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9일 이라크 전쟁 기간 중 공습으로 이라크 민간인들을 죽게 한 미국과 영국의 비행기 조종사들은 '살인자'들이며 이라크 침공 및 점령과정에서 미ㆍ영이 취한 행동은 '테러'에 해당한다고 강력하게 규탄해 국제적인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한 인권관련 국제회의에서 마하티르 전 총리가 이라크전쟁과 관련해 미국과 영국을 정면으로 규탄했으며 회의에 참석했던 양국의 외교관들은 그의 연설 도중 회의장 밖으로 퇴장했다.
중동의 알자지라 및 미국의 AP통신 등에 따르면 마하티르는 미국의 침공으로 이라크에서 민간인 수천 명이 사망했다고 규탄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영국 양국군의 행동을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로켓포 공격에 비유하면서 이들을 `테러국가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영국과 미국의 전투기 조종사들은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은 채 이라크 상공을 비행하면서 최첨단의 전투기 안에 편안하게 앉아 버튼을 눌러 폭탄을 떨어뜨려 이라크 민간인들을 죽이고 불구자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이들 살인자들은 기지로 돌아가 임무를 완수했다며 자축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밑에서 폭탄공격을 받는 사람과 폭탄공격을 하는 사람들 중에 누가 테러리스트인가? 누구의 권리가 약탈당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미군 전사자 수는 일일이 계산하면서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에 대해선 대략적인 규모마저 제시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또 "군인은 원래 전쟁터에서 죽기 마련이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작전에 의해 죽은 이라크 사람들, 그리고 미국이 촉발한 내전에서 희생된 사람들은 후세인 독재체제 하에서라면 목숨은 부지했을 무고한 민간인들"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라크 국민들을 구해야 할 국가들이 인권에 관한 국제법을 어기고 이라크 사람들을 관타나모와 아부 그라이브 감옥에 수용했다"고 규탄했다.
마하티르의 연설이 계속되는 동안 회의에 참석 중이었던 영국의 브루스 클레그혼 고등판무관 및 신원미상의 미국 관리 수 명이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에 대해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말레이시아 국립인권위원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매우 불쾌하다"면서 "그들이 민주적 과정을 신봉한다면 왜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22년 간 집권한 후 지난 2003년 은퇴한 마하티르는 평소에도 미국의 패권주의에 반감을 갖고 미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등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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