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시대는 그의 취임과 함께 시작된 게 아니라 2001년 9·11 테러 사흘 뒤 그가 '세계무역센터를 무너뜨린 사람들은 곧 우리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부시가 방문한 카트리나 현장에는 9·11 테러 당시 그가 메가폰을 들고 국민들을 열정적으로 격려하던 마술 같은 순간은 없었다."
<워싱턴포스트>가 부시 미 대통령에게 조롱과 비난을 퍼부었다. 이 신문은 13일자 칼럼에서 "부시 시대는 끝났고, 민주·공화 양당의 정치인들이 이 사실을 깨닫는 것이 그들 자신과 이 나라에 도움이 된다"며 부시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신문의 고정 칼럼니스트이자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인 E J 디온 주니어는 "부시 대통령이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지역을 처음으로 방문했던 지난 2일로 그의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부시, 사회보장 민영화 등 비현실적 정책 고집"**
'부시 시대의 종말(End of the Bush Era)'이라는 제목의 이 칼럼은 "부시가 정치적으로 성공한 근본원인은 그가 미국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라며 "리더십, 힘, 국민들의 안전보장 등이 부시가 그동안 빼어든 카드들이었다"고 밝혔다.
칼럼은 "그러나 지난 2주 동안 부시의 카드들은 뉴올리언스를 삼켜버린 물속에서 실종됐다"고 조롱했다.
디온은 "최근 미국인 대다수는 부시 행정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의 리더십은 자신에게만 관대했으며 그의 정치는 사회를 분열시키고 분노케 했다"고 말했다.
그는 "카트리나는 오랫동안 사라졌던 빈곤의 문제를 국가적 의제로 다시 등장시켰다"면서 "부시는 부자들을 위한 세금 감면과 극단적 파당 정치로 국민통합을 이끌지 못했고, 이라크에서도 실책을 거듭했다"고 정책 실패 사례들을 조목조목 따졌다.
칼럼은 또 "부시 대통령이 재선 이후 사회보장 민영화와 같은 비현실적인 정책을 고집할 때부터 그의 시대의 종말은 예고돼 있었다"면서 "부시 집권기간인 2001~2004년에 410만명이 빈곤계층으로 추락했다"
이어 부시 대통령의 남아 있는 희망은 그의 시대가 끝났다는 점을 인정하고 국민들이 미래에 대비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이날 "(카트리나 피해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책임은 대통령인 내가 지겠다"고 밝혔다. 그는 백악관에서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는 자리에서 "이번 참사는 정부 차원의 대응 능력에 심각하고도 광범위한 문제점을 노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시의 발언은 카트리나 수습 과정에서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이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최근 <뉴스위크> 여론조사에서는 부시에 대한 지지도가 38%로 나타나 2001년 백악관 입성 후 최저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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