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빈(李濱) 주한중국대사는 29일,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내정불간섭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며 외교에서의 상호 존중의 원칙을 강조했다.
***"중국은 대북 영향력이 있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어"**
리빈 대사는 이날 오전 국회안보포럼(대표 송영선) 주최한 '동북아 안정을 위한 중국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해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토론자들은 중재자로서 중국이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실질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지만, 리빈 대사는 "영향력은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전통적인 관계도 있고, 식량원조, 무역 등 여러 수단을 통한 영향력이 있다"고 우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북한도 주권국가이고, 중국 외교에서의 하나의 원칙은 내정불간섭이기 때문에 영향력이 있다고 해서 북한을 보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며 "개혁개방에 대해서도 북한 고위층을 초청해 상해의 개방 상황을 보여주고, 우리의 교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에 그칠 뿐, 절대로 북한을 향해 '너희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역할에 대해 선을 그었다.
리빈 대사는 "우리의 실천과 언행을 보고 북한이 나름의 판단을 통해 나라를 건설하도록 하는 것이 외교면에서 상호 존중의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북한의 개혁개방 '유도'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면서 리빈 대사는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능력에 대해 능력이라는 것이 영향력인데, 중국은 능력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능력이 있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핵이 있어선 안된다는 것이 중국의 레드라인"**
리빈 대사는 북핵 문제에 대해선 단호한 중국의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의 의지는 확고부동하다"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시종일관된 것이고 앞으로도 달라질 수 없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핵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바로 중국의 레드라인"이라며 "핵실험 같은 것을 레드라인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이 하나의 선"이라며 "이 선을 위해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북한을 포함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재자로서의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93년 1차 핵위기시에 나는 본부의 담당 과장으로 있었는데, 당시 중국이 뒤에서 영향력을 발휘해 북한과 미국, 북한과 IAEA, 남북간 채널이 성사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2월12일 북한의 핵보유 성명발표 이후 중국은 즉시 특사를 보내, 후진타오 주석의 구두 메시지를 김정일 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그 이후부터 북한이 융통성과 유연성을 보이며 태도가 달라졌고, 이후에 몇 번 중국과 북한 사이의 고위층 회담을 통해 북한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중국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상대를 자극하는 용어를 쓰는 것은 효과가 없다"**
리빈 대사는 이처럼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우회적으로 미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북핵문제의 키는 북한과 미국에 있다"며 "우리는 북한을 설득하고 미국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방법이 효율이 있는가를 생각해야 되는데 어떤 것을 강하게 누르면 반향이 더 크다"며 "적절하게 영향력을 써야 한다"고 각국의 신중한 태도를 촉구했다.
그는 용어선택에 있어서도 "중국은 사실상 압력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며 "중국 문화의 차이인지도 모르지만, 압력이라는 단어 대신 영향력을 발휘해야 된다는 용어를 쓴다"고 말했다.
그는 "말보다 실제로 얻는 효과도 중요하다"며 "상대방을 설득하면서도 쉽게 말을 잘 듣도록,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상대를 자극하는 것 보다 똑같은 목적이지만 상대방이 쉽게 이해하는 용어를 쓰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나"고 우회적으로 북한을 자극하는 용어를 사용하는 미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한중관계가 발전하면 한미관계에 영향을 받았다는 견해도 들었는데, 찬성할 수 없다"며 "지금은 탈냉전시대인데, 어느 한쪽하고 잘 지내면 반드시 다른 쪽하고 적이나 원수가 돼야 된다는 사고방식은 50년대 냉전시대의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동서양 대립상태에서 중국도 할수 없이 그런 경험을 가진 바가 있다. 우리도 국가 이익을 희생하면서 구소련의 말대로 한 적이 있지만, 오늘날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며 "평화롭게 모든 국가들하고 잘 지내야 하고, 문제가 있으면 협상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고 말했다.
***"6자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 협의해야"**
6자회담의 개최 여부와 관련해서 리빈 대사는 리빈 대사는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 남북 장관급회담 등을 거론하며 "최근 일련의 좋은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6자회담시 북한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심각한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당사국들이 북한의 에너지 지원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6자회담은 당사국들이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 후에 동북아 안보 협력의 고리가 될 것"이라며 "다자간 대화 틀 속에서 동북아 안보 매커니즘이 수립돼야 한다"고 북핵문제가 해결된 이후에도 다자간 대화틀 유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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