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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 교수는…"

김민웅의 세상읽기 <135>

미국이 오늘날과 같은 국가로 이루어지는 과정에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크고 작은 몇 가지 전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대륙에서의 전쟁이 종결되면서 그 뒤 미국은 밖에서의 전쟁을 통해 거대한 제국의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게 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미국은 끊임없이 전쟁을 통해 성장한 국가라는 인상을 갖게 될 정도입니다.

1492년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상륙 이래로 유럽의 백인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에 대한 공격과 노예화를 통해 아메리카 대륙의 새로운 지배자로 자신의 위상을 굳혀갔습니다. 미국의 역사를 거론할 때마다 '원죄'처럼 지적되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에 대한 학살과 정복 전쟁이 바로 이 단계에서 일어났던 전쟁의 기본 성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민지 전쟁의 1차 단계였습니다.

일단 이 싸움이 유럽 출신 백인들의 승리로 결론이 나면서, 그 다음 단계에서는 각 출신지 별로 세력 다툼이 시작되었고 특히 영국과 프랑스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격돌을 치르게 됩니다. 아메리카 대륙을 누가 독점적인 권한을 갖는 식민지로 얻게 될 것인가의 문제를 놓고 대결이 펼쳐졌던 것입니다. 결과는 영국의 승리였습니다. 식민지 전쟁의 2차적 완결이었습니다.

대체로 그렇게 사태가 끝나는가 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아메리카 대륙 내에서 독자적인 기득권을 갖게 된 세력과 영국의 식민통치 집단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게 됩니다. 미국이라는 신생국가가 태어나게 되는 독립전쟁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지만, 본래 아메리카가 미국인들의 땅이 아니라는 점에서 식민지 전쟁의 최종 완결이었던 셈이었습니다.

이 전쟁은 지배자 영국인의 입장에서는 독립전쟁이었지만, 본래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독립이 영원히 박탈되어버리는 사건이었습니다. 유럽의 백인, 그 가운데서 영국 출신의 새로운 지배자들이 미국이라는 나라를 세워 아메리카 대륙의 실질적 주인이 누구인지를 최종적으로 확정한 전쟁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북아메리카 대륙의 주도권을 결론짓는 데에는 한번의 전쟁이 더 요구되었었습니다. 식민지를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경영하는 데 있어서 필요했던 노예노동을 아프리카인들로 공급했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미국의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인가를 놓고 미국은 일대 격론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 논란은 급기야 기존의 연방정부를 인정할 수 없다는 남부의 일부 주들의 연방 이탈과 독자적 연합정부 구성, 그리고 이들의 연방정부에 대한 공격으로 내전이 시작되고 맙니다. 흔히들 남북전쟁이라고 불리는 이 전쟁은 결국 북부의 승리로 끝나게 되고 미국은 북부의 주도 아래 자본주의 체제로 급속하게 이행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전쟁은 무엇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할까요? 같은 나라 안에서 벌어진 전쟁이라는 점에서 내전이요, 누가 먼저 공격 했는가로 보면 남부에 의한 침략전쟁이고 노예해방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해방 전쟁이며, 남부의 연방정부 이탈이라는 점에서 보면 반란이고 남부의 입장에서는 분리 독립전쟁의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전쟁의 결과로 보자면 남과 북의 재통합이 이뤄졌기에 통일전쟁이며 자본주의의 주도권이 확정되었다는 점에서는 전근대적 노예체제의 청산을 이룬 혁명일 수 있습니다. 그 이후의 발전과정을 기준으로 보면, 미국이 제국의 건설을 위한 기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제국을 향한 전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로 다양한 개념 규정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우리의 6.25 한국전쟁만큼은 다양한 접근과 개념 규정이 유독 예외적으로 불가능한 전쟁이었을까요? 만일 그렇다고 결론을 내린다면 우리는 역사에 대하여 대단히 무지하고 시야가 편협한 이해를 가진 그런 백성이 될 가능성은 없는지, 여러 가지 만감이 드는 때입니다. 이 나라에는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전쟁을 '침략전쟁'이라고 분명히 말하지 못하는 지식인들이 허다하다지요, 아마. 강정구 교수와는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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