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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의 '그릇'을 생각해보셨습니까?"

예종석의 'CEO에게 보내는 편지'<5> 경영자의 역량

K 사장님!

오늘은 기업의 성장과 그것에 수반되어야 하는 경영자의 성장에 관해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기업이 성장하면 경영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사고가 바뀌어야 하는 건 불문가지의 사실입니다. 중소기업의 경영방식과 대기업의 경영방식은 달라야 하기 때문이죠. 직원이 10명인 회사의 경영과 직원이 1000명인 회사의 경영이 같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기업의 성장에 걸 맞는 자신의 성장을 추구하지 못해서 실패하는 경영자를 우리는 주변에서 너무나 흔히 봅니다.

흔히들 사람에게는 그릇이 있다고들 이야기 합니다. 그 사람의 능력과 역량, 그리고 포용력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경영자의 그릇은 타고 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 그릇을 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성장하면 자신의 그릇을 키워서 바뀌는 경영환경을 헤쳐 나가야 하는데 자신의 그릇에 회사의 경영을 맞추려다 보니 실패하는 것이지요.

창업의 성공사유는 대부분 시대의 흐름에 맞는 업종을 잘 선택했거나 보다 구체적으로는 품목을 잘 택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탁월한 업종 선택이나 히트 상품의 발굴로 인한 초기의 성공은 그들을 자만심에 빠져들게 만들고 나아가서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습성을 갖게 합니다. 그런 경영자는 대부분 회사 내에서는 절대적 제왕의 위치에 서 있게 되고 모든 의사결정을 창업 초창기의 자기 방식대로 하게 되죠.

우리나라의 패션산업만큼 기업의 명멸이 심한 업종도 없을 것입니다. 여성 의류업체들은 많은 경우 소규모의 부띡으로 시작해서 어느 정도 이름을 얻은 후에는 기업화를 시도하게 되는데 대부분 그 문턱에서 좌절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기업을 구멍가게 경영하듯 단독경영하려는 경영자의 습성 때문이죠. 디자이너로서는 재능이 있지만 경영자로서는 자질이 부족한 탓도 있습니다.

전문 경영인 중에서도 성장하는 회사의 규모에 맞게 자신의 그릇을 키우지 못해 경영자로서도 실패하고 기업도 궁지에 몰아넣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의 전문경영인 중에는 재무통이 유난히 많습니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재무 분야가 중요한 탓도 있겠지만 과거엔 재무담당이 싼 이자의 은행돈만 잘 빌려와서 땅만 사둬도 지가 상승률이 영업이익률을 훨씬 웃돌던 시절도 있었고 그 외에도 기업주의 개인 재산 증식, 상속, 증여 등의 이유로 재무통이 오너와 가까운 관계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얻은 신임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재무통들은 대부분 한 부서에서 계속 성장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업이나 생산 같은 다른 중요한 분야의 업무에 문외한일 수밖에 없고 회사 내의 인간관계도 자신의 전문 분야에 제한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것이죠. 이러한 성장 배경을 갖고 있는 경영자가 균형감각을 갖추고 대성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선진기업에서는 특정분야 임원으로서의 업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사장으로 발탁하는 것이 아니라 사장으로서의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임원을 최고 경영자로 발탁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장하는 기업의 경영자에게는 세 가지의 대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자신의 역량에 맞게끔 회사 규모의 적정수준을 유지해나가는 것입니다. 회사를 더 이상 키우지 않고 자신의 능력에 맞는 규모로 유지해나간다는 것은 얼핏 생각하면 쉬운 일 같으나 이것도 보통 이상의 역량을 필요로 하는 결단입니다.

그 이유는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어서 누구나 기업을 키우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기 어렵고 설사 억제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그릇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능력도 범인으로서는 갖추기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지인 중에 20여 년째 기업규모를 늘리지 않고 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이가 있습니다. 회사의 내용도 탄탄하고 사업의 전망이나 성장 잠재력이 상당한 데도 불구하고 그는 사업을 절대로 확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언젠가 제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저는 제 능력을 잘 압니다. 저로서는 지금 이 정도가 제가 잘 운영할 수 있는 최대 규모입니다. 그리고 저는 사업을 더 키워서 골머리를 앓으면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이 정도면 편안하게 살기에 충분합니다"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보니 평범한 경영자로 여겨 왔던 그가 대단한 경지에 오른 사람으로까지 느껴졌습니다. 창업자였던 아버지의 운전기사 겸 회사의 잡역부로 회사일을 시작한 후 그 회사의 모든 분야를 경험한 뒤 그 사업을 물려받은 그는 지금도 안분자족하며 잘 굴러가는 회사와 함께 유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

두 번째 대안은 사람을 키우고 조직을 키워서 역할 분담을 하는 것입니다. 기업이 소규모일 때는 경영자가 모든 역할을 다해야 하고 또 다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분야별로 전문가를 키워서 조직이 움직이게 해야 합니다. 또 경영자 자신의 부족한 역량은 전문가와의 역할 분담을 통해서 보완해나가야 합니다.

사람은 내부에서 키울 수도 있을 것이고 외부에서 영입할 수도 있습니다. 혼다 소이찌로는 창업 초기부터 자신은 기술자라 경영능력이 부족함을 자각하고 후지사와 다케오라는 경영전문가를 영입하여 공동경영으로 혼다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습니다. 혼다는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과는 함께 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지요. 그는 자신에게 없는 능력과 자질을 타인에게서 발견하여 최고로 활용하는 천재라고 일컬어집니다. 아무튼 두 사람은 혼다가 소규모 기업이던 시절 의기투합한 이래 철저한 역할분담으로 두 사람이 동반 퇴임할 때까지 서로의 전문영역을 지키고 존중하여 최고의 파트너라는 신화를 남겼습니다.

마지막 대안은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서 회사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경영자가 되는 것입니다. 경영자가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가를 빨리 파악해서 그것을 보완해 나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기개발 의지입니다. 혼자만의 노력에 한계를 느낀다면 외부기관이나 대학 등의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고 외부전문가의 조언을 들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경영자의 변화에 대한 적응과 자기개발 노력은 그 기업의 사활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경영자는 스스로의 그릇을 키우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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