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보도해 촉발된 '김영삼 정부 시절의 안기부 도청 의혹'과 관련해 안기부 제1차장을 지낸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21일 "중앙정보부 시절에 '미림'이라는 것이 있었다는 말을 들어보긴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의원은 기사의 진위에 대해선 "완전한 허구"라고 주장했다.
***정형근, <조선> 기사에 대한 3가지 반박**
정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옛날 정보부 시절에 '미림'이라는 것이 있었다는 말은 들었는데, 내가 있었을 때는 그런 조직이 없었다"며 "'미림'이라는 말만 돌아다녔지, 실체가 있는지는 확인이 안 됐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83년 안기부에 들어가 △대공수사국 법률담당관(83년) △대공수사국 수사2단장(85년) △대공수사국장(88년) △동 수사차장보(92년)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뒤 제1차장(94-95년)을 지냈다.
조선일보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1993년부터 1998년 2월까지 5년간 안기부가 특수조직인 비밀도청팀 '미림'을 가동했다고 보도했다. 이 시기는 정 의원의 안기부 근무 기간과 상당부분 겹친다.
하지만 정 의원은 "기사의 내용은 완전한 허구"라며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 째로 정 의원은 "김영삼 정부 때 있었던 조직이 김대중 정부 들어 해체됐다면 그 사실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을 수 있었겠냐"며 "김대중 정권에서 모든 사안을 뒤졌고 나에 관한 사안은 십수 번도 더 뒤졌는데, 그런 조직이 있었다면 벌써 밝혀지고 흘러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정 의원은 기사 내용 가운데 "1차장을 거친 인물 중 일부 사람들에게만 보고됐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어떤 차장은 아는데 다른 차장은 모른다는 것은 조직 체계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국정원장은 취임 후 10~20일 안에 모든 내용을 다 보고 받는다"면서 "국정원장을 속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문제의 기사 가운데 '지금도 정치권에서 정보력을 인정받는 J씨만 보고받았다'는 대목과 관련해 기자들이 "J씨가 정 의원 아닌가"라고 묻자 그는 "그 사람이 나겠지"라면서 "난 95년도에 그만뒀고, 수사국장과 차장을 지냈는데, 전혀 보고받은 적이 없다. <조선일보>에서도 한번도 내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의원은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부분에 대해 "청와대에 어떤 사안이 보고되는지는 국정원장이 판단한다"며 "보고 여부를 밑에 있는 사람들은 알 수가 없다. 차장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도청은) 심부름센터도 하니 직원 개인적으로 했을지 모른다는 의심도 든다"고 밝혔다가, "하지만 조직체계상 그런 일이 있겠나. 그렇게 (개인 행동을) 하면 조직이 아니다"라고 오락가락했다.
정 의원은 "이 사건의 실체가 있는지 회의적"이라며 "왜 지금 이 시기에 어떤 의도로 기사가 나왔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국정원이 이날 자체 진상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힌데 대해 "다행스럽게도 국정원이 조사를 하면 밝혀지지 않겠냐"며 "누가 왜 어떤 의도로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지 밝혀내는 조사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우리당 "불법도청 충격"**
한편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일부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독재권력 시대의 정보기관이 매우 치밀하고 광범위하게 정계, 재계, 언론계 등 사회 전반에 대한 불법도청을 자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충격"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정보기관에 의한 불법 도청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부도덕한 정권의 권력 연장과 유지를 위해 존재했던 어두웠던 과거가 있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과거 독재정권이 정적을 감시하고 재계와 언론계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국가 공권력을 불법적으로 동원해 불법도청과 감청을 자행한 사실이 있다면 반드시 진실 규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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