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난 1월 이라크 총선에서 친미 성향의 정당 및 후보들을 당선시키기 위해 이들에 대한 비밀지원 계획을 추진한 바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행정부의 전ㆍ현직 관리 12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총선 수 개월전, 친미 정당 및 후보에 대한 비밀지원 계획을 승인했으나 그 뒤 의회의 반대에 부딪쳐 이를 철회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부그라이브 포로 학대 등 미국의 이라크 점령의 문제점을 가장 먼저 파헤쳐 온 세계적인 탐사보도 전문기자 세이무어 허시는 부시행정부의 이라크 총선 비밀개입이 단순히 계획 차원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실제 개입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 커다란 논란이 예상된다.
허시 기자는 18일 공개 예정인 <뉴요커> 기사에서 복수의 전직 군사 및 정보관리들의 말을 빌어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의 이라크 총선 개입이 "퇴직한 중앙정보국(CIA) 요원들과 기타 민간인들에 의해,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자금을 이용해 진행됐다"고 밝혔다. 허시 기자는 그러나 구체적인 사례와 개입 양상은 밝히지 않았다.
이같은 <뉴요커>의 보도 내용이 사전에 알려지자 백악관은 즉각 해명 논평을 발표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미 국가안보회의(NSC)의 프레데릭 존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께서는 최종적으로 개별 후보들을 비밀리에 도와 이라크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혔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NSC 성명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실제로 이라크총선에 비밀 개입했는지 여부가 여전히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다면서 백악관이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특히 부시 대통령이 그동안 이라크 총선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면서 이러한 비밀개입 계획의 수립 및 지원은 부시 대통령의 다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이라크 정식 정부 출범을 위해 내년 1월 치러질 총선에도 미국이 비밀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총선에 비밀리에 개입하려다 의회의 반대에 부딪혔다는 사실은 지난 해 10월 <타임>이 보도한 바 있으나 이번 세이무어 기자의 보도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당시 부시 행정부에서는 총선을 계기로 이란의 영향력이 증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비밀리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며 아직도 이 문제는 행정부 내에서도 심각한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당시 <타임>은 이 문제를 놓고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인 낸시 펠로시 의원과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 큰 소리로 언쟁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한편 하원 정보위원회의 민주당측 간사인 제인 하만 의원(캘리포니아주)은 성명을 통해 "만일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범법행위이며 매우 심각한 사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하만 의원은 자신이 이 문제에 관해 정부와 직접 협의를 했으나 비밀사항이기 때문에 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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