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가 'X파일' 공개를 두고 "공개가 두렵지는 않으나 공개는 위헌"이라는 어정쩡한 입장을 취한 가운데, 개별 의원들의 목소리도 확연하게 갈리고 있다. 11일에는 특히 대표 소장파로 꼽히는 남경필, 원희룡 의원이 공개 여부는 물론 'X파일'의 본질을 두고서도 엇갈린 견해를 내놔 혼란스러운 당내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남경필 "파일 공개 전제한 특검법도 재론 돼야"**
남경필 의원은 이날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테이프 공개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테이프 내용의 일부 공개를 전제한 특검법 역시 재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테이프를) '공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면 '뒤가 구리거나 비개혁적인 사람'으로 몰릴 각오를 해야 할 판으로 법대로 하자고 얘기하기 힘든 분위기"라면서도 "공개는 옳지 않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불법도청으로 얻은 자료를 누설하는 것은 위법으로 악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불법적 방법을 동원해선 안 된다"며 '독수독과론'을 들어 테이프 공개를 반대했다. 남 의원은 또 "'정경유착의 구조적 비리 척결'과 '알 권리'만큼 '개인 사생활의 보호'도 우리가 지켜가야 할 중요한 가치"라며 테이프 공개 시 있을 수 있는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기도 했다.
남 의원은 '정-경-언 유착'이 'X파일' 사건의 본질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정-경-언 유착 등 우리 사회 부패를 재생산할 수 있는 구조 역시 중대한 범법요소"라고 일견 동의를 표하면서도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X파일'을 통해서가 아니라 제도보완과 사회적 노력으로 우리가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남 의원은 야 4당이 공동발의한 특검을 통한 불법도청기록 수사에 대해서도 "'X파일'의 공개를 전제하고 있는 것"이라며 "과연 공개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지도부 몇몇 분의 결정에 아무 고민 없이 따라갈 일이 아니다"며 이미 발의한 특검법의 '재검토'를 공론화 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원희룡 "사건 해결 위해 파일 공개 불가피" **
반면, 원희룡 의원은 "사건의 본질은 음모론이 아닌 바로 '정-경-언 유착'"이라는 기존 주장을 고수해 남 의원과는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원 의원은 이날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는 도청한 사람, 도청을 지시한 사람, 도청결과를 유통시키거나 이용한 사람들에 대해 반드시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동시에 이번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는 'X파일' 내용의 전면 공개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원 의원은 남 의원 등이 '공개반대'의 근거로 드는 '독수독과론'에 대해서는 "도청자료의 악용이 아니고 개인적이나 공작적 의도록 이용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원 의원은 특히 "공개를 위해 특검제가 필요하다면 특검제를, 특별법이 필요하다면 특별법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해, 당 지도부가 반대하고 있는 특별법 도입에도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원 의원은 "이상호 기자는 테이프를 입수하러 미국으로 가면서 '자본의 심장에 도덕성의 창을 꽂는 일'이라고 했는데 이번 도청테이프 사건의 해결을 통해 자본과 정치권력에 도덕성을 꽂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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