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와 관련해 지난 17일 저녁 8시부터 18일 새벽까지 국회 인근에서 양당 교육상임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끝장토론’을 들어갔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일찌감치 양당 의원들만의 토론회 개최에 대해 ‘밀실야합’ 의혹을 제기했던 교육·시민단체들과 민주노동당 등은 양당의 행태를 비판하며 교육상임위 표결처리와 국회 본회의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조문화된 수정안 제출 않고 또다시 지연전술**
최재성·임태희 의원 등 양당 국회 교육상임위원들은 18일 새벽까지 진행된 토론회에서 사학법개정안의 6월 임시국회 통과를 놓고 막판 조율에 들어갔으나 우려했던 대로 양당의 입장차이가 너무 커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 자리에서 우리당 의원들은 △개방형 이사제 도입 △사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심의기구화 △교사·학부모회 법제화 △이사장 친·인척 학교장 임용 금지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사학법개정안을 주장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줄곧 “경영권 침해요소가 너무 많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은 우리당 의원들이 “현행 사학법은 비리사학을 예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약해 개정이 불가피하고, 또 여러 차례 국민여론조사에서도 개정의 필요성이 확인됐다”고 역설하자 “국회가 외부의 힘에 떠밀려 법을 개정하는 것은 국회의 권위를 훼손하는 일로, 사학법개정은 반드시 여야 합의로 처리돼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사학법개정안 처리 없는 앞으로의 교육상임위 개최는 무의미하다”고 배수진을 쳤던 우리당 의원들은 ‘끝장토론’마저 허무하게 끝나자 한나라당측의 행태를 맹렬히 비난하며 본회의 직권상정을 추진키로 했다.
우리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한나라당은 끝장토론회에 앞서 사학법개정안에 대한 한나라당 수정안을 조문화해 제출하기로 했으나 이날도 약속을 어기고 빈 손으로 참석해 토론 내내 사학측 입장만을 대변하기 급급했다”며 “이렇게 된 이상 사학법개정안은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밖에 없고, 우리당 의원들은 20일부터 이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교육선진화특별위원회는 지난 16일 사학법개정과 관련해 △사학의 자율성 확대를 위해 자립형 사립고 전면 도입 △개방형 이사제 도입은 사학의 경영권 침해요소가 많아 공영감사 1인 도입으로 대체 △비리사학에 대한 임시이사 파견도 학교운영 관계자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공영이사제 도입으로 대체할 것 등의 수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마저도 “확정된 당론이 아니다”라며 조문화를 극구 꺼려하고 있다.
***교육단체·민노당 “우리당도 책임, 표결 또는 직권상정해야”**
이에 대해 교육·시민단체들과 민주노동당 등은 “애당초 양당의 끝장토론이라는 것 자체가 실효성이 없는 ‘정치적 쇼’에 불과한 일이었다”며 사태를 현재의 지경으로까지 몰고 온 우리당측을 향해 비판의 수위를 좀 더 높이고 있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지난 99년 사학법 개악을 주도했던 정당이라는 점은 이미 한나라당이 어떤 태도를 취하고 나올 것인지 짐작하게 만드는 대목이 아니겠느냐”며 “한나라당의 지연전술에 부화뇌동한 여당인 우리당이야말로 이번 사태의 비판대상 1호”라고 꼬집었다.
사학법개정 국민운동본부도 19일 오후 성명을 내어 양당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국민운동본부는 성명에서 “양당은 파행 끝에 끝장토론을 하겠다고 합의했지만 무엇이 그리 숨길 것이 많은 지 단 한명의 기자도 배석시키지 않았고, 심지어 법안을 발의한 최순영 의원마저 배제한 채 비밀간담회를 진행했다”며 “그러나 그 끝장토론마저 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끝내면서 국민들을 실망시켰음은 물론 또다시 사학법개정 문제를 기약 없이 표류시키고 있다”고 논평했다.
국민운동본부는 이어 “한나라당과 사학법의 실적이고 민주적인 개정을 논의한다는 것은 ‘부지깽이에 새싹 돋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은 근거 없는 그들만의 기대일 뿐”이라며 “역사가 말해 주듯 한나라당은 사립학교의 부정부패와 관련해 청산의 대상이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국민운동본부는 우리당을 향해서도 “우리당이 사학법개정을 원하는 개혁세력이라면 들어야 하는 것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라며 “과거사법을 누더기로 통과시키면서 오히려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돼 지난 재·보선에서 심판받은 것을 아직도 교훈으로 삼지 못했느냐”고 덧붙였다. 국민운동본부는 또 “법안이 제출된 지 8개월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 이제 길은 하나밖에 없다”며 “합의가 안 되면 표결, 표결이 안 되면 직권상정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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