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교체될 즈음해서 아파트값이 급속히 오르기 시작했다. 정권 교체기에 풀린 돈이 마땅히 갈 곳을 못 찾아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대치동 은마 아파트를 선두로 강남 아파트들의 재건축 기한이 다가와서 오른 면도 크다.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대책,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놓으며 아파트 값을 잡으려 하지만 이미 오를 대로 올라버린 아파트 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이에 전문가들을 앞세운 몇몇 언론들은 노골적으로‘규제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른다’고 하면서 규제, 즉 수요 중심의 해법을 지양하고 공급 중심의 해법을 내 놓으라고 부추긴다.
***공급을 늘리면 집값이 떨어지는가?**
정부가 규제를 하려고 하면, 항상 나오는 말이 규제는 시장을 왜곡시키므로 공급 중심의 정책을 펴라는 것이다. 또한 최근의 아파트가격 상승은 시장 전체적인 현상이 아니라, 일부 중대형 평형의 아파트에 국한된 것이므로, 차라리 중대형 위주의 공급을 하라고도 한다. 판교신도시를 중대형으로 지어 서울의 수요를 분산시키자는 이야기도 이런 맥락이다. 서울 주변에 신도시, 아니면 택지개발이나 도시개발 방식으로 몇 백만평씩 건설해서, 교육에, 직장에, 그리고 쾌적한 주거환경까지 갖추어주면 강남의 상징성이야 못 따라 가겠지만, 본새는 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면 자연스럽게 서울의 수요도 분산되어 집값이 떨어지지 않겠는가?
재건축 용적률을 300-400%로 올리자는 말도 나왔었다. 도시 내부에서는 더 이상 공급할 지역이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공급수단인 재건축을 통해 공급을 확대하자는 의미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있는 아파트 단지 두 배 정도의 밀도로 사람이 살게 된다. 즉, 15층짜리 아파트는 30층으로, 20층짜리 아파트는 40층으로 올라간다. 혹은 조금 더 올려서, 재건축 밀집 지역인 강남 일대를 타워팰리스만한 높이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러면 만족할 만한 수준의 공급이 해결되는가?
현재 서울 및 수도권에서 공급을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시도는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집값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수요가 넘칠 뿐만 아니라, 공급을 하면 할수록 수요 또한 증가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85%, 대기업 본사의 91%가 수도권에 몰려있고, 그 외 교육, 문화 등의 기회에 있어서도 서울 및 수도권의 수요과잉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정책을 동반하지 않은 공급정책은 수요를 확대재생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또한 지금의 시스템에서는 투기꾼들이 먹고 튀는 현상을 효과적으로 잡을 수 없다. 투기꾼들이 몰리면, 아무리 공급을 늘려도 중간마진이 늘어난 것처럼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현재의 수요량, 현재의 체계에서는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주택을 공급하는 방법 중 몇 년 사이에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 바로 뉴타운 개발이다.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기존에 있는 재개발, 재건축, 도시개발사업을 적당히 조합해서 만든 것인데, 일단 용도변경을 해서 용적률을 높이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정부와 서울시까지 나서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여기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그리고 강·남북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 맞게 뉴타운 사업지역으로 지정이 되면 그 지역과 주변지역 역시 강남처럼 집값, 땅값이 사정없이 올라간다. 왕십리뉴타운이 대표적인 지역인데, 하왕십리동 ‘청계벽산’45평형의 경우, 2002년 10월 3억이던 아파트값이 4억 5천으로 올랐고, 땅값도 4년 전 평당 300-400만원 하던 지역이 네 배를 넘어 평당 1200-1500만원선으로 올랐다(파이낸셜뉴스, 2004-09-23, 01면).
뉴타운 사업은 일차적으로 해당지역의 분양가를 상승시키고, 다시 인근지역의 집값을 상승시키고, 전체적으로 서울 전체의 집값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이는 강남에서 강북, 다시 수도권으로 전파되는 집값 상승경로를 따라, 집값을 상승시킬 뿐이다. 뉴타운 방식의 하나인 재건축도 마찬가지이다. 재건축을 통해 아무리 공급 확대를 시도해 보아도,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재건축 분양가 담합’에서 보듯이, 분양가를 높이기 때문에 공급확대를 통한 집값 하락보다는, 오히려 주변지역 집값까지 덩달아 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전문가들이 말하는 ‘공급확대’란 것도 조심스럽게 적용해야 하는 경제학적 원리의 하나일 뿐이다.
