외교부의 이자디 아주국장은 19일 테헤란에서 임홍재 주 이란 대사를 만나 "이란 외교부로서는 한국 상품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에 관해 (관련 부처로부터) 공식으로 통보받은 바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영구적 공식조치인지, 일종의 겁주기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또 우리 정부도 임홍재 대사가 19일 이란 외무부에 이어, 20일 상무부와 접촉해 수입승인 보류의 배경을 파악하고 서울에서도 주한 이란 대사와 면담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므로 현재로서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다만 필자로서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지난 2003년 이라크파병 때의 논란이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왜 그런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정부는 이라크전쟁이 부도덕한 전쟁인 것은 사실이지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이라크에 우리 병사들을 보내 미국을 도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반대론자들은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를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을 돕기 위해 우리 군대를 파병한다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북한을 미국이 침공할 때 무슨 명분으로 막겠느냐며 한사코 파병에 반대했다.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논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정당한 것이었지만 결국 이라크 파병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정부의 현실론이 이겼다고 할 수 있겠다.

한국 외교의 모처럼만의 개가로 평가되는 지난 9.19 6자회담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에 대한 회담 당사국들의 이해를 끌어냈다. 당시의 성명 문안은 다음과 같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여타 당사국들은 이에 대한 존중을 표명하였고, 적절한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경수로 제공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데 동의하여다."

불투명했던 제4차 6자회담을 성공으로 이끈 데는 한국측의 적극적인 외교가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미국이 강력히 반대했던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국제사회가 원칙적으로 인정한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란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란은 현재 핵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즉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우라늄 농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달 IAEA가 이란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그동안 미국ㆍ유럽과의 핵협상을 위해 중단했던 우라늄 농축을 이란 정부가 재개했기 때문이다. 재개했다고 해봐야 우라늄농축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우라늄 원광을 농축용 가스로 바꾸기 위한 변환작업을 시작했을 뿐이다.

다시 말해 북한은 이미 스스로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나라인 반면, 이란은 이제 우라늄 농축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에 있는 나라다. 그런데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의심을 받고 있는 나라의 평화적 핵이용권은 한사코 옹호하면서, 이제 핵개발을 겨우 시작한 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는 찬성한다면 과연 일관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한국 정부가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은 두둔하면서 이란에 대한 IAEA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데에는 현실적인 사정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란은 미국이 그토록 미워하는 '악의 축'의 일원이 아닌가. 물론 북한도 '악의 축'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은 우리의 형제라는 특수한 사정이 있다. 또 찬성표를 던지라는 미국의 유ㆍ무형의 압력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강약이 부동이라, 안보와 경제 등에서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미국측의 요구를 쉽사리 거절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9.19 6자회담 공동성명으로 모처럼 자주적 외교를 펼쳤다고 자평하는 한국이 국제사회의 존중을 받으려면 외교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혹시 이란의 평화적 핵이용에 반대해야 미국이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을 용인할 것으로 생각한 것일까. 그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라 하더라도 그 선택이 국제사회에서 존중받을 수 있을까.

일시적인 불이익을 무릅쓰더라도 '기권'표를 던질 수는 없었을까. '찬성'과 '기권'을 놓고 당시 우리 정부가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궁금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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