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국내 광고시장의 경기 전망에 다시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하반기 광고매출 신장에 큰 기대를 걸었던 각 언론사들은 올해 광고 목표치를 불가피하게 전면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광고시장, 한 달 만에 '맑음'서 '흐림'으로**
주요 광고주들은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올해 하반기 광고경기를 '맑음'으로 전망했었다. 실제 한국광고주협회는 지난 7월 5일 발표한 '2005년 하반기 광고경기 조사'에서 "4대 매체 기준 300대 광고주를 대상으로 광고경기 실사지수(ASI: Ad Survey Index)를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대비 하반기 전망치가 108.3을 기록하는 등 하반기에는 광고경기가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광고주협회는 "고유가 등 경제여건 악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내수소비가 살아나면서 하반기 경기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한 뒤 "특히 △가전 △건설·건재·부동산 △유통 △금융 △출판·서비스·기타 △자동차·타이어·정유 △패션 및 화장품 △음식료품 업종이 호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ASI가 100 이상이면 광고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전망하는 광고주가 그렇지 않다고 전망하는 광고주보다 많다는 뜻이다.
광고주협회의 이러한 예상은 올해 상반기 광고실적치가 1월과 6월을 제외하고 모두 전망치를 밑돌았던 각 언론사에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삼성·두산 등 PR광고 줄여 언론계 압박?**
그러나 하반기 광고경기 전망은 한 달 만에 '흐림'으로 돌아서면서 각 언론사들이 광고매출 목표치를 모두 수정해야 하는 쪽으로 급속히 내몰리고 있다. 7월 중순 터진 이른바 'X파일'과 '권상우 폰' 리콜이 국내 최대 광고주인 삼성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고, 두산그룹 총수 일가의 싸움에서 비롯된 내홍도 광고경기 전반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X파일은 시간이 지나면서 불법도청의 대상자들이 속속 밝혀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들 또한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광고물량을 결정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광고주협회 홍헌표 조사팀장은 "몇 년 사이 부동의 최대 광고주였던 SK텔레콤도 번호이동성제도 도입 시기를 정점으로 콘텐츠 판매에 중심을 두면서 광고물량을 크게 줄인 상태이고, 삼성도 올해의 경우 전년대비 5%대의 광고물량 축소를 예고한 바 있다"며 "여기다가 광고주들 또한 예전과 달리 광고게재 매체의 경우에도 효용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에 기업의 악재는 곧 각 미디어들에게 '비상사태'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홍 팀장은 "무엇보다도 하반기에는 X파일 등으로 기업의 이미지들이 크게 실추되면서 PR광고물량을 대폭 줄이는 광고주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는 삼성·두산이 PR광고를 줄이겠다고 밝혔고, 포스코와 LG 등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일기획이 추산한 4대 매체 기준 30대 브랜드별 광고비 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PR광고비는 KT 269억1900만원(7위), 삼성전자가 249억2600만원(8위), 삼성그룹 210억4500만원(11위), 포스코 186억3400만원(13위), KT&G 122억8800만원(29위) 등 1조38억1200만원 규모에 이르고 있어 만약 기업들이 PR광고비만 줄인다고 해도 언론계에 미치는 파장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총 광고비 규모는 6조6647억 원 규모였다.
이와 관련해 한 신문사 광고담당 이사는 "언론계는 애초 최대 광고주인 삼성이 X파일 사건으로 광고물량을 대폭 철수해 언론계를 압박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노련한 삼성측은 그러한 '악수'를 두지는 않고 있다"며 "하지만 기업이미지를 이유로 삼성이 막대한 PR광고비를 줄이고, 여기에 다른 기업들이 가세하게 된다면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결과적으로 언론계는 기업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는 모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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