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동북부의 인도 접경지역에서 8일 오전에 발생한 강진으로 최대 3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최대 3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최대 피해지역인 카슈미르와 노스웨스트 프린터이 지방은 접근이 쉽지 않은 오지인데다 통신망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정확한 피해규모는 시간이 더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희생자들에 대한 구호작업이 장비의 부족과 산간오지라는 지리적 특성, 악천후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각국의 물적, 인적 지원이 본격화되고 있다.
***여학교 붕괴 250명 사망…"마을이 쓸려내려가 니룸 강 막혀"**
현지 시간으로 9일 오후 현재 파키스탄 내무부가 확인한 사망자 수는 1만9600명이다. 그러나 타리크 파푸크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의 노동통신 장관은 이날 카슈미르 지역의 사망자가 3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민영 <Aaj TV>도 자료출처는 공개하지 않은 채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와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의 사망자가 2만5000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또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에서도 최소한 500명이 사망했고, 아프카니스탄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인도 및 아프간 정부가 밝혔다.
이재민 수도 급증하고 있다. 얀 에겔란트 유엔 인도지원 담당 사무차장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민이 200만~300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겔란트 사무차장은 이재민들이 겨울을 보낼 수 있는 적절한 거처의 제공과 식수 및 위생도구의 공급 등 긴급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는 카슈미르의 행정수도인 인구 12만5000명의 무자파라바드와 바그, 라왈라콧 마을, 노스웨스트 프런티어 주 등에서 피해가 극심했다고 밝혔다.
노스웨스트 프런티어 주 만세라의 한 여학교 건물 붕괴현장에서는 학생 사체 250구가 발견됐고, 다른 학교에서도 어린이 수십명의 사체가 나왔다. 이슬라마바드에서는 19층짜리 빌딩 일부가 무너져 엄청난 사상자가 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건물 잔해더미의 바다'가 된 카슈미르 지역 폭 100km 지대는 구조작업이 지연되면서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최초 지진 발생 이후 50여 차례 계속된 여진으로 추가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재영(在英) 무슬림 총단결…국제사회 구호활동 본격화**
피해규모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의 구호활동도 본격화되고 있다.
에겔란트 사무차장은 "피해지역의 기반시설이 파괴됐기 때문에 피해자를 수송하고 응급 및 복구 물자를 공급하기 위한 헬리콥터가 시급히 필요하다"며 이번 주부터 국제적인 구호기금 모금활동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개별 국가들의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은 파키스탄 당국에 1차 지원금으로 10만 파운드(약 1억8000만 원)에 이어 50만 파운드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고 소방대원 60명으로 구성된 수색·구조팀이 피해지역으로 파견됐다.
특히 160만 명에 달하는 재영 무슬림 사회는 조국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일요일인 9일 하루 만에 영국 전역의 이슬람 사원에서 약 300만 파운드의 성금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내 무슬림 인구 160만 명 가운데 절반이 파키스탄 출신이며, 그 가운데 절반은 이번 지진으로 최대의 피해를 입은 카슈미르 출신인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 터키, 그리스, 스위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속속 구조팀을 파견하고 있고, 지진 피해에 익숙한 일본은 재해 대처에 능숙한 경찰 및 재난관리 당국, 해안경비대 특수인력 50명으로 구성된 긴급구조팀을 파견했다.
이 외에도 유럽연합(EU)이 300만 유로(약 38억 원), 아일랜드가 100만 유로, 호주가 38만 달러, 미국이 10만 달러의 복구자금을 지원했고 필요시 추가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10일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유럽본부에서 적십자 및 기타 국제 구호단체들과 함께 국제회의를 열고 파키스탄 긴급구호 지원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OCHA는 구호조정팀 8명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급파해 국제적 구호활동을 조정할 긴급구호센터를 설치한데 이어 10~12명을 추가로 파견했다.
***한국 교민·여행객 피해 없어…10일 구호팀 파견**
이번 지진으로 인한 한국인 교민과 여행객들의 피해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날 "교민 피해는 없는 것으로 일단 확인됐으나 현지 여행자가 있을 수 있어 한국인 피해 여부를 계속 확인 중"이라며 "현재까지 한 명의 여행신고가 들어와 있지만 사고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는 주로 상업지역인 카라치와 라호르를 중심으로 350여 명의 교민들이 있으며 이슬라마바드에는 대사관 직원과 선교사 등 일부 주재원만 거주하고 있고 카슈미르 지역에는 2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10일 긴급구호팀 선발대를 현지에 파견할 계획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의료진, 인명구조 요원 등으로 꾸려진 한국국제협력단(KOICA) 긴급 재난구호팀 선발대 3명을 파키스탄 현지에 파견할 방침"이라며 "선발대가 파악한 본대 파견 지역과 안전상황 등을 기초로 이르면 11일 의약품 등 수t 가량의 긴급 구호물자와 함께 본대를 파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호팀 본대는 의료진과 구조요원 등 10∼20명 규모로 꾸려질 것으로 알려졌고 피해 규모가 집계되는 대로 지원액을 결정하기로 했다.
***잦은 지각충돌이 불러온 자연재해…동물 예지능력 또한번 화제**
지진학자들은 리히터 규모 7.6을 기록한 이번 강진이 지질학에서의 '판구조론'에서 말하는 '지각충돌'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판구조론은 거대한 지각을 형성하는 13개의 판이 지표와 지구 중심핵 사이의 유연한 부분인 맨틀 위를 매우 느린 속도로 떠다니면서 서로 충돌하거나 하나의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들어가 융기하며 지진, 화산 등의 현상을 일으킨다는 이론이다.
<BBC>에 따르면 학자들은 이번 파키스탄 강진도 인도․파키스탄이 위치한 '인도판'이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북쪽으로 이동, '유라시아판'과 충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강진 이전에도 과학자들은 이들 지역의 지질 분석자료를 근거로 인도·파키스탄 북부 지역에서의 강진 가능성을 여러차례 경고한 바 있다.
한편 지난해 말 스리랑카를 강타한 쓰나미 피해 때도 코끼리와 사슴 떼가 지진발생 직전 고지대로 이동해 피해를 입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강진 전에도 새들이 울음소리를 내며 둥지를 떠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물의 자연재해 예지능력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AFP>와 <로이터> 통신은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까마귀들이 지진 직전에 비정상적인 울음소리를 내며 날아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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