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방송에서 벌어진 인디밴드 '카우치'의 신체노출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홍대 앞 음악인, 클럽운영자, 문화기획자들이 '홍대앞 음악인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2일 오전 11시 홍대 앞 이리카페에서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라이브음악문화발전협회 김영동 회장과 전 황신혜밴드 소속 조윤석, 문화기획자 류재현, 이규석, 이현숙씨는 "이번 카우치밴드의 신체노출 행동은 해서는 안 될 일로 분명히 잘못했다. 이번 사고로 인디 음악계를 지지해준 국민 여러분과 동료 음악인의 충격과 피해에 대해 어떻게 사과하고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저 깊숙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카우치'가 인디밴드의 전부 아니다"**
이들은 "다만 이번의 우발적 방송사고로 홍대 앞 인디음악 전체가 매도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현재 홍대 앞에는 30여개의 공연 클럽과 500여개의 밴드들이 활동 중이고 이들은 밴드의 개수만큼이나 다양한 음악과 자신의 표현 방식과 언어를 갖고 있다"며 이번 사건이 인디문화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비대위는 또 MBC '음악캠프'에 대해서도 걱정하며 "이 프로그램은 홍대 앞 인디음악이 가진 문화적 다양성과 음악성에 주목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 온 프로그램"이라며 "대중문화의 획일화를 방지하며 대중음악의 질적 향상과 다양성을 꾀했던 제작진의 의지가 폄하·훼손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앞으로 △향후 유사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음악인들의 자체캠페인 시작 △MBC '음악캠프' 재개를 위한 문화예술계·대중음악계의 지지 서명운동 돌입 △더욱 치열한 음악창작 활동을 통한 보답 등을 다짐했다.
***다음은 '홍대 앞 음악인 비상대책위'의 일문일답 전문**
- 카우치밴드에 대한 자체 징계 계획이 있나?
"이번 일과 관련해서 특정 밴드를 징계조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앞으로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끔 노력할 것이다."
- 500여 밴드 중 하필 그런 행동을 하는 밴드가 MBC에 추천된 이유가 뭔가?
"일단 그 프로그램엔 카우치뿐 아니라 여러 팀이 나왔다. 카우치와 럭스에 대해 이 자리에서 잘 알고 있는 분이 몇 명이나 되나? 여러분 중 한번이라도 럭스의 노래를 듣고 가사를 읽어본 분 계시나? 럭스는 음악적으로 성숙한 밴드고 가치 있는 밴드다. 분명히 럭스와 함께한 카우치의 행동엔 잘못이 있었다. 그러나 음악캠프는 분명히 럭스의 개성과 음악성을 존중해서 세웠다고 생각한다."
- '음악캠프' 프로그램 재개를 위해 문화예술계와 대중음악계에서 지지 서명운동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할 생각인가?
"온라인 상의 서명운동도 가능하다. 홍대 앞 음악인들의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홍대 앞 음악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같이 생각해볼 수 있는 문화 행사도 생각중이다."
***"낙인찍기 식의 마녀사냥으로는 생산적 해결 힘들어"**
- 카우치 밴드가 '사전모의'했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나?
"경찰수사에서도 사전모의가 아니라고 드러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극히 우발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 사전모의가 아니었다면 얼굴분장은 왜 했나?
"지금 상황에서는 판단할 수 없고,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을 것 같아 말씀드리지 않겠다. 오늘 아침 AM7에 이유가 보도된 것으로 알고 있다.(<AM7>의 펑크록밴드 럭스의 리더 원종휘(25) 인터뷰에 따르면, 원씨는 '팬티를 입지 않고, 가면 화장을 한 것 등이 사전 모의의 증거로 제시되고 있다'는 질문에 "그 옷은 흔히 '스즈키 복'이라 불리는 항공정비사용 옷으로 여름엔 더워서 원래 속옷을 안 입는다. 가면 분장은 카우치라는 밴드가 펑크밴드중 '클락워크' 펑크족이라서 늘상 하는 것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태엽장치 속의 오렌지'의 주인공들 모습을 따라 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인디밴드에서 '저항문화'가 핵심코드일 순 있지만 그를 이번 사건에 연관짓는 것은 무리다. 본인 얘기 없이 정황만으로 누구도 추측할 수 없다고 본다. 저희는 그들의 행동이 우발적 사고이고 의도된 것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 평소 공연에서도 그런 노출행동을 하지 않는다."
