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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사업 수준의 '당국간 관계 제도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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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개성공단 사업 수준의 '당국간 관계 제도화' 필요

미래전략연구원의 '지구촌, 분석과 전망' <24> 장관급회담 이후의 남북관계 (하)

지난 6.17 면담 이후, 남북관계는 그간의 경색국면에서 벗어나 급속하게 회복되고 있다. 2004년 김일성 주석 조문 불허 파동과 대규모 탈북자 입국 사태 등으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는 지난 2.10 외무성 성명(북의 핵보유 선언)과 6자회담 공전 등의 악재와 겹치면서 (2000년) 6.15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내외의 우려를 낳았다. 사실, 이 기간 동안 남북관계가 얼어붙었던 것은 북-미간 핵공방에서 남측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 혹은 어정쩡한 태도와 함께, 북측의 내부에서도 당 및 정부 등의 제도와 사람의 정비에 원인이 있었다. 물론, 근본적인 원인으로서 북-미간 관계를 빼놓을 수 없지만, 이 기간은 북측으로서도 남북관계에 대한 새로운 판짜기를 숙고하는 기간이었음이 틀림없다.

반면, 남측은 정동영 장관의 몇 차례에 걸친 대북 편지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남북대화를 재개하고자 물밑에서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었다. 다른 한편, 6.15 5주년을 맞이하여 정부 당국자간의 대화 단절에도 불구하고 민간차원에서 꾸준히 준비해왔던 일련의 노력들도 당국자 회담의 재개에 중요한 추동력이었음이 분명하다. 6.15 5주년과 광복 60주년의 상징성이 갖는 대규모 민간 합동 행사의 합의와 추진은 당국자들에게 있어서도 대화를 압박하는 하나의 요인이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남북관계는 당국과 민간의 두 수레바퀴를 통해 발전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어찌되었든, 6.17 면담과 장관급회담의 성사를 통해 남북관계는 물론 6자회담에도 새로운 국면이 열리게 되었다. 남북관계는 6.15 수준으로 복귀되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판짜기로 들어섰으며, 6자회담은 재개의 전망이 한층 높아지게 되었다. 현재의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북-미관계의 개선 여하에 따라 여전히 불투명한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관계의 발전이 북-미관계를 포함한 한반도의 상황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축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남북관계의 발전은 앞으로의 한반도 상황을 규정짓는 중요 변수가 될 것이다.

***1. 당국간 회담의 중요성**

6.17 면담으로 확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남북관계 발전의 가장 중요한 축은 당국간 대화라고 할 수 있다. 북이 주장하는 민족공조는 엄밀히 따져 두 측면에서의 공조를 의미한다. 하나는 민간차원에서의 협력과 단합을 의미한다면, 다른 하나는 당국간 협력과 단합이다. 이 중 남북관계를 제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보다 더 중요한 역할은 당국간 협력에 달려있다. 따라서 당국간 회담은 남북관계의 발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당국간 회담이 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로, 통일문제(남북문제)가 과거 1980년대 말의 정부와 민간의 갈등과 대립의 국면에서 벗어나 견제와 협조라는 측면으로 변화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6.15 공동선언 이후, 당국간 대화의 발전이 민간차원의 대화와 협력을 보다 더 확대시켜주고 있으며, 반대로 민간차원의 대화와 협력은 당국간 대화를 뒤에서 떠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의 이러한 관계는 남북 당국간 회담을 통해서 제도적으로 발전해 갈 때만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둘째로, 현재의 남북관계 진전을 가로막는 제도적이고, 국제적인 측면의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당국간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민간차원의 대화와 협력이 이와 같은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결국 이의 해결은 당국간 대화와 협력에 달려있다. 민간 협력은 이러한 장애물을 제거하고, 공론화하여 당국간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매개자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반면, 당국간 협력은 이를 실제로 해결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셋째로, 현재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보자면, 당국간 대화와 협력을 통한 한반도의 화합과 평화의 분위기 조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특히,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는 문제와 지금의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당국자간의 합의는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로, 현실적인 문제로서 지금까지의 남북관계의 발전을 크게 정치군사영역, 경제협력영역, 그리고 사회문화영역으로 구분할 때, 상대적으로 정치군사영역의 남북협력이 가장 뒤처지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이 전체적인 남북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사회문화 영역이 주로 민간이 주도하는 영역이라면, 정치군사 영역은 당국이 주도하는 영역이다. 그리고 정치군사 영역에서의 불안정은 전체 영역의 불안정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도 정치군사문제에서의 남북간 협력이 시급히 요청되면, 이는 곧 당국자간의 회담과 합의가 그 만큼 더 절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00년 정상회담과 금번의 6.17 면담 그리고 6.15 공동대축전을 통해서 당국자간의 대화와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북 역시 당국자간의 회담을 통해 남북간에 얽힌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풀어가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현실적으로 북도 민족공조의 차원에서 민간차원의 대화와 협력을 한층 강화하면서도, 동시에 당국자간의 대화와 협력에 보다 더 강조점을 두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당국자간의 회담과 협력은 과거의 역사가 보여주었듯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의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장관급 회담이 핵문제와 남북간의 불신으로 13개월 이상 중단되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남북대화는 도처에 널린 지뢰밭을 건너야 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도는 남북 정치·군사회담의 제도화를 이루어내는 것이겠지만, 이 역시 합의에 대한 강제수단이 없는 조건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렵게 재개된 남북장관급 회담과 이어지는 일련의 회담과 공동행사를 통해 향후 남북관계의 제도화의 가능성에 조금씩 접근하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2. 남북관계의 제도화는 가능한가?**

