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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동운동의 '대분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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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동운동의 '대분열' 시작

AFL-CIO 산하 '1ㆍ2위 노조' 탈퇴 선언

미국 노동운동의 대분열이 시작됐다. 미국 최대 노조 연합체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 산하의 양대 노조인 서비스노조국제연맹(SEIU)과 전미트럭운전자조합(팀스터)은 25일(현지시각) AFL-CIO 탈퇴를 공식선언했다.

이들 양대 노조는 조합원이 각각 180만명, 140만명으로 AFL-CIO의 전체 조합원 1300만명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또한 AFL-CIO 연간 재정의 6분의 1에 해당되는 2000만 달러의 조합비를 납부해 왔다.

***전체 조합원의 1/4, 조합비의 1/6 차지**

SEIU 및 팀스터와 함께 존 스위니 위원장 노선에 반발해 `승리를 위한 개혁 그룹(Chang to Win Coalition)'을 형성해 온 조합원 규모 3위(104만)의 식품상업연합노조(UFCW)와 섬유호텔노조(UI)도 조만간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4개 노조는 앞서 25일 시작되는 AFL-CIO 연차총회에 불참을 선언했다. 이 두 노조마저 이탈에 참여하면 AFL-CIO의 조합원 수는 3분의 1이 즐어들게 된다.

승리를 위한 개혁 그룹에는 이밖에 노동자국제연맹(LIU)과 이민 노동자가 주류인 연합농업노동자연맹(UFW)도 동참하고 있으나 이들은 AFL-CIO에 잔류하면서 투쟁한다는 입장이다. 팀스터의 제임스 호퍼 위원장은 "다른 7개 국제노조도 AFL-CIO에서 곧 이탈해 팀스터에 동조할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차총회는 당초 지난 1955년 이뤄진 미국노동자연맹(AFL)과 산업노동자회의(CIO)의 통합 50주년을 기념하고 스위니 현 위원장의 3선 연임을 결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미국의 노동운동은 지난 1935년 숙련노동자 중심의 AFL에서 자동차 등 대공장의 비숙련 노동자 조직인 CIO가 떨어져 나오면서 분열의 시대를 맞았으나 1955년 두 노조가 통합, 현재의 AFL-CIO가 되면서 70년대까지 미국의 정치ㆍ경제ㆍ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따라서 이번 미 노동계의 분열은 1935년 이래 70년만의 최대 분열인 셈이다.

이처럼 미국 최대의 노조조직이 70년만의 대분열을 맞게 된 것은 1980년대 이후 미국의 노동운동가들이 일반노동자들의 권익을 외면한 채 정치세력의 들러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미국 노조의 조직률은 1983년까지만 해도 20%대를 유지했으나 현 스위니 위원장이 처음 취임한 1995년 15.5%로 떨어졌고 지금은 12.5%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공무원, 교사 등을 제외한 민간부문 노동자들의 조직률은 1955년 35%에서 현재는 8% 이하로 격감했다.

미국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80년대 이후 미국의 노조 간부들은 대기업의 구조조정에 적극 협조했으며 주로 민주당에 대한 정치헌금을 통해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등 스스로 노동귀족화해 왔다. 지난 95년 개혁을 기치로 AFL-CIO의 주도권을 장악한 스위니 현 위원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 대분열을 주도한 SEIU의 앤드루 스턴 위원장과 팀스터의 호퍼 위원장은 미국 최대의 소매체인점 월마트와 택배업체 페덱스(FedEx) 등 노조 사각지대인 저임금 서비스 업종의 노동자들을 조직해 미국의 노동운동을 일신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스턴 위원장은 "우리는 미국의 노동운동을 분열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재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고 호퍼 위원장은 "이번 탈퇴는 미국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상층부의 내용 없는 권력투쟁"**

그러나 상당 수 노동운동 전문가들은 이번 분열이 미국 노동운동 혁신의 계기가 될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번 분열이 1935년 CIO의 AFL로부터의 분리ㆍ독립처럼 기층노동자들의 권익과 필요를 반영한 것이라기보다는 노조 상층부의 내용 없는 권력투쟁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이번 탈퇴를 주도했고 차세대 노조 지도자로 꼽히는 SEIU의 앤드루 스턴 위원장은 자신에 앞서 SEIU 위원장을 역임한 존 스위니 현 AFL-CIO 위원장에 의해 키워진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스위니 위원장이 민주당 존 케리 후보를 적극 지지한 데 대해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다가(케리 후보는 이라크전쟁을 지지했음) 케리 후보가 패배한 이후 스위지 위원장에 대해 노골적으로 도전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처음에는 스위니 위원장의 3선 포기를 요구하다가 거부되자 탈퇴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노동친화적인' 공화당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전혀 진보적 성향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www.wsws.org/articles/2005/jul2005/aflc-j25.shtml)

따라서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이번 AFL-CIO의 분열이 미 노동운동 혁신의 계기가 되기보다는 노동운동의 결속력 약화, 그리고 민주당의 주요한 정치기반 침식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와 관련, 클린턴 행정부 때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CNN 회견에서 "AFL-CIO의 분열은 노조결속 약화라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004년 대선에서 노조원이 있는 가구의 투표 수는 총 투표 수의 24%를 차지했으며 이들 노조원 가구의 투표에서 케리 후보는 부시 후보에 580만표가 앞섰다. 그만큼 미국의 노조는 흑인과 함께 민주당의 주요 득표기반이었다는 얘긴데 만일 AFL-CIO의 분열이 본격화되면 민주당은 전통적 표밭을 잃게 되는 셈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 노동운동의 위기는, 70년만의 대분열을 초래할 만큼 곪을 대로 곪았다는 점이다. 이번 분열이 미 노동운동 혁신의 계기가 될지, 몰락의 시초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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