***거품인가, 아닌가?**
최근에는 거품론까지 등장했다. 최근 한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부동산 거품 논쟁은 일본의 경험에서 보듯이 우리에게 ‘거품붕괴 = 경제침체’의 메시지를 준다. 그래서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완하하고자 하는 사람들, 혹은 공급을 늘리고자 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우리는 일본과 다르다’라고 하며, 거품현상 자체가 아니거나, 혹은 전반적인 거품이 아니라 일부의 아주 국지적인 거품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해법이라고 제시하는 것도, ‘거품이 깨어지지 않게 조심하자’라는 말은 못하고, ‘한국식 경기침체’에 대비하자, 즉 경기를 위해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풀자 혹은 공급을 늘리자는 말이 대부분이거나 이런 뉘앙스를 풍긴다.
사실 거품일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굳이 거품이라고 하지 않아도 강남의 아파트들, 특히 중대형 평형은 몇 년 전과 비교해서 거의 두 배 가까이 집값이 뛰었다. 몇몇 개발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이 그대로인 것을 보면 이런 집값 상승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거품이라고 하는 주장에 좀 더 집값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고, 공급측면의 해법보다 수요(규제)측면의 해법에 조금 비중이 실리는 것뿐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장은 부동산관련 대출은 급증하고 있고, 이 돈들이 묶여 내수침체를 일으켜 경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 바삐 이런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닥칠 수도 있다고 한다. 부동산으로 몰리는 돈은 생산에 기여하지 못하고, 다만 조금 더 가진 사람의 배를 불려줄 뿐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조금 더 가지려는 사람이 만들어낸 수요는 점점 더 덩치를 키울 뿐이다. 부푼 풍선은 아주 작은 송곳에도 터질 수 있다. 거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일지라도 다이어트가 필요함을 부정할 순 없다.
***수요측면의 해법은 무엇인가?**
공급측면에서의 해결책이 더 이상 효과를 가지지 못한다면, 지금 쓸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은 수요측면에서의 해법, 바로 규제뿐이란 얘기가 된다. 규제는 언제나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필요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규제의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를 논해 그 규제의 정당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하기 위해 규제를 할지 안 할지를 결정하고, 규제의 효과가 없다면 실효성 있게 규제를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진정한 의미의 수요란 좀 더 큰 틀, 국토균형발전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서울의 과잉수요를 장기적으로 지방으로 돌리기 전에는 서울 및 수도권, 특히 강남의 집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서울에서 주거복지를 실현하기는 절대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병행해서 규제 또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까지 수요측면에서의 정책은 보통 다음의 세 가지를 의미했다. 첫째, 거래규제, 둘째, 세금, 마지막으로 “막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성 조사”이다. 그렇지만, 요란하기만 할 뿐, 실속은 없다.
첫째, 거래규제란 집값이 많이 오르는 지역 중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서 분양권 전매제한과 청약제한 등의 규제를 가하는 것을 말한다. 분양권 전매제한이란 집값을 다 내기도 전에 당첨된 분양권을 사고팔지 말라는 것이고, 청약제한이란 5년동안 한 번 당첨된 사람은 다시 당첨되는 데 제한을 가하겠다는 말이다. 그 동안 집값 올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던 분양권전매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그 속에서의 차선책인 당첨이라는 기형적인 제도에 기인한다. 로또처럼 천원만 있으면 대박의 기회를 노려볼 수 있듯이, 청약통장만 가지고 있으면 몇 천만원부터 몇 억은 당길 수 있는 분양권 당첨기회를 그 집에 “살” 사람만으로 제한하겠다는 것과 당첨된 사람은 다시 당첨될 기회를 줄이겠다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전부 해결할 순 없을지라도 현실적으로 실수요자에게 기회를 확대하는 효과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도 프리미엄은 분양권을 팔 때마다 뛰는데, 분양권전매제한을 하는 순간 프리미엄의 가격이 몇 억에서 몇 천으로 줄어들거나 프리미엄이란 말 자체가 없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그렇지만 강남구 재건축 단지에 개발이익환수제가 시행되면, 서초구 재건축 단지가 들썩이고, 다시 강남구도 들썩이듯이, 규제를 하면 규제대상이 아닌 아파트 단지의 집값이 오르고, 다시 규제대상인 아파트 단지의 집값을 상승시키고, 전반적으로 집값이 상승한다. 그래서 규제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규제는 서울 및 수도권 일부지역과 대전 등 개발이 일어날 예정인 지역 등에서 이루어지고, 주택유형상으로는 아파트에서 주상복합까지 왔다. 집값 문제가 더 불거진다면 전국, 그리고 오피스텔과 상가로 확대해야 한다.
