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페인, 영국, 그리고 다음 차례는? 이라크 제 4위 파병국인 이탈리아가 다음 번 테러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9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영국 런던 연쇄폭탄테러가 발생한 7일 오후부터 8일에 이르기까지 의회 지도자, 외무부, 내무부, 정보기관, 군 관계자들이 모여 이탈리아에 대한 테러 가능성 점검 및 보안조치 강화를 위한 회의를 열었다.
이미 공항에서는 중동지역 탑승객들에 대한 집중적인 검문검색이 이뤄지고 있으며 로마 시내 지하철에는 경찰병력이 증원 배치됐다. 런던테러에 이어 이탈리아가 다음번 공격 목표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이같은 판단에는 물론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다. 우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함께 유럽에서 부시행정부의 이라크전쟁을 가장 열성적으로 지원한 정치지도자다. 3천명의 병력을 이라크남부 나시리야에 파병한 이탈리아는 미국, 영국, 한국에 이어 4위의 파병국이다. 게다가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내년에 재선을 위한 총선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3월 11일, 총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일어난 마드리드 테러로 당시 스페인의 보수당정권이 맥없이 무너졌던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
이탈리아의 한 보안전문가는 "분명히 우리가 다음 목표다. 우리는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했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체불명의 이슬람단체로부터 이탈리아에 대한 테러 경고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이 8일 두바이발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알카에다와의 연계를 주장하는 이 단체는 인터넷에 올린 성명을 통해 "이교도의 도시 로마에 대해 경고한다. 유럽의 지하드 용사들이 십자군의 나라 미국에 협조하고 있는 이탈리아 정부에 대해 강력한 공격에 나설 것임을."이라고 밝혔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8일 스코틀랜드 G8 정상회담이 끝난 후 "이탈리아는 오는 9월 병력 3백명을 (이라크에서) 철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같은 부분 철수가 당초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이며 테러 위협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테러 가능성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4월 고위 정보요원이 이라크에서 피랍 여기자를 구출해 오다 미군에 의해 사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 뒤 여론에 떠밀려 가을부터 철수 방침을 밝혔으나 그동안 정확한 철수시점에 대해서는 입장이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9월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한 적이 있으나 피니 외무장관은 2006년 초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이탈리아 집권 연정의 한 각료는 8일 이제는 유엔이 나서서 "우선 이탈리아 군을 시작으로, 아마도 9월부터 (이라크 주둔 외국군의) 점진적인 철군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뉴욕, 마드리드, 런던에 이어 이탈리아가 다음 번 테러 목표가 될 것은 거의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세계 제3위의 이라크 파병국인 한국은 현재 자이툰부대의 주둔연장동의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제는 우리도 철군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때가 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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