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젖은 은메달' 기억하시나요?
핸드볼은 '한데볼'이라 불릴 정도로 구기종목 가운데 인기가 적다. 그러나 구기종목 가운데 가장 '메달권'에 근접한 효자종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올림픽 같은 종합스포츠체전이 있을 때마다 가장 주목받는 종목으로 떠오른다. 특히 여자 핸드볼은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을 비롯해 지금까지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기록했다.
찬란한 금빛 추억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가슴을 울린 경기는 따로 있다. 은메달을 획득한 2004년 아테네올림픽 결승전이다.
2004년 당시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실업구단이 체계적으로 운영이 안 되다 보니 '준비된 선수'가 모자랐다. 급기야 은퇴했던 노장 선수들을 불러들였다. 급히 선수단이 꾸려진 탓에 손발을 맞춰 볼 겨를도 거의 없이 비행기에 올랐다.
'사상 최악의 전력'이라는 혹평 속에서도 대표팀은 선전했다. 연승 행진 끝에 결승에 올랐다. 상대는 세계 랭킹 6위의 핸드볼 강국 덴마크였다. 객관적 수치로 보나, 체격으로 보나 한국은 분명 열세였다.
▲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 핸드볼 대표팀 경기를 재현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명필름 제공 |
이 경기는 AP통신 선정 '2004 아테네올림픽 10대 명승부'에 꼽혔다. 그리고 이날의 감동은 영화로 재현됐다. 한국 최초 여성 스포츠영화이자 세계 최초 핸드볼 영화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임순례 감독, 명필름)이다. 400만 관객은 그날의 감동을 극장에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쾌조의 출발, 그러나 부상 '적신호'
2004년 여자 핸드볼 결승전은 많은 한국인에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 '새드엔딩'이었다.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선수들이 염원한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이제 못 다 쓴 2004년 감동의 서사를 마무리할 때가 왔다.
이번엔 금메달이 목표다. 강재원 여자 핸드볼 대표팀 감독은 지난 18일 올림픽 출정식에서 "4개월간 고생을 많이 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고 무언가 이룰 시기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 대회 우승을 위해 대표팀은 세대교체에 주력했다. 선수 주축이 우선희(34, 삼척시청), 문경하(32, 경남개발공사) 등 '우생순' 멤버에서 '젊은 피'인 김온아(24, 인천시 체육회), 류은희(22, 인천시체육회) 등으로 옮아갔다. 상대적으로 체격이 좋은 유럽 선수들을 제압하자면 '빠른 전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팀(8위)은 예선인 조별리그부터 유럽팀과 연이어 맞붙는다. 노르웨이(5위), 덴마크(6위), 프랑스(11위), 스페인(16위), 스웨덴(19위)과 함께 '죽음의 조'로 불리는 B조에 편성됐다.
다행히 출발은 좋았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8일 영국 런던의 쿠퍼 박스에서 열린 예선 1차전에서 스페인(16위)을 31-27로 이겼다.
▲ 런던올림픽 예선 1차전에서 다친 김온아 선수 ⓒ뉴시스 |
'에이스 공백'의 부담을 안고, 한국 대표팀은 오늘 오후 7시 15분 영국 런던 올림픽파크 핸드볼경기장에서 덴마크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대표팀에 오늘 경기의 의미는 남다르다. 대표팀은 오늘 덴마크를 물리쳐 2004년 아테네올림픽 결승전 패배를 설욕하고, 이번 대회 금메달 가능성의 단초를 확인하고자 한다. 악재를 딛고 '해피엔딩'을 찍을 수 있을까. 오늘 경기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