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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성폭력, '아동의 언어'부터 이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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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성폭력, '아동의 언어'부터 이해해야"

[워크숍] '성폭력 피해 아동 상담' 어떻게 해야하나

성폭력 사건에 있어 엄격한 증거주의를 채택하는 우리나라 수사과정에서는 목격자 증언, 가해자 인정, 정액 채취등의 결정적 증거 없이 피해자 진술만 있을시 검찰이 이를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무혐의'로 처리하는 일이 다반사다.

***법정 증거로 채택되기 힘든 '성폭력 피해 아동의 진술'**

특히 유아 성폭력의 경우, 피해 아동이 해부학 인형으로 가해사실을 실연해보여도 유아의 진술이 '비현실적이고 일관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결정적인 증거로 채택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신부에 의한 유아성폭력 사건 공대위'는 지난달 12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피해 아동들이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 말할 수 없는 생생하고 구체적인 이야기야말로 가장 중요한 증거인데도 우리 법조계는 여전히 아동들의 진술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며 "거듭되는 항고에도 검찰은 끝내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사건이 난지 2년이 넘어 지쳐가고 있는 피해아동과 가족들에게 헌법재판소가 명확한 판결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사건 초반에 경찰이 피해 아동의 '상황재연 녹화진술'을 실수로 삭제하고, 피해아동들이 이해하기 힘든 용어를 사용해 물어보는등 전혀 피해자 관점의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당시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피해 아동들의 진술이 비현실적이고 일관성이 없으며, 인형을 이용한 상담 진술 또한 상담자의 유도성 질문이 포함돼 객관성이 떨어지고, 참고인 진술과 정황 증거등을 살펴볼 때 개연성이 부족하다"며 '불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예를 들어 검찰은 한 피해아동의 '배타고 신부님 집에 갔어'라는 진술을 상상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지었으나 배는 수색 당시 압수된 '손수레'를 지칭하는 것이었다"며 "만 3-4세 아동의 입장에서는 어른이 손수레를 배라고 지칭하며 손수레에 태웠다면 그 다음부터는 배라고 지칭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아동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

이런 상황에서 현장에서 가장 먼저 피해 아동들을 접하는 이들의 효과적인 상담을 위한 '성학대 피해아동의 법정면접 워크숍'이 10일 '사는기쁨 신경정신과의원 부설 아동성학대상담센터 빵과 영혼'의 주최로 열렸다. 이자리에는 성폭력상담소의 상담가, 사회복지사, 경찰등 30여명이 참가했으며, 시종일관 현장의 고충을 포함한 질문이 끊이지 않는등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강사로 나선 현기섭씨는 현재 이대, 가톨릭대 등 강사 및 아동성학대사건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수년간 아동보호국 조사관(Dependancy Investigator)으로서 성학대 아동 및 가족 상담을 해왔다.

그는 "피해아동 상담의 최대 목표는 진행 과정 내내 아이들의 답해야하는 고통과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아동이 알고 있는 것만 말하도록 하고, 답을 모르거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할 때, 강압적으로 다그치거나 '왜'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현 강사는 이어 "아동의 경우 협박, 현실, 꿈을 구분못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어 아이에게 '우리 oo 이름을 누가 xx라고 하면 사실이야 거짓이야?'이런식으로 우선 '사실'과 '거짓'의 개념을 가르쳐주는 게 중요하다"며 "그리고 아이에게 사실을 말함이 중요함을 '아이의 용어'로 이해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동에게 '반복 진술의 고통' 피하게 해줘야"**

또 아동이 힘든 경험을 털어놓기 주저할 때 자기 이야기를 누설하는 매개체로 이용되는 해부학 인형 사용에 대해서도 "아동의 실연을 간섭하거나 강요해서는 안되며, 우선 아동이 신체 부위등을 가르킬 때 쓰는 '아동의 용어'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성학대나 신체부위등 가르키는 아동의 용어가 표준말이나 어른들이 쓰는 단어랑 다를 수 있어 수사의 혼선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가 이말 했다 저말 하며 상담자를 헷갈리게 할 수 있는데, 그럴 때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따지기보다는 '괜찮아. 나도 그런 잘못해'라며 아이를 안심시킨 후 아동 스스로 사건을 기억하고 계속 진술할 수 있도록 격려하라"고 설명했다.

상담환경에 대해서도 "자신의 일을 말하기 힘들어하는 아동에게 개방되거나 산만한 환경은 아이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아동의 경우 놀이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일대일로 마주앉아 눈 마주치는 것을 싫어하는 청소년의 경우 같이 걸으면서 상담을 하기도 한다"며 "또, 최근에는 아이가 보기 싫은 인형을 자꾸 보고 하기 싫은 얘기를 반복해야 하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경찰, 심리치료사, 복지사가 동시에 상담을 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이날 참석한 한 상담가는 "새로운 아동진술 매개체로 해부학 인형이 각광받은 바 있지만, 현장에서는 엄마들이 '아이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더 또렷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며 싫어하기도 하고, 아동의 '해부학 인형 실연'을 경찰 입회시 촬영했다 하더라도 이것만으로는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은 △피해자 진술의 녹화 의무화 및 녹화 영상물의 증거인정 △법원 심리때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 의견 참착 의무화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장애인 피해자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동석 의무화 △영상물에 의한 신문 허용 등을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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