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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글이 '미래 한국' 경쟁력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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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글이 '미래 한국' 경쟁력의 원천"

[기획] 국어기본법·한국어시험으로 주목받는 우리말·글

"수고하3." 요즘 가까운 사람들과 채팅 할 때 부쩍 많이 쓰이는 단어다. "수고하세요"라는 인사말이다.

이 말은 한 방송사 주말 오락프로그램에서 고정 출연자인 한 가수출신 남자 연예인이 말끝마다 '삼(3)'이라는 통신어를 반복 사용하면서 유행어가 돼버렸다.

또 다른 풍경 하나. 한 방송사 파일럿 오락프로그램은 신구세대가 자주 사용하는 언어차이에 착안해 기성세대인 출연자에게 갖가지 통신어의 뜻을 맞추도록 하고 있다. 청소년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별의별 해석을 다 내놓는 어른들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울 것이고, 기성세대 시청자들은 "그런 뜻이었나" 싶어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국민 대부분 우리말·글에 '막연한' 자신감**

그러나 이같은 언어 사용의 차이는 실생활로 시선을 옮기면 상당히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서울 홍제동에서 살고 있는 전업주부 김모(36세) 씨는 초등학생인 아들의 언어습관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처음에는 TV에서 연예인들의 말씨를 흉내 내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더니, 인터넷을 통해 친구들과 채팅하는 재미에 빠지고 나서부터는 모든 글쓰기가 통신어로 뒤범벅이 돼 버렸다. 어렸을 때 표준어 사용의 기초를 잘 닦아야 한다고 충고했지만 귓등으로도 안 듣는 눈치라고 했다.

수원에 사는 전업주부 이모(44세) 씨도 마찬가지 고민에 빠졌다. 고등학생인 아들에게 휴대전화를 사준 뒤부터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이 씨는 "부모 세대들은 예전에 바른 말과 글을 위해 펜글씨를 배우기도 했다"고 꾸짖었지만 "초등학생도 아닌데 우리말과 글 정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며 되레 큰소리를 치더라는 것 이었다.

우리말과 글에 대한 이런 식의 막연한 자신감은 성인들 사이에서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큰소리'를 칠 정도로 우리말과 글에 대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고등학교 수준'이라는 몇 문제를 풀어보자.

1. 겹받침의 발음을 소리 나는 대로 바르게 적은 것은?

①내일 날씨는 그다지 맑지[말찌] 않겠습니다.
②중언부언 하지 말고 짧게[짭께] 얘기합시다.
③'얇다'[얍따]와 '가늘다'를 혼동하는 이가 많다.
④문지방을 밟고[밥:꼬] 다니면 좋지 않다
⑤넓디넓은[넙띠널븐] 평야를 바라보니 기분이 상쾌하다.

2. 사이시옷의 쓰임이 모두 바른 것은?

①뒷풀이, 뒷뜰 ②촛점, 헛점 ③숫꿩, 숫나사 ④우윳빛, 수돗물 ⑤댓가(代價), 갯수(個數)

3. 외래어 지명 표기가 바른 것은?

①네델란드 ②싱가폴 ③덴마아크 ④삿뽀로 ⑤쿠알라룸푸르

4. 다음 대화내용에서 언어 예절을 바르게 사용한 것은?

영호는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다가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영호 : ① (어머니께) 어머니, 우리 선생님이십니다. (선생님께) 저희 어머님이십니다.
어머니: 처음 뵙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영호 담임을 맡고 있는 박현수입니다.
영호 : ② 어머니는 병으로 입원 중이신데 집에 볼일이 계셔서 잠깐 나오셨어요.
어머니: 선생님 덕분에 영호가 공부에 흥미를 갖게 되었어요. ③ 집에 돌아오면 꼭 한 가지씩 저에게 여쭤 봐요.
영호 : ④ 성적이 안 좋아서 아버님한테 야단을 많이 맞았는데 요즘은 책을 보는 것이 재미있고, ⑤ 어머니께 모르는 것을 자주 여쭙곤 해요.

