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문제에 대해 한미 당국자들로부터 긍정적인 신호가 잇달으면서 내주 재개될 회담의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힐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은 '결정적 걸림돌' 아니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23일(현지시간) 국무부 출입 기자들과 만나 "(평화적) 핵 이용권 문제가 합의의 결정적 걸림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연합뉴스> 등이 보도했다.
이같은 발언은 미국측이 이 문제에 관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으로 제4차 6자회담이 휴회라는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핵 폐기 범위' 쟁점의 실마리를 내비친 것이다.
미국의 이같은 입장은 휴회중 벌어졌던 미 행정부내 강온파간 논쟁의 산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미 행정부내 관리의 말을 인용해 북한에 평화적 핵 이용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두고 지난주 행정부 내에 심각한 논쟁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 관리는 "평화적 핵 이용권은 단지 '이론적인 문제'라서 허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
***NYT "평화적 이용권으로 회담 교착되는 건 부끄러운 일"**
미국내 여론도 핵의 평화적 이용만은 허용해야 하지 않느냐는 쪽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는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인 로즈 고트묄러의 기고문을 통해 평화적 핵 이용권 보장 요구를 문제삼아 6자회담을 교착에 빠뜨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미국은) 핵무기 포기 의사를 밝힌 북한과 직접대화까지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하고 "협상이 어려울수록 이미 합의된 원칙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며 1994년의 제네바 합의로 만들어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해체하지 않은 것이 소극적이긴 하지만 이미 세워진 원칙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우성 외교보좌관 "합의문 포함 가능"**
한편 우리 정부도 평화적 이용권을 허용하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관계국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협의차 방미중인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23일 평화적 핵이용 문제는 절충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을 비롯해,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도 우리 정부가 이를 합의문에 포함시키길 원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정 보좌관은 23일 KBS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해 '평화적 핵 이용 부분이 합의문에 들어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예단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그렇게 예상할 수 있다"고 답했다.
러시아를 방문중인 이종석 NSC 사무차장도 "북한은 기존 핵시설을 포함해 (향후) 농축 및 재처리 시설 등을 전부 포기하는 조건으로 원자력발전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면서 "농축 및 재처리 시설이 없으면 핵무기 개발은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주장에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내비치는 것으로, 이 차장은 미국측의 일방적인 북핵 포기 요구를 비판하고 북한의 평화적인 핵 이용 권리를 주장해 온 러시아의 입장에 대해 '합리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의 이같은 태도 변화로 제4차 6자회담이 합의문 성사에까지 이른다 하더라도 또다른 논란만 잉태하는 것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평화적 핵 이용을 '가설적인 쟁점' '이론적인 문제'로 축소하고 재정의해 의미를 탈색시키려는 한-미의 의도에 반해, 북한은 영변 원자로의 보존이나 최소한 경수로 건설 재개를 보장 받으려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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