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로 다가온 독일 총선을 앞두고 사민당(SPD)의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사민당의 연정 대상으로 꼽히는 좌파연합이 연정을 바라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해 독일이 결국 '좌우 대연정'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박빙 승부, 합종연횡 점쳐져**
이같은 전망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좌파 전체의 지지율이 우파 전체의 지지율을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드러난 데에 따른 것이다.
민영 RTL 방송과 시사주간지 슈테른이 5, 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우파에 해당하는 기민련(CDU)-기사련(CSU) 연합은 42%, 자민당(FDP)은 6%를 얻는 데 그친 반면 범 좌파 진영에 해당하는 사민당은 34%, 녹색당은 7%, 좌파연합은 8%를 얻은 것이다.
이는 올해 5월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조기총선 제의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 가운데 처음으로 좌파가 우파 진영을 앞지른 것으로, 사민당-녹색당 연합에서 좌파연합까지 합칠 경우 49%가 돼 기민련-기사련 연합과 자민당을 합친 우파연합의 48%를 1%포인트 차로 누르게 된다.
이번 조사는 4일 슈뢰더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기민련 당수의 TV토론 후 이틀간 실시된 것이어서, TV토론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토론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슈뢰더 총리가 잘 했다는 응답은 48%, 메르켈 당수가 잘 했다는 응답은 28%를 기록했었다.
***슈뢰더 제2기, 기민련 정책과 '대동소이'**
문제는 오스카 라퐁텐 전 사민당 당수가 탈당 후 옛 공산당 후신인 민사당(PDS)과 손잡고 만든 좌파연합이 사민당-녹색당과의 연정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것.
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30%에 이르는 지지를 받고 있는 라퐁텐의 좌파연합은 슈뢰더 총리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비난해 온 세력들이 결집한 그룹이라는 정체성을 내세우며 사민-녹색 연합의 기존 '연정'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좌파연합의 이같은 방침이 총선 후에도 계속될 경우 사민당이 정부를 구성키 위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기민련-기사련과의 '대연정'밖에 없게 된다.
슈뢰더 제2기 내각이 2003년 선포했던 소위 '아젠다 2010'이 기민련의 정책과 본질적으로 같다는 점도 대연정의 성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사민당은 아젠다 2010을 통해 독일 복지국가의 근간을 이뤄 왔던 실업, 의료, 연금 등의 제도적 기반을 대폭 허물고 사회적 지출 규모도 크게 삭감해 왔는데 이는 기민련의 주장을 다소 완화된 형태로 받아들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기민련도 사민당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개혁의 내용에 반대하지는 않았었다.
11%에 이르는 실업률과 내수 경기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독일에서 총선의 최대 쟁점은 '누가 독일 경제를 살릴 것이냐'다. 사실상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사민당과 '선성장 후고용'을 주장하며 친기업적 정책을 내세우는 기민련-기사련이 과연 대연정에 닿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