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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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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200>

복더위에 신선을 찾아서 (伏中求仙)

장마구름이 채 가시지 않았건만 아랑곳없이 복더위가 한창이다. 이제 초복을 지났으니 더위는 한참 이어지리라.

복이란'엎드릴 복(伏)'이다. 성하(盛夏)의 뜨거운 화기(火氣)에 소슬한 금기(金氣)가 감히 머리를 쳐들지 못한다는 뜻이니, 필자 역시 더위를 피해 바짝 엎드려 있을 밖에 없다.

무더위를 잊기 위해 서가를 살피다가 마침 좋은 책을 찾았다. 구석에 먼지를 덮어쓴 채, 소리죽여 지내던 황정경(黃庭經)이었다.

모처럼만에 읽으니 흥취가 일어 오늘은 황정경(黃庭經)에 대해 소개해볼까 한다.

예전에 신선이 되고픈 자는 모름지기 황정경을 읽었다고 한다. 고전문학에도 자주 인용되곤 한다. 가령,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을 보면 '상계에 진선(眞仙)이었는데, 황정경 한 글자를 잘못 읽는 바람에 하계에 내려와 인간이 되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런가 하면 서법(書法)의 성인 왕희지도 신선이 되려고 황정경을 정성 들여 필사했던 것이 그의 대표작품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그만큼 이 황정경은 도교 양생(養生)술을 전하는 대표적인 책으로 전해져왔던 것이니, 장생불사(長生不死)와 신선이 되기 위한 수양법을 오롯이 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예부터 신선에 관심을 둔 자 치고 이 황정경을 읽지 않은 자 드물었던 것이다.

황정경은 실로 다양하고 이채로운 은유와 비유, 상징들이 차고 넘치는 책이다.

경의 17번째 글인 영대장(靈臺章)을 볼 것 같으면, 사람의 뇌 속에는'두 눈썹 사이에서 육푼(0.6 촌)을 들어가면 명당궁(明堂宮)이 있어 왼쪽에 명동진군(明童眞君)이 살고 그 오른쪽에는 명년진관(明女眞官)이 있으며 그 가운데에는 명경신군(明鏡神君)이 있다'고 한다.

이는 오늘날 뇌 의학에서 말하는 대뇌 앞부분인 전두엽에 해당된다. 전두엽은 인간에게 현저히 발달한 부위로서 사고와 추리 등에 관한 일을 맡고 있다. 황정경에는 명당궁이라 해서 사물을 밝힌다는 의미의 밝을 명(明) 자를 쓰고 있다.

또 우뇌는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분야에 관여하고 좌뇌는 논리적인 일을 맡아서 한다고 하는데, 이는 사물을 밝히는 역할을 맡은 명동진군과 명녀진관의 역할과 같다. 그리고 가운데에 있는 명경신군은 문자 그대로 거울이니 외계 사물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역할을 한다.

황정경은 이런 식으로 우리의 뇌 속에는 열 네 분의 제신(諸神)들이 각각의 궁궐에 자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앞서의 명당궁의 세 신들과 좀 더 들어가서 동방(洞房)의 무영군(無英君)과 백원군(白元君), 황노군(黃老君), 다시 더 들어가서 단전궁(丹田宮)의 상원적자(上元赤子)와 제경군(臍卿君), 다시 더 들어가면 유주궁(流珠宮)의 유주진인(流珠眞人), 또 더 들어가서 옥제궁(玉帝宮)이 있어 옥청신모(玉淸神母)가 살고 있다.

그리고 양 미간에 위치한 앞서의 명당의 한 치위에는 천정궁(天庭宮)이 있어 상청진녀(上淸眞女)가 살고 동방 위 한 치 위에는 극진궁(極眞宮 )이 있어 태극제비(太極帝妃)가 살고 있다.

또 단전궁 한 치 위에는 현단궁(玄丹宮)으로서 중황태일진군(中黃太一眞君)이 살며 유주궁 한 치 위에는 태황궁(太皇宮)이 있어 태상진군(太上眞君)이 살고 있기에 영문호(靈門戶), 즉 영이 드나드는 문이라 하였다.

이는 마치 오늘날 뇌 의학에서 말하는 뇌 각 부분의 역할들과 묘하게도 일치하는 면들이 있어 흥미롭기 그지없다.

또 재미난 것은 인간의 지나친 욕망을 세 가지 벌레, 즉 삼시충(三尸蟲)으로 비유하고 있는 대목이다. 사람은 이 벌레가 들면서 장생불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니 이 벌레들은 인간이 백곡과 육류를 먹기 때문에 들어와서 오장육부를 꿰뚫고 다닌다고 한다.

삼시충은 상·중·하로 나뉘는데, 위에 있는 벌레는 이름이 팽거(彭倨)로서 재화를 탐내며, 중시는 팽질(彭質)로서 오미(五味)를 좋아하고, 하시는 팽교(彭矯)로서 색(色)을 탐한다고 한다.

이는 인간이 지닌 물욕과 식욕, 그리고 성욕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지나치면 마음을 고요히 해서 신선이 되거나 장생불사할 수 있는 인간의 기틀을 빼앗아 버리기에 이 욕망을 벌레에 비유하고 있는 셈이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물욕과 식욕, 성욕에 찌든 자 스스로가 벌레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니 흥미롭지 않은가!

