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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보수언론 '동거'로 아시아평화 위태"

재일학자 이정희 교수, 언론정보학회 심포지엄서 주장

최근 일본 내 언론매체 사이의 '힘의 균형'이 보수언론 쪽으로 기우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들 일본 보수언론이 다시 한국의 보수언론과 협력관계를 맺으며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 언론계, '반한·친미' 성향으로 재편 중"**

이정희 일본 교토소세대(京都創成大) 교수는 한국언론정보학회(회장 김동민)가 17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개최하는 '국제 언론정보교류 심포지엄'에 발제자로 참석해 "일본 보수언론과 한국 보수언론의 협력관계로 일본 보수언론의 우경화가 보다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결국 일본 내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친한(親韓) 언론매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프레시안>이 미리 입수한 발제문에서, 이 교수는 한-일 양국 보수언론의 이같은 '동거'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교수는 먼저, 일본 언론매체들이 기존에 보여 온 논조를 바탕으로 진보-보수로 구분한 뒤 다시 이들 매체들이 한국과 미국에 대해 보이고 있는 보도태도를 추적해 매체성향을 재분류했다.

이에 따르면, '반미(反美)·친한(親韓)'을 표방하는 언론매체로는 진보성향의 아사히(朝日)신문이 대표적이라는 것. 아사히신문은 828만부를 발행하며 매출 면에서는 중도성향의 요미우리(讀賣)신문 다음이지만, 많은 오피니언 리더층을 독자로 확보하고 있어 사회적 영향 면에서는 요미우리신문을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사히그룹은 <테레비 아사히> <닛칸(日刊)스포츠> 등의 매체도 소유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진보색채의 마이니치(每日)신문의 경우 '반미·친한' 성향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 논조가 변화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마아니치신문은 계열사로 <TBS> <스포츠닛폰(日本)> 등을 거느리고 있다.

이 교수는 또 '친한·친미' 논조를 보이고 있는 언론사로 니혼케이자이(日本經濟)신문을 꼽았다. 니혼케이자이신문은 매출 면에서는 아사히신문과 비슷한 수준으로, 계열사로는 <테레비도쿄(東京)> <닛케산교(産業)신문> <닛케MJ> <닛케BP> 등 일본 재계와 긴밀히 연계돼 있는 언론사들을 소유하고 있다.

이 교수는 "그러나 니혼케이자이는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이 일본의 전기전자와 자동차 메이커를 위협하자 한국을 경계하는 논조가 눈에 띄게 많아졌으며, 특히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미 협력관계를 의심하는 기사를 많이 게재하는 등 극단적인 반한은 아니지만 이의 경계선까지 와 있다"고 덧붙였다.

'반한·친미' 성향을 보이는 언론사 집단으로는 대표적 우익신문인 산케이(産經)신문 이외에도 정론(正論), 문예춘추(文藝春秋), 제군(諸君), 주간문추(週刊文秋), SAPIO 등의 주·월간잡지들이 분류됐다. 이 교수는 여기에 일본 언론매체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요미우리신문도 포함시켰다. 이 교수는 "요미우리신문은 기존에 중도 정도의 길을 가던 신문사였으나 최근 우익으로 급속히 기울면서 일본 내 5대 신문의 성향을 보수 쪽으로 급속히 몰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또 "방송의 경우도 그동안에는 NHK가 '친한·반미' 성향을 보이며 보수 방송사들을 눌러 왔으나 지난해 사원들의 부정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곤궁에 처하게 돼 어떤 식으로든 신보수정권으로부터 압력을 받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며 "결론적으로 일본 언론계는 보수언론이 점차 세를 얻어 가는 추세이고, 이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양국 보수언론의 매개, 구로다 <산케이> 지국장"**

한편 이 교수는 이번 발제문에서 산케이신문의 논조와 한국 일부 보수언론의 논조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을 '협력 또는 동거관계'로 규정한 뒤 "양국 보수언론의 결탁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특히 이 과정에서 구로다 가쓰히로(黑田勝弘)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구로다 지국장이 지난해 7월 1일부터 올해 7월 1일까지 쓴 기사와 논설을 분석해 본 결과 △과거 미화 △독도영유권·교과서 왜곡 적극 지지 △반북 △반한 △친보수 △한국인 경시라는 키워드를 얻어내게 됐다"며 "일본 보수언론은 이를 반북·반노(反盧) 전선을 명확히 긋고 있는 한국의 보수신문인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과 협력자의 관계를 맺는 데에 중요 고리로 활용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이어 "여기다가 일본 보수언론은 최근 한국 보수언론을 적극 도와주는 양상도 연출하고 있다"며 "한 예로 한국에서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을 놓고 논란이 일자 일본 보수언론은 일제히 이를 '악법'으로 소개했고, 나아가 양국 사이의 각종 분쟁에 한국정부도 책임이 있지만 신문법의 은혜를 입은 진보계 중소신문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찾아볼 수 없다는 식으로 해설하며 한국 정부와 진보신문들을 싸잡아 공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발제문 끝에서 "일본 보수신문들은 일본의 일반 시민들이 반한·반북에 대해 별 관심을 두지 않자 일본인 납치문제, 중국경제의 발전, 장기불황 등 자신들이 이전부터 주장해 온 것들이 '맞아 떨어진다'고 선전하며 보수적인 분위기 확산에 매진하고 있고, 여기에 한국 보수언론은 근거를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양국 보수언론의 협력이 문제시되는 이유는 양국 시민의 보수화를 가속화시켜 화해·평화의 한일관계, 동아시아공동체와 같은 이상의 실현을 저해하고, 다시 이 지역에 갈등·반목·전쟁을 불러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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