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도청 내역 중 정치인 관련내용 혹은 정치인과 경제인 간의 유착관계를 담은 내용이 얼마나 되느냐는 문제에 국민적 관심이 온통 쏠려 있는 가운데, 국정원은 "정치인 관련 도청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휴대폰 도청, 2001년 4월까지" **
김승규 국정원장은 25일 국회 정보위에서 "2001년 3월 실무부서에서 작성한 '이동식 휴대폰 감청장비 지원 신청서' 5매와 '운영지침서'를 찾아냈다"며 "금번 발견한 신청서를 통해 휴대폰 감청장비를 2001년 4월까지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고했다.
휴대폰에 대한 불법 도청이 2000년 9월까지 사용됐다는 지난 5일 발표에서 7개월 정도 사용 기간이 늘어난 것이다.
김 원장은 그러나 "장비는 대공 및 마약사범 수사 등에 주로 사용됐다"며 정치인과 관련된 도청 여부에 대해서는 따로 보고하진 않았다. 이에 대해 한 국정원 관계자는 "정치인 관련 도청 여부는 관련 자료가 모두 폐기조치 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김 원장은 "장비 신청시 영장청구 등 합법절차를 거치치 않아 불법감청에 사용됐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며 과정상의 과실은 인정했다.
*** "'끼워넣기' 불법 감청 가능하나 대상, 지시자 확인 안돼"**
김 원장은 유선 감청장비에 대해서는 "감청대상 전화번호를 우리 원에서 임의로 입력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해 영장을 발부 받은 합법적 감청 번호들 중에 다른 번호를 '끼워넣는' 방식으로 불법 감청이 이뤄졌음을 인정했다.
김 원장은 "당시 장비를 사용한 직원들도 장비가 대공수사나 안보 목적과는 관계없이 일부 임의로 불법감청을 한 사실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원장은 전직 직원들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점을 들어 "누가 누구에게 누구를 대상으로 감청할 것을 지시하고 그 결과물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등은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혀, 불법 감청의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답변을 흐렸다.
김 원장은 불법도청 장비와 관련해서는 "2002년 3월 완전 분쇄해 2002년 4월 초 인천 소재 제철회사 용광로에서 용해시켰다"며 잔존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 원장은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불법감청이 이뤄졌던 흔적이 일부 드러났으나 과거와 달리 무차별적으로 행해지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차별성이 분명하게 확인됐다"며 김대중 정권을 감싸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여당 정보위원 "2002년 국회서도 '미림팀' 언급돼" **
한편, 여당의 한 정보위원은 "2002년부터 이미 정보위에서는 '미림팀' 존재가 언급됐다"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미림팀의 존재를 국정원 관계자는 물론, 일부 국회의원들도 알고 있었다면 당시 청와대도 당연히 알고 있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 의원이 "2002년 10월 28일자 속기록에 나와 있다"며 주장한 내용에 따르면, 당시 여당의 한 의원은 정보위에서 "국정원이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질문했고, 당시 신건 원장이 "내가 국내 차장에 와 보니 '미림팀'이 있어서 이런 짓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안 된다고 했다. 이거 해체했다. 지금 뭐가 있겠나"라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그 뒤로도 이 부분에 대한 공방이 몇 차례 있었는데 신 원장이 단호하게 위험성이 없다고 했다"라고 말해, 당시 적어도 정보위원들 사이에는 '미림팀'이 공공연하게 언급돼 왔음을 입증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