이 삼시충을 몰아내고 신선이 되는 길은 우선 비린내 나는 육류과 물고기 종류 등을 멀리하고, 너무 강한 맛을 피하며, 세상의 번잡하고 더러운 일을 피한 후에 호흡법을 통해 심신을 수련하고 책에 적힌 방법대로 오장육부를 다스리는 것이다.

이 중에서 토납(吐納)에 관한 공부, 즉 호흡법과 명상에 드는 법은 세간에 널리 퍼져있으니 생략하고, 생식과 지나친 성욕의 억제에 대한 부분과 오장육부를 다스리는 법에 대해 좀 더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남녀의 생식 기능에 관한 것부터 얘기한다.

"허리 부근의 명문제궁(命門臍宮) 가운데 대군(大君)이 있으니 이름을 도해(桃孩)라고 하며 음양신의 이름이다. 이는 또 백도(伯桃)라 부르기도 한다"고 적혀있다.

이는 바로 허리 부근의 콩팥 위에 붙은 부신피질(副腎皮質)로서 한의학에서 명문(命門)이라 부르는 부위이다. 이 속에 도해, 풀어서 복숭아 아이가 있다는 것이니 복숭아는 동양에서 남녀간의 섹스를 뜻하는 것이기에 성호르몬의 작용을 말하는 것이니 이를 음양신, 현대적으로 말하면 생식신의 자리인 것이다.

또 "남녀의 음양지사는 아홉이 있으니 도강(桃康)이 있다"라고 말하면서 그 보충 글에는 "태일과 공자, 백원, 무영, 사명, 도강"이 이 일에 관계한다고 적혀있다. 이는 앞서 우리 머릿속에 깃든 신들의 이름이니 뇌 속의 그 부위가 바로 생식과 관련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내분비선인 뇌하수체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러면 오장육부를 다스리는 법에 관해 한 가지만 살펴보기로 한다.

아홉 번째 글인 폐부장(肺腑章)의 일부를 소개한다.

"폐부의 궁은 화개(華蓋)와 같으니 그 밑에 동자가 있어 옥궐에 앉아있다...(중략)...밖으로 중악(中岳)에 응하니 코와 배꼽이 그것이다. 하얀 비단옷에 노란 구름무늬 띠를 두르고 있다. 천식의 호흡을 하면 몸이 불편한 것이니 급히 백원군(白元君)을 보존하여 여섯 기를 부드럽게 하면 신선이 오래동안 살펴주니 재해가 없을 것이다."

이는 폐가 화개라는 말은 임금이 행차할 때 수레 위에 덮는 일산(日傘)과 같이 생겼다는 말이고, 접었다 폈다 하는 것이니 허파의 움직이는 모습이다. 폐기는 중앙에 통하니 얼굴의 중앙인 코와 인체의 중앙인 배꼽과 기가 연결된다는 것이니 이는 정확한 한의학적 지식이다.

천식이란 숨이 급한 병인데, 이럴 때에는 뇌 속 동방(洞房)에 거주하는 백원군을 불러 경락을 소통시켜 주면 아무런 건강상의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백원군은 흰 백(白)이니 이는 뇌 속의 폐 기능을 담당하는 내분비 물질의 분비를 자극하여 병을 고치라는 주장이다.

필자는 한의학을 연구 중인데, 인체의 수태음폐경 외에 머리의 어떤 부위에 침을 놓으면 이 백원군을 불러낼 수 있는지를 지금도 궁금해 하고 있다.

이처럼 신선이 되고자 하는 자, 장생불사하려는 자에게 있어 황정경(黃庭經)은 보물과도 같은 책이었으며, 훗날 쏟아져 나온 무수한 신선술 서적의 원류이자 한의학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책이다.

얼핏 보면 알 수 없는 신비한 얘기들로 가득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그리 어려운 얘기가 아니라 대단히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황정경(黃庭經)이다.

책의 전체 내용을 보면 정신을 다스리고 호흡을 하는 법에서부터 음양오행에 관한 내용, 오장육부의 모습과 그 기능, 그를 다스리는 법과 뇌의 활동과 기능에 대한 설명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 책에는 신선과 도사는 세상 사람이지 특별한 신(神)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강조하면서, 신선이 되는 법이나 불로장생하는 법이 그리 허황된 방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무척이나 실천적인 지침서임을 알려주고 있다.

다만 책에 제시된 방법대로 실천하면서 만 번을 정성껏 독송하면 나중에는 절로 신선이 되거나 불로장생하게 된다는 대목에 가서야 다소의 종교적인 냄새를 풍기고 있는데, 또 누가 알리, 그대로 따라서 하면 정말 신선이나 장생불사의 도인이 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야 복더위에 신선이 되는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더없는 피서가 아니겠는가! 정말 재미있는 책이니 동양학에 다소의 조예만 있다면 읽어서 후회가 없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고 보니 필자의 칼럼이 이번으로서 200회째가 된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독자들의 관심 때문이었다.

(지지난 번 글에서 박찬호 선수의 일간(日干)을 갑목(甲木)인 것으로 잘못 소개했었다. 다시 잘 확인해보니 을목(乙木)인데 기억에 처음 입력이 잘못된 탓에 착오가 있었다. 어느 고마운 독자분의 지적으로 정정하고자 한다. 박찬호 선수는 을목인 이상 금년부터 새로운 출발이니 맹활약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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