지금까지의 남북대화의 역사를 살펴보면, 엄청난 기대감이 어이없는 실망으로 바뀌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1972년 남북 공동성명 발표와 이어진 남북조절위원회 회담이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중단되었고, 1989년 예비회담을 시작으로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남북 고위급 회담도 90년에 1차회담을 시작하여 91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으로 성과를 내었으나, 이후 92년 결렬되고 말았다. ‘짧은 화해와 긴 대립’으로 상징되는 그간의 남북관계는 제도화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사실, 90년대까지의 남북관계를 살펴보면, 회담의 정례화를 약속했지만, 이를 강제하거나 혹은 회담이 정례화될 수 있는 적절한 주변 여건 그리고 내부의 동력을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하였다. 결국 남북대화가 지속될 수 있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뒷받침이 없는 제도화는 불가능함을 말해준다.

다행스럽게도 2000년 정상회담을 계기로 마련된 남북장관급 회담은 지금까지 15차에 걸친 회담을 지속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특사파견 등의 조치를 통해 어려운 국면을 넘겨왔다. 이렇게 본다면, 200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당국자간의 회담은 ‘불안정한 제도화’의 형태를 보여왔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짧은 화해와 긴 대립’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제도화는 불안정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남북 대화의 위기시에 특사의 파견을 통한 대화의 복원이 반복되어 왔다는 점이다. 지난 국민의 정부 시절의 두 번에 걸친 특사 파견과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 이번의 특사 파견은 모두다 대화가 중단된 위기에서 남북 최고당국자의 결단에 따라 이루어진 일이었다. 이렇게 본다면, 불안정한 제도화를 최고 당국자의 의지가 뒷받침하고 있다고도 평가할 수 있겠다. 사실, 남북당국자간의 회담에서 최고당국자의 의지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으며, 이런 점에서 공개성과 투명성의 맹목적 주장은 현실성이 없는 공허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할 뿐이다.

남북관계의 제도화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서 볼 때, 대단히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의 과정은 불안정하나마 제도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금번의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과거와는 달라진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장관급 회담 일정에 대한 남북 합의에 대한 내용이다. 이번에 공동보고문에 합의된 제12항은 제16차 장관급 회담을 9월 13-16일 백두산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다음 회담은 12월 중에 남측 지역에서 개최하기로 함으로써, 차기 회담뿐만 아니라 차차기 회담의 일정까지도 합의하였다. 이는 남측이 요구했던 정례화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북측이 일정하게 정례화에 화답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이번의 장관급 회담은 후속 회담 혹은 행사만 하더라도 7월 중에 6개, 8월중에 4개 등으로 말 그대로 뜨거운 여름을 예고하고 있다. 북측의 장관급 회담 대표인 권호웅 참사가 언급했듯이, 남측의 욕심이자, 이의 실천이 향후 남북관계 발전의 중요한 추동력이 될 전망이다.

향후 남북관계는 지금의 뜨거운 여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더 큰 회담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북미관계의 향방과 연결되겠지만, 현재 북측이 보여주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한 의지는 ‘6.15 공동선언’을 발표할 당시와 비견될 정도이다. <조선신보>는 6.17 면담과 장관급 회담의 합의를 ‘제2의 6.15’로 선언하고, ‘제3의 6.15’는 필요없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지금의 남북관계가 단기적 실리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전략적인 차원에서 내려진 결단임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올해 북이 신년사에 밝힌 ‘승리의 10월’이라는 상징적 구호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면, 북 역시 올해에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모두에서 무언가 성과를 얻거나,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북이 11개월에 걸친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을 풀고 대화에 나선 것은 남북관계에 대한 새로운 판짜기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또한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해 현안이 되고 있는 북핵문제를 풀기위한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미 그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볼때, 지금의 남북관계는 과거보다 진전된 제도화의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불안정한 제도화에 머물겠지만, 쉽사리 어느 한쪽이 판을 깨기 힘든 구조가 서서히 형성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여전히 미국이라는 변수와 남북간의 예측할 수 없는 돌발성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3. 남북관계 제도화를 위한 과제**

