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8일(현지시간) "내달 초 6자회담 때까지의 기간을 매우 생산적으로 사용하려 한다"며 10월 중 북한을 방문해 9.19 공동성명 이행 협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들어갈 계획이 있음을 시사했다.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는 이날 미평화연구소(USIP) 강연에서 방북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 출장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같이 답했다고 <연합뉴스>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힐 차관보는 자신의 방북 문제에 대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오늘(28일) 백악관에서 다음 6자회담에 관해 논의했다"고 밝혀 부시 미 행정부 최고위층을 중심으로 그의 방북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힐 차관보는 6월 22일과 9월 12일 두 차례에 걸쳐 방북 의사를 표명했고 우리 정부측에도 방북 의사를 수차례 거론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9.19 공동성명 이후 그의 방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힐 스스로 제5차 회담 전에 북한과 직접협상을 할 뜻을 밝히며 방북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평화체제 논의, 여러 방식 있다"**
한편 공동성명에 포함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와 관련해 힐 차관보는 강연에서 일본과도 긴밀히 협의해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힐 차관보는 "휴전협정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미국과 (안보동맹) 협정을 통한 책임의 측면에서 이에 매우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나라가 일본"이라며 "미일 안보관계는 한반도 평화체제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어떤 상황을 다루는 것이므로 일본에도 (평화체제 논의 진행상황을) 알려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의 이같은 언급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포럼에는 남-북-미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가 참여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구상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부시 미 행정부가 일본까지 논의에 포함시킬 의사가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그러나 한국과 긴밀한 논의를 통해 평화체제 논의를 위해 "여러 방식을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며 평화체제 논의방식으로 △남북대화 △이 (양자) 대화를 아우르는 포괄협정 △북한 및 미국과의 관계에서 미국의 역할 △모든 당사자들이 함께 앉는 전체협상 등을 예로 들었다.
***"북, '핵무기 반입 불허' 삽입 주장"**
힐 차관보는 "(제4차 6자회담 막바지에) 북한이 핵무기의 반입(introduction)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공동성명에 추가할 것을 원했으나 중국이 논의를 종결시켰다"며 "북한이 한국에 대한 핵우산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제거할 것을 요구했으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한미동맹은 회담의 의제가 아니다'라며 거부했다"고 소개하며 한국과 일본에 대한 핵우산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핵무기의 반입까지 불허하자고 주장한 것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정책을 포기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1991년 한반도 내 전술 핵무기를 철수했다고 선언한 미국은 핵추진 잠수함과 항공모함, 항공기의 출입 등 전략 핵무기를 통한 핵우산 정책을 지속하고 있고 북한은 이에 대한 포기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 핵무기가 없음을 확인한다'는 공동성명의 문구는 북한의 이같은 시도에 따른 결과물로 풀이된다.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는 핵무기의 반입은 금지 대상이 아니었다.
힐 차관보는 또 일부에서 모호하다고 문제를 제기한 핵 '포기(abandon)' 표현에 대해 "한국말로 '포기'라는 개념엔 자발성이 포함돼 있으며, 북한이 이 표현을 선호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협상 당시 "한국측 법률가 등과 이 말의 의미를 완전히 천착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북한을 제외한) 5자 모두 각 나라가 북한이 HEU 관련 기술ㆍ장비와 노하우를 구입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다만 HEU 프로그램 진척도에 대해서만 견해차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른 것이므로 북한 핵의 폐기를 위한 현 6자회담과는 무관한 것이라며 연말까지 KEDO 활동을 종료한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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