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국정감사 풍경은 '기이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보육료 예산과 보육료 자율화'를 둘러싸고 여야의 입장을 넘나드는 논의를 벌이는가 하면 여성가족부와 재경부의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을 보였다.
***여야 여성의원들 "여성가족부, 재경부에 당당히 대응하라"**
빌미는 지난 4일 재경위 국감장에서의 한덕수 경제 부총리의 발언. "2007년부터 공공지원을 받지 않는 기관은 보육료를 자율화하겠다. 이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한 그의 발언을 놓고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이 제일 먼저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보육료 자율화의 실질적 의미는 보육료의 상승과 양극화, 보육 공공성의 포기"라며 "여기서 말하는 관계부처에서 여성가족부가 빠진다고 생각할 수 없는데 정말 협의하셨냐"고 따져묻자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이 해명에 나섰다. 여성가족부는 '보육료 자율화' 방침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이 "아이만 낳으면 국가가 키워준다는 참여정부의 방침에 안 맞는 자율화는 꼭 막아야 한다"고 다짐을 놓자 여당인 유승희 의원도 질세라 가세했다.
유 의원은 "재경부는 일선 실무자부터 이제는 경제수장까지 참여정부의 '보육 공공성' 기조에 반하는 시장경제 논리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런 재경부에 대한 여성가족부의 대응책은 뭐냐. 한덕수 부총리의 무책임한 발언에 대해 정정을 요구하라"고 재촉했다.
유 의원의 '다급함'에 비해 장 장관의 답변은 다소 한가했다.
"오해가 있으신 듯하다. 저희가 재경부가 문의전화를 여러 번 했고, 총리 주재 회의에서도 '보육료 자율화'에 대한 관계부처 장관의 언급은 거의 없었는데...제가 부총리의 진의를 다시 한번 파악하겠다."
이때 재경위 소속이자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으로 사회를 보던 한나라당 김애실 의원이 느닷없는 끼어들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국무회의에서 결정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정책의 주요 기조는 '개방'과 '경쟁'"이라며 "여성가족부는 예산 확보의 문제에 있어서 이러한 정부정책의 방향을 감안하라"고 '재경부 대변인'을 자처했다.
그러자 우리당의 김현미, 이경숙 의원이 "위원장에게 알려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재경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의도가 뭐냐"고 항의하고 나섰다. 이에 김애실 위원장은 "제가 재경위 의원이기 때문에 재경부도 보육정책을 '사회서비스 경쟁력 강화 방안'의 하나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했을 뿐"이라고 하며 넘어갔다.
***"국공립 보육시설, '지자체 부담 특별 타개책' 없인 절대 안 늘어"**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부실한 국공립 보육시설 신축현황'이 도마 위에 올랐다. 건축비의 40%(내년부터 50%)를 지원하는 외에 부지 매입비, 운영비 등 모든 비용을 지자체가 부담하기 때문에 올해 지자체의 자발적인 신청은 30건에 불과했지만 여성부는 무리하게 '400개소 신설'이 목표라고 홍보했다는 것이다.
우리당 유승희 의원은 "특별 타개책 없이 지금과 같이 지자체를 통한 방식으로는 절대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대할 수 없다"며 "공공기관, 출연기관의 보육시설 설치 의무화로 법률을 개정할 의향은 없냐"고 묻자 장 장관은 "강제조항으로 하기엔 기업부담이 커서 현재로서는 힘들다"고 대답했다.
"기초지자체 예산이 부족하다고 해서 임대주택, 공원, 대학, 종교단체 등을 이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봤지만 여전히 국공립 보육시설 설치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장 장관의 하소연에 한나라당 김영숙 의원은 "여성가족부는 올해 보육시설 투자가 12억6천여만 원에 불과하고 모부자보호시설 예산은 전혀 집행하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시설예산 집행 실적이 굉장히 저조하다"며 '여성가족부의 추진력 부족'을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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