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이른바 '이상호 X파일'을 21일 저녁 방송되는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법원이 이날 오후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본부장과 홍석현 주미대사가 제출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사실상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MBC는 이날 밤 9시 <뉴스데스크>에서 '이상호 X파일'에 등장하는 이·홍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의 일부를 실명 소개 및 직접 인용 없이 보도했다.
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재판장 김만오)는 21일 저녁 8시 이·홍 두 사람이 제기한 방송금지가처분신청에 대해 "MBC는 불법으로 채록된 테이프를 직접 방송해서는 안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피신청인은 '이상호 X파일'과 관련해 아나운서, 기자의 육성이나 자료화면, 자막 등을 이용해 테이프 원문을 직접 방송하거나 테이프에 나타난 대화내용을 그대로 인용 또는 테이프에 나타난 실명을 직접 거론하는 등의 방법으로 7월 21일 <뉴스데스크>에서 방송해서는 안된다"면서 "이후에도 그에 따른 후속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편집·방송·광고하거나 컴퓨터 통신, 인터넷 등에 게재해서도 안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위 사항을 위반할 경우 피신청인은 한 건에 대해 각 5000만원씩을 신청인에게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홍 두 사람이 가처분 신청서를 통해 제기한 "위반 건당 3억원 지급" "불법 도청된 대화의 내용을 공개한 것 역시 불법 도청 행위와 똑같이 10년 이하의 법정형으로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한 대목은 모두 기각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MBC는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이·홍 두 사람의 실명이나 도청 테이프에 담긴 내용을 직접 인용하지는 않았다. MBC는 뉴스 시작과 동시에 "법원이 방송가처분신청을 실제로 받아들였다"며 "이는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MBC는 또 문제의 테이프나 그 녹취록이 아니라 이·홍 두 사람이 제출한 방송가처분신청서를 자료화면으로 보여주면서 두 사람의 실명을 간접 노출하거나 홍 대사의 기자회견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도청 테이프의 당사자들이 누구인지 시청자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MBC는 법원이 "방송 자체를 금지하기는 곤란하다"며 사실상 도청 테이프의 내용을 보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1997년 대선 당시의 권력-재계-검찰-언론의 유착 관계에 대해 이날 아침 조선일보의 보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내용만을 소개해 앞으로 이를 두고MBC 안팎의 논란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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