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국정감사의 최대 화두는 'X파일'이 될 전망이다. 오는 22일부터 3주간 예정된 국감 증인명단에서도 단연 'X파일' 관련자들이 조명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회는 사건의 핵인 '삼성家' 증인 채택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8일 재경-정보-문광, '이건희 증인 채택' 불발 **
각 의원실로부터 취합된 국감 증인 신청 명단 중 'X파일' 관련자가 포함된 상임위는 재정경제, 법제사법, 정보, 문화관광 등 모두 4개.
정보위에서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구조본부장이 증인으로 신청됐고, 삼성생명 주식 매입과정을 따져볼 재경위에선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추가됐다.
그런가 하면 법사위는 '떡값' 검사 명단과 관련해 홍석조 광주고검장과 삼성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한나라당 이회창 전총재의 동생 이회성씨를 명단에 포함시켰다. 문광위에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회장과 'X파일'을 취재한 MBC 이상호 기자가 증인 후보로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이 가운데 재경, 정보, 문광위가 8일 각각 전체회의를 열어 증인채택 문제를 논의했으나, 모두 삼성일가 증인 채택을 두고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결론을 다음 주로 미뤄 '삼성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아예 이번 국감의 주제를 '삼성의 불법, 탈법, 반사회적 행태 규명'으로 규정한 민노당이 "국회가 삼성의 안전지대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증인채택 과정에서부터 진력 하는 것도 이같은 삼성의 '파워'때문이었다.
***"진실 규명에 필요" vs "기업 활동에 방해" **
재경위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증인채택 여부를 두고 "진실규명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야당과 "기업활동에 방해가 된다"는 여당이 논리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민노당 심상정 의원은 "'X파일' 녹취록에는 97년 기아자동차 사태시 삼성그룹이 이회창 후보나 김대중 전대통령에게도 불법자금을 건네며 유리한 환경 조성을 위해 로비를 벌였던 흔적이 있다"며 "삼성의 자동차 산업은 이 회장이 적극적 의지를 갖고 추진했던 사업인 만큼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이 회장의 출석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화 김승연 회장의 출석을 요구한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 역시 "탈세나 공적자금 남용, 회수 방해 등은 기업 활동과는 관계없는 일이며 국회는 국민 세금을 한 푼이라도 아끼고 국민 부담을 줄이는 것이 책무"라며 "개별적인 증인 채택 요구를 최대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은 "기업 활동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증인을 선정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고, 같은당 송영길 의원도 "재판이나 수사 중인 사안은 증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 정무, 대우 김우중-두산 박용성 증인 채택 **
이에 앞선 7일 정무위에서는 에버랜드 불법 회계와 관련해 삼성에버랜드 박노빈 대표이사의 증인 채택을 확정했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위 소관인 정무위는 이 외에도 최근 비리나 부실회계 의혹 사건 관련자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해 향후 증인들의 출두 여부와 증언 등이 주목된다.
우선 22일 국무조정실 감사에는 행담도 게이트 및 S 프로젝트와 관련해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과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 위원장이 증인으로 채택됐고, 27일 금감위 감사에는 대우그룹 분식회계 및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해 김우중 전 회장과 부인 정희자씨, 산업은행 이근영 전 총재 등이 증인 명단에 올랐다.
같은 날 두산그룹 분식회계 및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박용오 전 회장과 박용성 회장 형제도 나란히 증인으로 신청됐고, 하이트 진로 인수 과정과 관련해서는 박문덕 하이트 맥주 회장이 출석 요구를 받는다.
13일 전체회의가 예정된 환경노동위에는 장기화된 불법파견근로 문제와 관련해 현대자동차 전천수 대표의 증인 채택이 유력하다. 이 외에도 민노당 단병호 의원실에서는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한국마사회 이우재 회장과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신세계 이마트 이경상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신청해 둔 상태다.
<박스 시작>
***<증인 채택돼도 출석 안하면 그만?>**
우여곡절 끝에 상임위에서 이건희 회장의 증인 채택에 성공했다고 해도 실제 이 회장을 국감장에서 볼 수 있을 가능성을 희박하다. 국회에는 증인들의 출석을 강제할 수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증인은 불출석시 사유서를 해당 위원회에 보내도록 돼 있는데 이 사유가 불충분하다고 여겨질 경우 위원회 차원에서 사후 고발조치를 할 수는 있다. 작년 국감 당시 재경위는 대한생명 인수로비 의혹과 관련해 한화 김승연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김 회장은 해외출장 등을 사유로 출석하지 않았고, 재경위는 올 3월 김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국정감사법 제8조에 증인 소환이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어, 검찰이 'X파일' 사건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는 만큼 이 회장의 경우는 사후 고발시에도 무혐의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변호사 출신의 한 여당 의원은 "무슨 사건이든 국정조사를 먼저 시작해야 하는데 사건을 검찰에 넘겨두고 시작하니 국회는 증인을 출석시킬 권능도 뺏겨버린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박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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