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실시되고 있는 중러 합동 군사훈련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향유하는 '군사적' 우월성은 건재하지만 이 지역에 대한 '외교적' 영향력만은 현저히 떨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 타임즈(FT)는 23일자 칼럼에서 "한국은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외교적 영향력이 얼마나 급속히 쇠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곳"이라며 이같이 분석한 뒤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이라크 문제 등이 외교적 난맥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합동훈련은 러시아 무기 수출 위한 시험대" 분석도**
FT의 칼럼니스트 빅터 말렛(Victor Mallet)은 이 글에서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사상 최초의 중러 합동 군사훈련을 언급하며 "미국의 군사기술은 (중러에 비해) 몇 년 앞서 있고 미국에게는 (한국, 일본과 같은 군사적) 동맹국이 있는 상황"이라며 군사적 잣대로 볼 때 당면한 위협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산둥성 등지에서 8일간 실시되고 있는 중러 군사훈련은 '한미일 견제 목적' 혹은 '한반도 패권다툼의 예행연습' '동북아 패권경쟁의 신호탄' 등으로 해석되며 미국, 일본 등 주변국들로부터 경계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말렛 역시 중국과 러시아가 국경지대에서의 '민주주의의 확산'을 우려하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의한 군사적 포위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칼럼은 그러나 이번 훈련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측면으로 러시아의 대(對)중국 무기수출 문제를 지적했다.
무기를 팔고 싶어 하는 러시아와, 해외 첨단 무기를 도입하며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러시아제 무기를 시험하는 무대로 이번 훈련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실제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하며 미사일 제작 기술을 선보였다.
***"한국 젊은이들, 미국 아닌 북한 편"**
말렛은 그러나 이 지역에서 미국에게 보다 위협적인 것은 군사적 도전이 아니라 외교력의 추락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현상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로 든 것은 한국에서 실시된 최근의 한 설문조사 결과.
그가 언급한 조사에서 대다수의 한국 사람들은 북핵에 대해 미국과 의견을 달리했고, 특히 젊은 세대의 한국인들은 북미간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 편에 서겠다고 답했다.
말렛은 최근 추진중인 주한미군 감축도 '전략적 유연성' 확보라는 미군의 명분이 있긴 하지만, 주둔을 원치 않는 한국인들을 고려한 정치적 요인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인도, 뉴질랜드 포섭 시도하지만…"**
그는 이같은 현상이 북핵관련 6자회담에서 유일하게 미국편을 들고 있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중의원을 해체하고 총선을 치르는 '부시의 친구' 고이즈미 총리의 위기를 언급했다.
말렛은 미국이 외교력의 쇠퇴를 타계하기 위해 인도와 뉴질랜드를 포섭하려는 유인책을 쓰고 있지만 그걸로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아시아를 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테러와의 전쟁, 그리고 중국과의 경제적 대결에서 나타나는 보호주의 등의 요인 때문이라면서 미국이 아시아 각국 정부뿐만 아니라 그나라 사람들과도 일치된 이해를 갖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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