정답은 1번 ④ 2번 ④ 3번 ⑤ 4번 ⑤이다. 한 눈에 정답을 알아볼 수 있었는가. 모두 맞혔더라도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는가.

***이미 열린 우리말·글 '경쟁력' 시대**

지난 7월 초 한 취업정보업체는 꽤 흥미로운 설문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국내 기업의 인사담당자 728명을 대상으로 신입사원들의 부족한 업무능력이 무엇인지를 물은 결과, 영어 등 외국어 실력보다 국어 실력이 빈약해 기획안이나 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가장 눈에 띄었다. 이들은 특히 신입사원들의 국어 실력 가운데 글쓰기와 말하기 등 표현 능력이 가장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우리말과 글을 잘 하는 것이 사회 경쟁력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정부도 우리말과 글이 미래의 한국을 이끄는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정된 것이 '국어기본법'. 지난 7월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국어기본법'은 국어정책의 수립과 시행, 국민의 국어능력 향상, 국어의 국외보급과 국어정보화 등 우리말에 대한 기본 원칙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이 법은 국가 주도의 국어능력 검정시험을 도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우리말 인증시험은 중앙일보가 출연해 설립한 재단법인 한국언어문화연구원이 실시하는 '국어능력 인증시험'이 고작이었다. 연구원은 지난 2001년 5월 첫 회를 시작으로 매년 분기별로 1회씩 시험을 실시해 왔으나 지난해 말까지 이 시험에 응시한 사람들의 수는 2만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그렇게 된 것일까. 이는 어렵게 시험을 봐서 좋은 성적을 얻어도 쓸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토플과 토익이 열광을 받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국어기본법을 통해 국가 검정시험 제도가 도입되는 것은 우리말과 글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BS, 우리말·글 지키기 '고군분투' 눈길**

한편 KBS가 지난해부터 의욕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한국어 능력시험'이 시행 3회만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부분도 눈여겨 볼만하다. KBS가 지난 7일 전국 12개 권역 22개 고사장에서 실시한 제3회 한국어 능력시험에는 1917년생 노인부터 1995년생 초등학생까지 모두 1만339명이 응시했다. 이는 2회 때보다 800여 명이 증가한 숫자다.

KBS의 한국어 능력시험이 (재)한국언어문화연구원이 실시하는 국어능력 인증시험보다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얼까. 무엇보다도 듣기, 어법, 읽기 등 국한된 분야만을 측정하던 방식에서 듣기, 쓰기, 말하기, 읽기, 문법, 문학 등 대표적인 언어영역과 더불어 창안(창의적 언어능력), 국어문화 등 총체적인 언어능력을 측정하는 유형이 시험문제로 출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해 그만큼 공신력이 높아져 쓰임새가 다양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주)GS홈쇼핑은 얼마 전 쇼핑호스트와 PD를 채용하면서 KBS 한국어 능력시험의 점수를 전형자료로 활용했다. 또 부산 동의대는 문과에 한해 올해 수시2차 모집부터 한국어 능력시험 점수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충남 공주의 특성화고교인 한일고는 아예 졸업 인정의 전제조건으로 한국어 능력시험에서 일정 점수를 받도록 하고 있기도 하다.

지영서 KBS 한국어팀장은 "외부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언어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올바른 우리말과 글(자막)이 사용되도록 하는 데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를 위해 지난해 가을부터 MC, 앵커, 작가, 자막요원 등 300여명을 대상으로 한국어교육을 실시했고, 올해 가을에는 우리말 발성문제를 중심으로 재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 팀장은 또 현행 한국어 능력시험의 발전방향과 관련해 "지금의 형태는 5지선다형이기 때문에 자칫 암기식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어 안정적인 문제은행을 구축하는 한편 말하기의 경우 심사위원들이 직접 채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도 고민하고 있다"며 "다른 신문·방송사들이 각 사의 이익을 떠나 바른 우리말과 글 보급사업에 다같이 동참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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