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후 재건계획의 엉성함이 저항세력의 때이른 발호를 불러 왔고, 이로 인해 미국의 대외정책은 큰 타격을 입었다.'
부시의 이라크 침공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전쟁이었다는 비판이 미국의 독립적 외교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됐다. 특히 이 중에는 현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밑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브렌트 스코크로프트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미국의 권위 있는 대외정책 싱크탱크인 '대외관계협의회(CFR)'는 27일(현지시각) 발표한 이라크전쟁 관련 보고서를 통해 미군의 불철저한 재건계획이 현재와 같은 이라크의 혼란상을 초래한 원인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스코크로프트 및 샌디 버거(클린턴행정부 당시 안보보좌관)가 이끄는 민간위원회에 의해 작성됐다.
보고서는 미군이 지난 2003년 3월 침공 단 3주만에 이라크를 점령하는 극적인 승리를 거두기는 했으나 "그 뒤 바그다드 거리에서 벌어진 유혈사태와 혼란, 치안부재, 생필품 부족, 그리고 치명적인 저항세력의 발호 등으로 군사적 승리의 빛이 바랬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이어 치안부재로 인한 "인명, 재산, 군사상의 피해는 매우 심각하며 지금에도 피해는 계속 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이어 미 당국자들은 이라크 점령 이후에는 침공 때보다 미군 병력이 덜 필요할 것이라는 치명적 오판을 했다면서 이것이 이라크 재건계획이 차질을 빚은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점령 이후 재건을 위해서는 군사작전보다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하며 나아가 이들 병력을 재건사업에 맞게 교육시켰어야 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이라크주둔 미군은 공공치안이나 행정, 경제재건 등의 점령 후 과제들을 처리할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 이로 인해 이라크 저항세력이 일찌감치 발호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미국의 대외정책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고 진단했다. 위원회는 또 이라크에서의 실패 사례가 이미 아프간에서도 벌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십억 달러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럼스펠드, 바그다드 전격 방문 "미군 철수할 수 있도록 이라크 힘 좀 써봐라"**
한편 도날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날 불시에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해 이브라힘 알-자파리 이라크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회담의 구체적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뉴욕타임스 등 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럼스펠드 장관은 내년부터 시작될 미군 철군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이라크 임시정부가 모든 관련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헌법제정ㆍ총선실시 등 정치일정 준수, 미군 대체를 위한 이라크 보안병력 훈련 강화, 이란ㆍ시리아 등 주변국과의 대테러 공조 강화 등 6개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알-자파리 총리는 럼스펠드 장관과의 회담 후 미군 철수의 구체적 일정은 마련되지 않았으나 이라크는 미군의 조속한 철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럼스펠드 장관의 이번 바그다드 방문은 이라크전쟁 이후 10번째, 올해 들어서는 3번째다. 한편 조지 케이시 이라크주둔 미군 사령관은 이날 미국 기자들에게 내년 봄부터는 "상당히 실질적 규모의 미군 감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럼스펠드 장관의 이라크 임시정부에 대한 채근과 현지 미군사령관의 예상에도 불구하고 미군 철수가 예정대로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그리 많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라크 현지의 치안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 이라크 이집트 대사 이어 알제리 대사도 피살**
알-자르카위가 이끄는 이라크 알카에다는 이날 지난주 납치했던 주이라크 알제리 대사 및 그 측근을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알카에다측은 한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이들 외교관을 이슬람법정에 회부해 사형을 선고했으며 이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살해장면은 동영상으로 웹사이트에 공개됐으며 알제리 정부측도 살해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 이라크 저항세력은 이슬람국가들의 대 이라크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이슬람권 외교관들을 집중 공격하고 있는데 이슬람권 대사가 살해된 것은 이달 초 이집트 대사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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