둘째, 세금규제의 대표적인 것은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해 양도소득세를 기준시가가 아닌 실제 거래가격로 부과하는 것이다. 또한, 투기지역 중에서도 집값이 많이 오르는 지역을 골라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해 현실적으로 취·등록세까지 실거래가로 부과하는 규제도 있다. 결국 요지는 돈 버는 것은 좋은데 세금을 제대로 내라는 말이다. 이 말은 지금까지 집을 사고 팔 때 세금을 얼마나 안 냈는지를 나타내기도 하고, 이런 문제들 때문에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얘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세금만이라도 제대로 내자는 말이다. 따라서 이것은 규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왜곡되어 있는 현상을 바로 잡는 것에 불과하다. ‘과표 현실화, 보유세 강화, 보유세는 올리고 거래세는 낮추자, 혹은 그 반대’ 등의 논쟁을 통해 제도의 실행시기가 늦춰질수록 세금 안 내고 돈 버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만 간다. 게다가 수혜자는 소수이다. 논쟁은 충분히 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부동산세를 올리는 청사진까지 정부가 제시한 상태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조명래 교수의 말처럼 ‘역사에 남을 정책을 내놓을 때’이다.
마지막으로 이도저도 안 될 때의 규제는 각종 조사이다. 재건축 분양가 담합 조사, 안전진단조사, 세무조사 등과 같이 원래 법적으로 지켜져야만 하던 것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조사비용 때문에 전부에 대해서 할 수는 없고, 특정지역, 특정사람에게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정부의 각종 부동산 안정 종합대책을 보면, 주택에 대한 규제는 기본적으로 경제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다고 나와 있다. 즉 불법이던 것을 그동안 항상 설렁설렁 넘어가서 큰 문제가 없었으니 경제가 어려우면 그냥 넘어가거나 더 헐렁하게 해 주고, 문제가 생기면 “강력대응”하면서 생색을 내는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강남지역 재건축 사업의 경우, 불법이면 재건축의 인·허가를 취소하는 방식으로 “강력대응”하고 있지만, 언제까지일지는 미지수이다. 곧 사라질 규제는 규제가 아닌 것이다. 즉, 할 수 있는데도 경제가 불안해서, 아니면 냄새 나는 다른 이유로 인해 하지 않는 것은 할 의지가 없는 것이다. 한 마디로 규제가 규제가 아닌 것이다.
***‘헐리우드 액션’에 경고를...**
위에서 보았듯이, 현재 공급을 늘리면 집값은 오른다. 게다가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규제책 또한 그저 그렇다. 규제 측면에서, 정부는 큰 손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투기꾼들이 집값을 올리는 것처럼 말하면서 이들을 잡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현실적으로 투기와 투자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자산가치의 상승을 노리는 것이 투기라면, 누가 집 살 때 집값 오르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집을 사겠는가? 또한 집을 두 채 이상 소유하는 사람이 투기이고, 한 채 소유하는 사람이 실수요라면, 전세 끼고 집을 사는 사람은 투기인가, 투자인가? 따라서 정부가 말하는 투기와 투자, 투기수요와 실수요의 구분은 논쟁만 불러 일으킬 뿐이다. 전체적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즉, 돈을 조금 버는가 많이 버는가로 규제하지 말고, 집으로 돈 버는 기회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물론 이런 규제와 더불어 임대주택 등의 복지정책이 함께 가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언제라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지자체와 이에 덩달아 춤추는 언론이 있는 한 정부의 ‘헐리우드 액션’ 만으로는 강남불패의 신화는 깨어지지 않는다. 실거래가 세금으로 해결이 안 되면 세율을 높여야 하고, 주택거래 신고지역으로 해결이 안 되면 주택거래 허가지역으로 바꾸어야 하고, 그래도 안 되면 벌금을 지금보다 10배 20배 높여야 한다. 예를 들어 분양권을 사고 팔 수 없는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분양권 전매제한의 벌금이 3천만원인데, 웬만한 아파트의 프리미엄 값도 안 된다. 즉, 걸리면 벌금내고 말지라는 식으로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아직도 열기가 식지 않는 것이다. 벌금을 지금보다 10배만 물리면 어떻게 될까? 아니면 외국처럼 세금을 허위신고 했을 때는 50배, 많게는 100배의 벌금을 물리면 어떻게 될까?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상황이 현재 벌금으로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실효성 있게 벌금을 물리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새해가 될 때마다, 건교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아니면 문제가 불거질 때 말하는 ‘집값안정의 의지’는 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그 의지를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의지가 담긴 정책이 시행되어야만 해결될 수 있다.
필자 이메일: redeye94@dreamwiz.com/www.srgseou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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