- 이명박 시장이 어제 밴드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을 운운했는데…?
"물론 카우치 밴드가 분명히 잘못했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은 맞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이런 비슷한 일이 있을 때마다 낙인찍기 식의 여론문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일로 특히 홍대 앞 인디음악을 매도하고 마녀사냥식으로 몰고가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 공연중의 그러한 노출을 수용하고 또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 홍대 앞 클럽문화인가?
"'수용'과 '경계'의 문제다. 홍대 앞 문화는 얼마든지 다양하고 자유로울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소통과 수용의 관점에서 얼마든지 애매한 부분이 생길 순 있다. 그러나 이곳 문화의 다양성과 자유에 더 주목해줬으면 좋겠다. 왜 지금 공중파에서 홍대 앞 문화에 주목할까. 홍대 앞 음악은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그때 아마추어 문화예술인으로 시작한 사람들이 10~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마추어일까. 세계에 자신만만하게 내놓을 수 있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을 배출하고 있다. '인디문화=아마추어리즘'이 아니다. 현 주류 문화예술에 대안을 제공할 수 있는 창조성과 다양성이 존재하기에 주목받고 있다고 본다. 이번 사건 하나가 홍대 앞 문화를 대표할 수 없다. 저희는 어리지 않다. 이성이 없지도 않다."
***"인디밴드들도 '때와 장소의 중요성'을 안다"**
- 카우치 밴드의 행위가 홍대 클럽에서 이뤄졌다면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괜찮다는 건가? 그리고 이번 사건에 대한 홍대 인디 밴드들의 반응은 어떤가?
"우선 프로그램 폐지와 관련해서는 '기회박탈' 차원에서 분노하는 밴드도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은 분명히 예외적 사건이다. 홍대 앞 라이브 공연에서의 '일탈'은 단순히 노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탈은 사회적 입장의 표출일 수도 있고, 대중적 주류문화에 저항 등 다양한 표현양식이 가능하다. 그러나 저희도 '모든 행동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방송에서 '해서는 안될 일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홍대클럽에서 이런 일을 했다고 했어도 관객의 이해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벌어졌다면 그것도 '일방성에 의한 폭력'으로 잘못된 것이다."
- 일부 보수신문들은 인디 밴드들의 '윤리성'과 함께 '방송 때리기'를 하고 있는데….
"홍대앞 문화와 관련해서 이 하나의 사건이 전체를 지배하고 대변하는 양 왜곡된 보도가 많다. 우리는 다양한 표현을 고민하지만 선정적인 노출이 목적이 아니다. 나이트 클럽과 다르다.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섹시' '쇼킹'이 아닌 살아 있는 음악이다. 여기서는 아무도 MR 틀어놓고 노래하지 않는다. 메시지를 전달하고 음악성에 충실한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것이다. MBC 음악캠프측이 좋은 의도를 가지고 홍대 앞 음악인들과 협력하려던 참에 이런 사태가 발생해서 정말 안타깝다."
-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나?
"문제해결 과정 자체에 문화적 관점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어쩌면 인디문화를 대중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생긴 일일 수 있다. 오히려 이 일을 계기로 인디문화를 제대로 조명하고 알리는 계기로 삼는 긍정적 목표를 세울 필요가 있고 거기에 우리 음악인들이 앞장설 것이다. 이 나라를 움직이는 매체여론, 인터넷여론 모두가 일벌백계식의 매장에 나서는 것은 성숙한 관점이 아닌 것 같다. 실수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범법 중심의 사건사고 보도의 방향으로 가서는 생산적인 해결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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