남북관계가 6.17 면담과 장관급 회담을 통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전히 합의된 내용의 실천이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북은 장관급 회담에서 합의한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을 예정되었던 10일이 아니라 7월 28일에 갖자고 제의하였고, 실무접촉이 성사되었다. 앞으로도 적십자 회담, 경추위 회담, 수산실무회담 등의 당국자간 회담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8월 15일에는 남측 지역에서 8.15 광복 60주년 대축전이 예정되어 있다. 비중있는 정부 당국자를 파견할 것이라는 합의에서 알 수 있듯이, 중요 인사가 방남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그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고위급 인물이라면, 조심스럽게 제2차 정상회담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9월중의 남북장관급 회담이 백두산에서 열리게 되고(백두산에서 열린다는 의미의 한 가지는 앞으로 북이 백두산을 관광지로 개발할 것임을 암시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남측에 모종의 제안을 할 가능성이 높다), 장성급 회담이 순조롭게 열리게 된다면 남북관계는 빠른 속도로 제도화의 길에 접어들게 될 것이다. 이미 남북은 회담의 제도화된 틀을 통해 공동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민간차원이기는 하지만 사실상의 준당국자간의 협의인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사업이 그것이다. 이러한 공동의 사업은 남북 당국의 정치적 격랑에 휩쓸리면서도 좌초하지 않고 제도화된 틀을 고수하고, 발전시켜온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공동의 실천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만이 - 그리고 상호 실리추구의 이해관계가 합치되는 경우 - 제도적 틀을 형성할 수 있었고,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와 같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 향후 남북관계의 제도화는 선언과 합의문이 아니라 실천의 영역에서 찾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실천의 중심에는 민족 공동의 이익이 자리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한미동맹구조에 갇혀있는 남측 정부의 과감한 자세 전환이 요구된다. 즉, 한미동맹의 틀에서 남북관계의 발전이라는 협소한 틀이 아니라 민족공조와 한미공조의 균형잡힌 정치적, 외교적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사실, 현 정부의 한미공조에 대한 강조에도 불구하고, 한미공조에도 실패하고 민족공조에도 실패한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의 남북 관계의 제도화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변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남북관계의 제도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는 남북 당국자간의 신뢰관계의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고지도자간의 신뢰관계는 협정과 조약에 구속되지 않는 남북관계의 현재에서 가장 중요한 제도화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남북간에 체결된 무수히 많은 합의서가 종이조각으로 변해간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정치적 신뢰의 부족에 기인한다. 또한, 과거 91년 남북 기본합의서의 성격을 신사협정 수준으로 낮추고, 국회 비준을 거부했던 것은 바로 남측이었다. 각고의 노력끝에 만들어진 합의서가 국내 일부의 세력에 의해 종이조각으로 변해버렸던 역사는 정치적 신뢰의 부족이 낳은 결과였다.

마지막으로, 현재 진행중인 회담과 공동 실천 사업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장관급 회담으로 경추위 회담의 재개, 장성급 회담의 재개, 이산가족 상봉의 재개 등이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새롭게 수산회담과 농업협력 사업 등이 추가되었다. 이들 사업 모두가 당국간의 긴밀한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들이며, 농업 협력은 현재 북이 절실히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합의의 실천이 성실하게 이행되고, 성과가 이룩된다면 북 역시 회담에서 철수하는 반(反)실리적인 행동을 쉽게 취하지는 못할 것이다.

***4. 남측의 정치·외교 역량이 힘을 발휘할 때**

앞으로 남북관계는 위에서도 밝혔듯이, 북의 적극적인 자세와 남의 화답(혹은 남의 적극적인 자세와 북의 화답)으로 6.15의 수준 이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이러한 가능성은 현안의 6자회담과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 여전히 북-미 상호간의 근본적인 불신이 가라앉지 않고 있지만, 여러 가지 좋은 징조들이 보이고 있다. 이제는 정말로 남의 정치·외교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남의 정치·외교 역량은 거꾸로 앞으로의 남북관계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현재 북은 남북관계에 대한 새로운 판짜기를 모색하면서 남측의 미국에 대한 태도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미공조 자체의 파기를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민족공조에 대한 성의있는 태도를 요구할 것이다.

이번의 장관급 회담에서 ‘우리민족끼리’가 명기된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차분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북이 요구하는 것은 남측의 민족공조에 대한 성의와 실천이다. 그리고 북 역시 미국에 대한 지금까지의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평양에서 열린 세계여자권투협의회 세계타이틀전에서 성조기를 들고 입장하는 미국 선수에게 박수로 화답하고, 미국국가가 울리자 관중들이 일제히 기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지난 3일에 열린 ‘당 구호’ 관철 평양시 군중대회에 운집한 10만명의 집회에서도 반미의 구호가 나오지 않았다. 미국에게 일종의 화해의 손짓을 보내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남측에게도 미국을 설득하는 좋은 소재라 할 수 있다.

남측의 정치·외교 역량이 이제야 말로 평양과 워싱턴을 사이에 두고 힘을 발휘해야 할 때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남북관계의 발전과 북미관계의 발전 모두에 이로운 일이 될 것이며, 나아가서는 현재의 남북관계를 보다 높은 제도화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우리민족끼리’에 담긴 숨은 뜻을 잘 살펴봐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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